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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닥터 김사부’ 번외편에 대해 꼭 이야기해야 할 몇 가지
HIV감염인 수술 후 24시간 수술실 폐쇄 필요 없다
당사자가 감동할 수 있어야 진짜 ‘낭만 드라마’
등록일 [ 2017년01월25일 18시53분 ]

SBS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SBS

톱 배우 김혜수의 특별 출연으로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의 번외편이 시작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방송 직후에는 번외편 치고는 높았던 시청률 이야기나 김혜수가 김사부의 첫 사랑이었다는 기사들 정도다. 그렇지만 번외편에 대해 논쟁이 오갔던 곳이 있다. 감염인 당사자들의 커뮤니티다.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에는 HIV 감염인 자조모임 ‘가진사람들’이 있다. 이 모임의 운영자가 방송 다음 날 이 번외편에 문제가 있다며, 이에 대해 문제제기 해야 한다고 필자에게 연락이 왔다. 그날 근무를 쉬고 있던 차에 IPTV를 통해 방송을 보았다.


김사부의 첫 사랑 이영조(김혜수 분)가 어느 날 김사부를 몇 년 만에 찾아왔다. 이영조가 활동하는 봉사단체에 재중동포이면서 HIV감염인인 한 여성의 급한 수술을 부탁하러 첫 사랑 김사부에게 온 것. 악성고혈압 때문에 검사를 받다가 갈색세포종 진단을 받아 급하게 수술을 해야 하는 데 진단 받은 병원뿐만 아니라 문의한 여러 병원에서 수술을 거부했다는 것이다. 드라마에서 뿐 아니라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기에 씁쓸했다. 김사부는 수술에 허락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원장과 행정실장, 간호부장 및 동료 의사가 함께 한 자리에서 이 수술에 대해 설명하고 허락을 구한다.


행정실장은 “에이즈 환자 수술이 알려지면 병원 손님이 끊길 것이다.”라고 반대한다. 원장 역시 “이 점이 우려된다.”며 한숨을 쉰다. 다른 의사는 “사고는 일어날 수 있고, 운 나쁘게 바늘에 찔리기라도 하면 어떻게 하나?”라고 김사부에게 반문한다. 김사부는 “그런 논리라면 이 환자 대한민국 어디서도 수술 할 수 없는 것”이라고 동료의사에게 일갈한다. 수술은 결국 허락되었지만, 다음 날 이 소식이 병원직원들에게 알려지자 간호사들의 표현처럼 분위기가 장난이 아니었다. “전 다른 건 몰라도 그것 까지 못하겠어요”, “하다 하다 별” 등 환자 앞에서는 할 수 없을 말들을 의료인들이 뱉어냈다. 감염인이 병원에 들어오는 장면에서는 병원사람들은 갑자기 하던 말을 멈추고 빤히 바라보기만 하며 어느 누구하나 반기지 않았다. 이 장면을 보니 정말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었다.


김사부가 수술실에 들어가려 하자, 행정실장과 다른 동료의사는 사적인 관계로 공적인 장소를 위험에 빠뜨린다고 김사부에게 수술을 철회할 것을 압박했다. 이를 본 이영조가 병원 사람들 전부를 상대로 설득한다. “그래요. 사람하나 생으로 죽을 것 같아서 힘든 부탁 좀 했어요. 에이즈 환자 수술 한다는 것 무섭겠죠. 그런데 그것 보다 더 무서운 건 당신들의 편견이에요. 일어날지도 모르는 일에 대비하는 것에 뭐라 할 수 없겠지만, 일어나지도 않은 일 때문에 마땅히 해야 할 일조차 안하겠다는 건 너무 심각한 문제 아닌가요? 이 상황을 무조건 경계만 하지 마시고, 좀 더 크게 생각해주세요. 부탁드리겠습니다.” 라고 병원사람들을 꾸짖는다. 그리고 수술은 진행된다. 김사부는 수술을 위한 조치로 보호안경 착용, 1회용 수술 가운, 수술 장갑 2장, 수술 후 수술 방 전체 소독 후 24시간 폐쇄를 지시한다. 그리고 다행히 감염인 환자의 수술은 성공적으로 마무리 된다.

