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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생식기술시대’의 낙태논쟁
[성과 재생산 포럼] ④
등록일 [ 2016년11월21일 19시34분 ]
[편집자 주] 2015년에는 ‘장애/여성 재생산권 새로운 패러다임 만들기 기획단’이라는 이름으로, 올해는 ‘성과 재생산 포럼’(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건강과 대안 젠더건강팀, 장애여성공감,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및 연구자 등으로 구성)이라는 이름으로 모였습니다. ‘장애와 젠더’의 경험과 관점을 가지고, 성과 재생산 정치에 개입하고 담론과 실천을 만들어나가고자 합니다. 장애와 젠더의 관점은 성과 재생산권리의 사각지대를 비추는 역할에 머무르지 않고 국가와 인구, 인권, 생명 문제에 보다 근본적으로 접근하는 통로가 될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이번 연재는 총 8회에 걸쳐 진행됩니다.

<지난 연재 보기>
① 재생산을 둘러싼 국가와 여성의 역동 : 시기별 변화의 양상과 시사점
② ‘저출산 담론’에 숨어있는 생명정치를 넘어서기 위하여
③ 소수자 운동의 관점으로 성과 재생산 말하기

기존의 ‘낙태’를 둘러싼 논쟁은 보조생식기술(ARTs: Assisted Reproductive Technologies, 소위 말하는 시험관시술과 같은 난임시술 등)이 의료적 개입의 하나로 널리 사용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어떠한 의미가 있을까? 일견 보조생식기술과 임신중절시술은 그 목적이 아이를 낳기 위한 기술과 아이를 낳지 않은 기술인 것처럼 정반대이기 때문에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다양한 방식으로 상호작용하며 밀접하게 얽혀있다. 그렇기 때문에 보조생식기술이 제기하고 있는 새로운 재생산과 관련된 윤리적 문제들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이 문제들의 기존의 낙태 논쟁과 어떠한 관련이 있는지를 살펴봐야하며, 나아가 ‘선택권’대 ‘생명권’의 이분법적 구도를 넘어선 새로운 담론을 모색해야한다. 
 
체외수정과 선택유산

현재 한국사회에서 체외수정은 난임진단 인구의 증가에 따라서 아이를 낳기 위한 의료적 개입의 하나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모자보건법상 난임은 “부부가 피임을 하지 아니한 상태에서 부부간 정상적인 성생활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1년이 지나도 임신이 되지 아니하는 상태”로 정의된다. 체외수정시술은 특히 정부의 <난임부부시술비지원사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2006년에 시술비지원사업이 시작된 이후로 체외수정의 시술 숫자는 급격하게 증가했다. 2005년 한 해 체외수정은 32,783건이 시행되었으며 2014년 62,722건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하였다. 이처럼 체외수정이 정부의 출산율 증가라는 목표에 따라서 대중화되고 있지만, 그 결과 파생되는 다양한 문제들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다.

체외수정의 방식이 다양한 원인의 난임/불임 문제를 해결하는데 효과적인 방식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지만, 그 성공률은 25~30%이기 때문에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서 여러 개의 배아를 이식하는 방식으로 시술이 이루어져왔다.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서 2008년에는 전체 체외수정 중에서 3개의 배아를 이식한 사례가 44.8%였으며, 4개 이상인 경우가 27.6%로 나타났다(보건사회연구원, 2014). 이처럼 여러 개의 배아가 이식될 경우에 발생하게 되는 문제는 다태아 임신이다. 이러한 다태아 임신 비율은 한국에서 더 높게 나타나는데, 현재 체외수정의 경우 40% 정도가 다태아를 출생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보건복지부, 2015).

 

2006

2008

2010

2011

2012

2013

총출생아수

445,170

463,150

468,150

471,023

484,229

436,209

출생아수

5,453

4,535

6,536

11,317

14,087

14,346

다태아수

2,790(51.2)

2,328(51.3)

2,714(41.5)

4,489(39.7)

5,627(39.9)

5,676(39.6)

<표1> 체외수정 시 다태아 출생비율 (출처:황나미,2015)


<표1>에서 볼 수 있듯이 2008년까지는 다태아 출생비율이 50%가 넘었으며, 임신율이 곧 생존아 출생율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전체 다태아 임신율은 더 높을 것임을 추정해볼 수 있다. 다태아 임신이 문제가 되는 것은 이 자체로 고위험 임신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으며, 저체중아와 조산아(이른둥이) 출생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2개 이상의 배아가 착상이 되는 경우 선택유산(Selective abortion)이 이루어진다. 선택적 유산 중에서 선택적 감수술(selective reduction)은 보통 임신 첫 삼분기에 이루어지며, 임신 10주~13주 사이에 시행 된다.

