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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치’와 ‘소통’으로 이동권 후퇴? 고공·단식·농성으로 맞선 장애인들
[2016년 결산 ①] 2016년 장애인 이동권 첨예하게 부딪혔던 곳, 경기도
등록일 [ 2016년12월15일 17시05분 ]

“교통약자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보장받기 위하여 교통약자가 아닌 사람들이 이용하는 모든 교통수단, 여객시설 및 도로를 차별 없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하여 이동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 -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3조

장애인 이동권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보편적인 권리인 동시에, 현재까지도 완전히 실현된 바 없는 권리다. 2015년 말 기준 전국 저상버스 도입률은 19.9%에 불과했고,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시외·고속버스는 단 한 대도 없다. 2000년 초반부터 이어온 장애인들의 이동권 투쟁은 2016년에도 계속됐다.

특히 올해 이동권 투쟁은 경기도 장애인들의 활동을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남경필 경기도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등은 ‘협치’와 ‘소통’을 내걸면서, 정작 장애인들의 이동권을 후퇴시키려 했다. 경기도 장애인들은 이러한 위선에 정면으로 맞섰다.
 

지난 6월 2일 이도건 경기420공투단 집행위원장이 수원역 앞 육교에 매달려 경기도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촉구하는 모습.

올해도 후퇴할 뻔한, 열악한 경기도 장애인 이동권

수많은 경기도민은 버스를 이용해 출퇴근, 통학, 각종 일상생활을 하고 있다. 경기도 교통DB센터에 따르면 2013~2014년 일평균 버스 이용자 수는 평일 1082만 6706명, 주말 775만 8455명에 이른다. 그러나 장애인들에게 버스는 여전히 이용하기 어려운 교통수단이었다.
 

2015년 말 경기도 전체 노선버스는 1만 522대였지만, 저상버스는 그 중 13.1%인 1376대로 전국 평균 도입률보다 낮았다. 지난해 11월 김포와 남양주에 투입된 2층 저상버스 9대가 투입되긴 했으나, 이외에 광역을 운행하는 저상버스는 없다. 대중교통을 보완하기 위한 특별교통수단 장애인콜택시도 법정대수 558대의 88.0% 수준인 491대밖에 없고, 31개 시·군 중 5개 시·군은 장애인콜택시가 아예 없었다. 서울시의 저상버스 도입률이 35.5%, 장애인콜택시 도입률이 법정대수 대비 100%(일반 개인택시 포함 시 111.4%)인 것과 비교하더라도 경기도 장애인의 이동권 수준은 상당히 열악했다.

서너 시간 기다려도 오지 않는 저상버스와 장애인콜택시에 분노한 경기도 장애인들은 지난해 10월 2층 저상버스를 점거했고, 경기도로부터 저상버스 매년 300대 증차, 특별교통수단 법정 대수 200%까지 증차 등을 약속받았다.
 

그런데도 올해 경기도 장애인 이동권은 더 나아지기는커녕 오히려 후퇴할 뻔 했다. 경기도는 각 시·군의 장애인 특별교통수단 도입비 및 운영비 10%를 지원하는 2017년 예산 39억 원을 편성하지 않으려 하는 등 장애인과 약속을 엎었다.

지난 11월 1일에는 성남시에서 외지인들의 장애인콜택시 이용 때문에 성남시 장애인들이 장애인콜택시를 오래 기다려야 한다는 이유로 요금 인상을 단행했다. 기본요금을 1200원에서 1500원으로 20%, 10km 초과시 추가요금을 5km당 100원에서 144m당 50원으로 17.4배 올리고 시외 할증 20%를 적용하기로 했다. 장애인콜택시 대기 시간을 줄이는 근본 해결책인 증차를 고려하는 대신, 가난한 장애인들과 시외 이용자의 권리를 제약하는 선택을 한 것이다.
 

경기도 장애인들이 5월 16일 국회에서 행사 중이던 남경필 도지사를 찾아가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촉구했다.

고공 단식 농성, 시장실 기습 점거...이동권 지키기 위한 투쟁 나선 장애인들
 

경기도 장애인은 자신들이 놓인 절박한 상황을 해결하고자 강경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경기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아래 경기420공투단) 소속 장애인 수십 명이 지난 5월 13일 경기도청 예산담당관실을 점거하고 32일간 농성을 진행했다. 5월 16일에는 국회에서 행사 중이던 남경필 도지사를 직접 찾아가 면담을 요청했다. 연정과 협치를 강조하는 남 도지사는 이러한 요구를 무시했다.
 

경기도의 강경한 태도에 협상이 몇 차례 어긋나자, 도청 농성 21일째인 지난 6월 2일 이도건 경기420공투단 집행위원장은 수원역 앞 육교에서 밧줄로 온 몸을 묶은 채 허공에 매달렸다. 지난 6월 7일에는 국회의사당 근처에 있는 이룸센터 유리 처마에서 고공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이 집행위원장의 단식은 14일간이나 이어졌다.
 