SBS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번외편에 출연한 배우 김혜수. ⓒSBS


이제부터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보자. 작가가 번외편에서 시청자들에게 건네고자 한 메시지는 아마도 이영조 역할을 한 김혜수가 수술 직전 돌담병원 의료인들에게 향한 말로 짐작된다. HIV감염인에 대한 극심한 편견과 무지에 의료인들조차 자유로울 수 없고, 그 공고한 편견의 시선과 근거 없는 두려움을 걷어내자는 중요한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다. 과거 MBC 드라마 ‘고맙습니다’에서의 사례처럼 에이즈에 대해 편견을 없애는 데 도움이 되는 드라마도 있었다. 그러한 점에서 ‘낭만닥터 김사부’처럼 대중적으로 시청자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드라마가 에이즈에 대한 공포와 편견을 깨트리기 위해 번외편을 통해 김혜수란 톱 배우를 출연시키면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고 볼 수 있겠다. 그래서 극적인 상황을 연출하기 위해 의료진들의 과도한 반응들도 어찌 보면 넘어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사실 실제로 우리의 현실 속에서 감염인이 감염내과가 아닌 의료기관에서 치료나 수술 요청이 있을 때 접한 의료진들의 반응과 너무 같아 불편하기도 했지만 통쾌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현실 속에서 이러한 경험 유무를 떠나 감염병에 관한 비전문가 의료진들이 논쟁하는 장면을 봤을 감염인 당사자들은 어땠을지도 궁금했다. 그리고 의료인들이 과민하게 반응하는 것에 대해 드라마에서 당연하게 면죄부를 준 것처럼 보이기도 해 안타까운 지점이다.


또한 극중에서 감염인을 다루는 접근 방식도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다. 감염인 자신이 직접 병에 대해 의료인들에게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의료인이 주위 의료인들에게 설명하고 설득한다. 재중동포 여성이라는 설정 때문이라 하더라도 이는 설명될 수 없는 것이고, HIV 감염인이라고 해서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한 부당함을 의료기관, 의료인들에게 말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당사자가 주체적으로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고, 의료기관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문제제기할 수 있을 여지조차 극에서는 보여주지 않고 있는 것은 지극히 감염인을 대상화하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안타까운 지점은 수술 전 취한 조치다. 김사부는 수술방에 들어가는 의료인들에게 수술을 위한 조치로 보호안경 및 1회용 수술가운 착용, 그리고 장갑도 꼭 2장을 끼라고 지시한다. 엄중식 교수(한림대 강동성심병원 감염내과)께 여쭤보니 이러한 조치는 에이즈 환자에게만 해당하는 게 아니라 모든 환자에게 행하는 모든 수술 시에 취해야한다는 것이라 한다. 극중에서 에이즈 환자와 동시에 옆 수술실에서 총탄제거수술이 진행되는데 여기서는 의료진이 보호장구를 제대로 갖추지 않고 수술을 하는데 이게 더 문제라는 것이다. 이영조의 얼굴에 피가 튀기도 하는데 말이다. 그리고 HIV에 대해 특별한 소독방법이 필요하지 않고, 수술 후 24시간 수술실을 폐쇄할 필요가 없다. 즉 해야 할 것(총탄제거수술 시에도 보호장구를 착용하고 수술 후 수술실 소독과 청소를 해야한다)은 하지 않고 하지 않아도 될 것(에이즈환자 수술실 24시간 폐쇄)을 강조하였다. 두 수술 장면이 대비되면서 에이즈환자 수술 시에는 특별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점, 의료진이 더 큰 위험을 감수하고 있다는 점이 부각된다. 이런 설정이면 수술 받은 에이즈환자는 돌담병원에 미안한 마음이 들것이다. 에이즈환자 수술을 막던 돌담병원 직원들의 언행에 대해 ‘더 무서운 건 당신들의 편견이에요’라고 이영조가 일갈하지 않았던가. 환자에게 미안함이 들게 하는 모든 것은 마땅하지 않다. 