이러한 선택적 유산은 ‘낙태’와 어떻게 다른가? 선택유산이 다른 인공임신중절과 다른 점은 임신 자체를 원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아이를 원하기 때문에 시행하는 임신중절수술이라는 점이다. 원하지 않은 임신 때문에 시행하는 임신중절과 원하는 임신을 달성하기 위해서 선택적으로 임신중절을 하는 경우를 어떻게 같게 혹은 다르게 이해해야 할 것인가? 이에 대해서는 각각 충분한 연구와 논의들이 진전되어야겠지만, 현재 알 수 있는 것은 한 해 20만 건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낙태’의 경험은 이제까지 잘 이야기 되지 않았던 반면, ‘선택유산’―비록 이 역시 공론장에서 논의된 적은 없지만―의 절차와 경험은 상대적으로 ‘도덕적 낙인’으로부터 자유로운 상태에서 공유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미혼’과 ‘기혼’이라는 사회적 지위의 차이에서 기인하는 차이일 수도 있고, ‘성관계로 인한 임신’과 ‘성관계 없는 임신’이라는 차이에서 오는 성적 낙인의 차이일 수도 있다. 또한 임신중절의 이유가 ‘여성 자신’에게 있는지, 아니면 ‘아이’에게 있는지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것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선택적 유산 또한 ‘낙태’이기 때문에 도덕적 비난을 받아야한다거나, 동등하게 규제 되어야한다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선택유산의 경우 ‘이기적인 (성적으로 문란한) 여성’이 ‘아이의 생명’을 죽이는 행위로 비난받지 않는다는 점이며, 이는 기존의 ‘낙태에 대한 규범’이 얼마나 편향적이며, ‘생명권’이라는 개념이 얼마나 상대적이며 상황적인지를 보여준다는 점이다.

배아선별과 착상 전 유전자 검사(PGD: preimplantation genentic diagnosis)

선택유산은 배아가 착상된 이후에 임신을 지속시킬 태아와 중지할 태아를 결정하는 기술이라면, 배아선별은 착상을 시킬 배아와 폐기될 배아를 선별하는 과정이다. 2014년 한 해 생성된 배아의 숫자는 28만3412개인데, 이 중에서 체외수정에 실제로 사용된 배아는 9만9802개이다. 이는 한 해 약 18만 개의 배아가 임신에 사용되지 않은 상태로 보관중이거나 폐기 예정중임을 의미한다.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체외수정의 성공률을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여러 개의 배아가 이식되며, 여러 개의 배아를 이식하기 위해서는 여러 개의 난자가 추출되어 수정이 이루어져야한다. 등급이 좋은 배아 몇 개가 임신에 사용이 되고, 나머지는 이후 시술을 위해서 동결보관이 되거나 폐기된다. 한 해 임신이 되지 못하고 남겨진 18만 개의 배아가 18만 건의 낙태 혹은 영아살해와 같은 수준으로 이해되지는 않지만, 배아는 ‘인간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낙태 논쟁을 모체 속에 존재했던 태아의 단계에서 착상 이전의 배아 단계로 소급시킨다.