목숨을 건 투쟁이 있고 나서야 경기도는 장애인들의 이동권 보장 요구를 수용했다. 20일 경기420공투단이 경기도 교통정책과, 버스정책과 등과 협의한 내용을 보면 경기도는 올해 도입 가능한 저상버스 220대에 대한 도비 20억 원을 확보하기로 했다. 저상버스 운행손실 보조금도 대당 250만 원에서 500만 원으로 확대했다. 경기도는 특별교통수단도 법정대수 기준으로 올해 140%, 내년 170%, 2018년 200%까지 도입하기로 했으며, 이를 위해 도입비 50%를 도비로 지원하기로 했다. 각 시·군에 지원하는 특별교통수단 운영비 10%에 더해 수도권 광역 이동과 24일 365일 운영하는 데 필요한 운영비 중 10%도 추가로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 2층 유리 난간에서 14일간 고공 단식농성을 진행했던 이도건 집행위원장.

경기도 장애인들은 이러한 내용을 경기도 31개 시·군에도 확대하려고 했으나, 당장 성남시의 장애인콜택시 요금 인상이 이러한 행보에 걸림돌이 됐다. ‘경기도 교통약자의 이동편의증진에 관한 조례’는 특별교통수단 이용 요금을 일반 시내버스 요금 수준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으며, 경기도의 특별교통수단 운영비 지원은 이러한 조건을 만족해야 지급된다. 이에 경기도 장애인들은 요금 인상 전날인 10월 31일 성남시장실을 기습 점거했다.
 

그러나 이재명 성남시장은 약자들을 위한 복지를 하고 ‘소통’과 ‘포용’을 강조하던 모습과 다르게 장애인들의 요구를 단칼에 묵살했다. 이 시장은 부족한 예산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요금 인상을 결정했으며, 이러한 내용을 성남시장애인연합회 등 지역 장애인단체와 협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로 일부 지역 장애인단체는 요금 인상보다 증차를 요구하는 등 내부적으로 반대 목소리도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시장은 시장실을 찾아온 장애인들을 강제로 퇴거시켰고, 기습 점거 행위를 두고는 불법 행위라고 낙인찍었다. 시장실에서 쫓겨난 장애인들은 12일간 성남시청 밖에서 노숙 농성을 이어갔다. 장애인들은 이 시장 지지자들의 비난 여론에도 시달려야 했다. 이 시장 지지자들은 경기도 장애인들에게 ‘이 시장을 음해하려고 근거 없이 비방한다’, ‘지역 장애인단체와 합의한 내용을 불법 행위로 막으려 한다’, ‘장애인들이 일반택시보다 한참 싼 요금으로 장애인콜택시를 타는 것은 특혜’라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후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11월 9일 성남시사회복지연대회의, 성남시장애인연합회와 협의해 2018년까지 장애인콜택시 법정 대수 200%(80대 증차), 대중교통 수준 요금으로 장애인콜택시 요금 조정, 장애등급 3급 이하를 위한 별도 차량 마련 등 성남시에 요구할 안들을 도출했다. 이어 11월 15일 열린 성남시와 면담에서, 이러한 요구안들을 긍정적으로 검토해보겠다는 이 시장의 답변을 받아냈다.
 

10월 31일 이재명 시장실을 기습 점거했던 장애인들이 공무원들에 의해 끌려나오는 모습.

이동권을 ‘특혜’로 여기는 사회에 일침 놓은 경기도 장애인들
 

경기도 장애인들의 지난 1년은 장애인 이동권의 암울한 현재를 보여줬다. 경기도 지자체는 예산 부족과 효율성을 위해 장애인 이동권을 후순위로 미루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성남시 사례처럼 장애인 이동권은 말 그대로 ‘특혜’처럼 여겨졌다.
 

그런 의미에서 보더라도 경기도 장애인들이 얻은 성과는 적지 않다. 경기도로부터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교통수단을 확대할 수 있는 예산을 일부 얻어냈고, 장애인 이동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는 성남시의 정책에 제동을 걸었다. ‘협치’, ‘소통’이라는 이름으로 이동권을 침해해 왔던 정치인들에게 맞서 장애인의 이동권이 유예될 수 없는 권리임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물론 경기도 장애인의 지난 1년간 싸움이 전반적인 장애인 이동권을 얼마나 진전시킬 수 있을지 쉽사리 장담할 수는 없다. 경기도의 경우 지자체장들에게 받아낸 약속을 지키도록 하는 싸움이 남았고, 경기도 이외에도 여전히 많은 지역에서 장애인들의 이동권이 부실하다. 지난 십수년 간 장애인의 이동권 투쟁, 올해 경기도 장애인들의 활동에 주목해왔던 것처럼, 내년에도 장애인 이동권 증진을 위한 여러 활동을 유심히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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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홍식 기자 redspirits@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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