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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V 감염 이유로 위독 환자 투석도 거부하는 세브란스 병원?
15년간 다닌 병원에서 진료 거부당한 감염인, 인권위에 차별구제 진정
등록일 [ 2016년09월26일 16시45분 ]

연세대학교 세브란스 병원에서 신장 투석을 거부당한 HIV 감염인 당사자가 "15년 다니던 병원 에이즈 환자라고 신장투석 거부, 어디로 가란 말인가?"라는 피켓을 들고 있다.

연세대학교 세브란스 병원이 신장 투석을 받지 않으면 생명이 위독해지는 환자에게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인이라는 이유로 치료를 거부했다.
 

경기도 시흥시에 거주하는 ㄱ 씨(58세)는 HIV 확진 이후 2001년부터 15년간 서울 세브란스 병원 감염내과에서 치료를 받아왔다. 그러다 평소에 앓던 당뇨병 합병증으로 2013년 만성 신부전증이 발병했다. 이후 약물로 신부전증의 진행을 지연시켜왔지만, 2015년 말에는 신장 투석 외에는 별다른 방도가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러나 병원 측은 ㄱ 씨에게 투석이 어렵다는 입장을 지속해서 밝혀왔다. 2016년 4월에는 “감염인에게 투석하려면 투석 기계를 별도로 구매하고 그에 따른 인력도 별도로 채용해야 하지만, 병원 사정이 좋지 않다”는 등의 이유로 국립중앙의료원으로 전원을 권했다. 그러는 사이 ㄱ 씨의 건강은 극도로 나빠졌고, 2016년 3월에는 긴급 상황으로 응급실에 실려가기도 했다.
 

ㄱ 씨는 신부전증뿐 아니라 대뇌동맥류(대뇌 동맥이 부풀어오르는 질환으로 최악의 경우 뇌출혈로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질병)등 여러 크고 작은 질환을 앓고 있었다. 그는 15년간 자신의 몸 상태와 질병을 파악해 온 세브란스 병원에서 계속 진료를 받길 원했으나, 세브란스 병원 측은 이를 무시했다. ㄱ 씨는 지난 7월부터 국립중앙의료원에서 매주 2회 투석을 받고 있으나, 의료원에서 자신의 몸 상태를 아직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탓에 병세가 호전되진 않고 있다고 밝혔다.
 

ㄱ 씨는 “15년간 치료받은 병원에서 신장 투석이라는 막다른 길에 몰린 나에게 감염인이라는 이유로 진료를 거부했다”라며 “죽어가는 환자가 응급실에 오면 살리는 것이 병원의 의무인데, 절박한 상황에 이른 환자한테 달랑 소견서 한 장 써주고 쫓아낸 것은 생명윤리에 어긋난 것 아닌가”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세브란스 병원이 HIV 감염인의 치료를 거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는 2011년 7월 수술용 특수장갑이 없다는 이유로 감염인 고관절 수술을 하지 않은 서울 세브란스 병원, 2015년 12월 수술용 가림막이 없다는 이유로 감염인의 중이염 수술을 거부한 원주 세브란스 병원에 차별시정과 재발방지를 권고했다. 그런데도 세브란스 병원은 이와 같은 권고를 또 다시 무시했다.
 

이에 ㄱ 씨와 한국HIV/AIDS감염인연합회 KNP+(아래 KNP+) 등은 26일 인권위에 이번 사건에 대한 차별구제 진정을 했다. 아울러 이들은 HIV 감염인 보건정책을 담당하는 보건복지부가 HIV 감염인 의료기관 상담사업에 참여하는 20개 종합병원의 HIV 감염인 투석 실태를 조사하도록 인권위의 권고를 요청하기도 했다.
 

KNP+ 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김대희 인천성모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투석 시설이 없다는 이유로 감염인의 투석을 거부하는 행위는 정부의 ‘투석실에서의 감염관리 표준지침’과 어긋난다”라며 “지침에 따르면 HIV 감염인이라고 해서 격리하거나 별도의 투석기계가 필요하지 않으며, 표준적인 감염 주의만으로 충분하다.”라고 지적했다.
 

김 사무국장은 “눈병이나 감기에 걸렸을 때 누구도 개인의 부주의를 탓하지 않는데, 왜 감염인에게는 본인 탓을 하는가”라며 “의사의 입장에서 보면 감기나 HIV 감염은 (감염을 관리하는 데) 큰 차이가 없다는 점에서 세브란스 병원의 처사는 부당하다”라고 비판했다.
 

ㄱ 씨와 KNP+가 26일 서울 중구 저동 인권위 앞에서 세브란스 병원 진정 기자회견을 연 모습.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신장 투석 감염인의 진료를 거부한 세브란스 병원 풍자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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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홍식 기자 redspirits@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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