더구나 냉동되어서 폐기될 예정이던 배아를 기증받아 ‘배아입양(embryo adoption)’을 알선하는 업체들이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 생겨남으로써, 배아는 ‘잠재적 인간’의 지위를 획득하게 되었다. 잔여배아를 기증받아서 체외수정을 통해서 아이를 낳는 행위가 ‘입양’이라는 수사로 명명되면서, 배아입양은 마치 ‘얼음 속에서 잠들어 있는 아이’를 구원하는 행위처럼 재현되고 있다. 이러한 배아 입양은 일반 입양과 다르게 임신과 출산의 과정을 수반하기 때문에 더욱 복잡한 문제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2005

2006

2007

2008

2009

2010

2011

2012

2013

2014

IVF

32,783

32,783

30,057

30,234

33,214

42,395

45,226

48,238

53,978

62,722

배아생성

122,859

211,699

188,372

175,301

184,417

202,269

234,191

247,736

264,772

283,412

임신이용

64,583

107,223

93,939

77,420

77,944

79,768

91,373

94,791

97,065

99,802

체외수정 및 배아생성 현황 (출처: 배아보관 및 제공현황 조사결과 보고서(2005~2014), 보건복지부)

또한 배아가 여성의 몸으로부터 분리됨에 따라 산전진단은 임신 9주 이후에나 시행 가능하던 것에서 착상 전 배아의 단계로 확대되었다. 이러한 착상전 유전자진단은 기존에 산부인과에서 일상적인 산전관리의 하나로 진행되어오던 ‘산전’진단기술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산전진단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출산하기 전에 태아가 특정 질병이나 장애가 있는 지를 선별할 수 있게 되었고, 그 결과 장애가 있는 태아의 경우 ‘선택적 낙태’의 주요 대상이 되어왔다. ‘선택적 낙태’가 임신 과정 중에 장애나 질병이 있는 태아를 중절하는 것이라면, 착상 전 유전자 진단은 유전병이 의심되는 경우에 배아를 검사하여 폐기하기 위한 기술이다. 현재 한국에서는 30개 기관이 착상 전 유전자 검사가 가능하며, 2014년 한해 545건의 검사가 시행되었다. 이 기술은 유전질환을 자식에게 전달하지 않게 할 수 있는 방법으로 평가되지만, 동시에 이는 우생학에 근거하여 태어나야할 유전형질과 태어나지 말아야할 유전형질을 배아단계에서부터 선별하는 기술임을 의미한다.

착상 전 유전자 검사는 수정란 단계에서 검사가 진행되고 이식을 해야 하는 ‘정상’적인 배아와 ‘폐기’ 해야 하는 배아를 미리 구별하기 때문에 ‘선택적 낙태’를 방지하는 보다 더 윤리적인 기술이라고 주장되어 왔다. 하지만 이는 정상과 비정상, 장애와 비장애의 기준을 더욱 공고화 하며, 장애와 질병이 있는 사람은 태어나야할 이유가 없다는 차별을 전제로 하여 시행되고 있는 기술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생학적 재생산기술의 사용을 반대하는 페미니스트들을 ‘생명권’을 옹호한다고 볼 수 있을까? 반대로 ‘내 몸은 나의 것’이라는 구호는 이미 위계적으로 놓여있는 재생산의 구조를 변화시키는데 얼마나 유용할 수 있을까? 사회적으로 ‘장려되어야할 재생산’과 ‘지양되어야할 재생산’이 이미 정해져있고, 이를 국가가 우생학적 모자보건법으로 뒷받침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 개인의 ‘선택’은 이러한 구조로부터 자유롭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리임신출산거래과 ‘낙태’
 
마지막으로 살펴볼 것은 체외수정기술을 통한 대리모 시술의 과정에서 나타나는 ‘낙태’ 문제이다. 보조생식기술 제기하는 다양한 사회적·윤리적 문제들 중에서 대리모에 의한 임신과 출산은 특히 첨예한 의견의 대립이 나타나는 영역이다. 대한산부인과학회 보조생식술 윤리지침(2011)에 의하면 대리모를 통한 임신은 부부 간의 정자와 난자로부터 형성된 배아를 타인의 자궁에 이식하여 임신을 시도하는 것으로 정의된다. 의뢰인인 부부는 유전적 부모이자 법적·사회적 부모가 되며, 대리모는 임신과 출산의 과정만을 담당한다. 임신과 출산의 과정에 개입되는 주체가 더 많아지는 만큼, 누가 ‘임신중단’의 권리를 가지고 있는가는 더욱 복잡한 문제가 된다.

현재 한국사회에서 대리임신출산거래에 대한 법적 규정은 없다. 하지만 현행 법체계와는 상관없이 대리임신출산거래는 이루어지고 있으며, 개별 난임클리닉에서는 대한산부인과학회 보조생식술 윤리지침에 의해서 시술을 진행한다. 그리고 대한산부인과학회 보조생식술 윤리지침에서 제시하고 있는 대리모 동의서에는 낙태 관련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 “동의권자는 배아이식이 시행된 후 착상을 고의적으로 방해하거나 임신이 확인된 후 불법적 인공임신 중절을 하지 않을 것을 서약합니다.” 대리모에 대한 동의서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대리모는 배아이식이 시행되기 전에는 언제든지 동의 의사를 철회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으나, 이식이 시행된 후에는 착상을 방해하거나 낙태를 하면 안 된다는 조항이 존재한다. 배아 이식이 이루어진 이후에 그렇다면 대리모 혹은 의뢰인은 계약을 파기할 수 없는 것인가? 대리모 동의서에는 인공임신중절을 하지 않을 것을 서약하는 항목이 존재하지만, 반대로 의뢰인(유전적 부모)의 동의서에는 임신중절에 대한 항목이 존재하지 않는다. 대리임신출산의 과정에서 누가 낙태를 요구하거나 결정할 수 있는가는 매우 복잡한 문제이며, 대리임신출산계약이 합법화된 나라에서는 이를 둘러싼 법적 공방과 논쟁들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제까지 언론에 많이 보도된 대리모와 낙태 이슈들은 주로 다태아 임신 혹은 장애와 질병을 이유로 의뢰인이 낙태(선택유산)을 대리모에게 요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러한 경우에 아이를 낳고자하는 대리모의 입장을 옹호하는 것은 여성의 ‘선택권’을 지지하는 것일까 아니면 태아의 ‘생명권’을 지지하는 것일까? 여성의 몸 안에서 이루어지는 일에 대해서는―태아와 여성은 분리되어서 사고 될 수 없다는 측면에서―대리모의 결정을 존중해야하는가? 아니면 태어난 아이를 실질적으로 돌보고 키우는 책임을 가지게 되는 의뢰인(생물학적, 사회적 어머니)의 결정을 존중해야하는가? 임신출산의 과정에 개입하는 두 다른 여성 주체의 이해관계가 다른 경우에 누구의 결정과 판단이 우선순위를 가질 수 있는가? 이 속에서 선택권은 누구의 선택권이며, 생명권은 누가 주장할 수 있는 것인가?

나아가며
 
이 글에서는 보조생식기술의 사용이 만들어내고 있는 다양한 문제들이 기존의 ‘선택권’ 대 ‘생명권’ 담론으로는 접근하기 어렵다는 것을 다양한 예를 통하여 개괄적으로 살펴보았다. 형법상 낙태가 범죄로 규정되어 있는 현 상황에서는 우선적으로 낙태죄를 폐지하는 것이 시급한 문제이다. 하지만 낙태죄가 폐지된다고 해서 위에서 논의한 모든 문제들이 함께 해결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몸에서 이루어지는 임신과 출산의 전 과정에 대해서 일차적인 선택과 결정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정당한 요구이며, 이제까지 국가가 ‘낙태죄’를 통해서 여성의 몸과 섹슈얼리티, 그리고 재생산을 통제해왔던 방식에는 충분한 문제제기와 항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나아가 개인 여성들의 재생산을 둘러싼 선택과 결정이 어떠한 사회적 조건과 맥락 속에서 이루어지는지 함께 살펴봐야한다. 어떤 ‘생명’은 태어나도록 격려되고, 어떤 ‘생명’은 태어나면 안 되는 것으로 선별되는지, 어떤 여성에게는 왜 ‘출산’이 강요되고, 어떤 여성에게는 ‘낙태’가 강요되어 왔는지, 그리고 임신출산을 둘러싸고 다양한 여성들이 개입하게 되는 경우에 누구의 권리가 주장되어야할지의 문제는 법의 영역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정치의 문제이며, 윤리의 문제이다. 이것이 지금 우리가 ‘낙태죄’ 폐지라는 동일한 목표를 공유하는 것을 넘어서서 재생산을 둘러싼 다양한 권력관계들이 어떻게 배치되고 있는지에 주목하는 이유이며, 새로운 재생산 윤리를 고민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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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혜 성과재생산포럼 기획위원/메릴랜드 대학교 beminor@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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