질병관리본부, 「표준지침 및 전파방법에 따른 주의 지침」中

수술실은 감염관리가 특히 중요하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할까? 극중에서는 그 여성이 에이즈환자라는 것을 알고 있는 상태다. 자신이 감염성 질환이 있는지를 모르거나 감염성 질환 진단을 받지 않은 환자에게는 어떻게 할 것인가? 혹은 진료거부나 차별적 행태가 두려워 자신의 감염성 질환을 문진과정에서 말하지 않는 경우는 어떻게 할 것인가? 누가 위험한 병원체를 보유하고 있는지 완벽하게 확인하는 것은 현재 의학기술로 불가능하다. 따라서 감염관리지침은 이 모든 경우를 고려하여 마련할 수밖에 없다.


1987년 미국 질병통제센터(CDC)에서는 어떤 환자의 검체가 HIV를 포함한 혈액 전파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없으므로 모든 혈액과 특정 체액은 전염성이 있는 것으로 간주하도록 하는 보편 주의지침(universal precaution)을 제정하였다. 1996년에는 혈액 외에 체액, 땀, 눈물, 가래, 콧물 등의 신체분비물과 소변, 대변 등의 배설물, 개방성 상처부위 모두를 잠재적 오염원에 포함시켜 이에 대한 노출을 피하도록 표준 주의지침(standard precaution)을 마련하였다. 따라서 보편 주의지침 및 표준 주의지침은 환자 구분 없이 모든 환자의 혈액, 체액, 분비물, 배설물 등과의 직접적 접촉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고, 지금까지 변함없는 감염관리원칙이다.


HIV 감염인을 감염의 위험 때문에 진료를 거부하는 의료기관은 보편 주의지침 및 표준 주의지침을 지키지 않아 감염관리가 엉망이거나 HIV에 대한 편견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둘 중 어느 하나이든 의료기관으로서의 자격이 없긴 매한가지다. HIV 감염인을 진료할 수 있는 병원은 다른 환자들에게도 안전할 수 있는 병원이다.


아쉬운 점이 많은 것을 그냥 넘어갈 수는 없을 것 같아 이렇게 글로 정리해봤다. 그리고 이러한 내용들이 자주 기록되고 기억되어야 좀 더 세심한 접근들이 가능해질 수 있을 것이다. 현 방송 제작환경에서 이러한 비판이 오히려 소재로 다루기 어렵게 만든다고 할 수 있지만, 미디어의 영향력을 실제로 체감하고 있을 관련 종사자들이라면 세심한 접근은 더욱 요구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감염인 현실이 사회적으로 더 드러나야 하고 이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는 것은 우선 반가운 일인데 감염인 인권의 측면에서 잘 다루어주면 좋겠다. 최소한 질병관리본부에서 내놓은 언론과 미디어를 위한 가이드라인들도 꼭 참조해주길 바란다. 드라마의 제목에서처럼 낭만을 표방해서 이상적 결말을 만들어 내려 하지만 그 과정 속에서 다루어지는 이야기는 낭만이 아닌 엄연한 현실 속의 이야기이고 그 당사자들이 존재하고 있으니 더욱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 당사자들이 감동할 수 있는 드라마가 정말 낭만적이고 감동적인 드라마이다.

2016년 9월 26일 HIV감염인 신장투석 거부한 세브란스 병원 국가인권위 진정 기자회견 중 ⓒ한국HIV/AIDS감염인연합회 KNP+


P.S. 이 글을 작성하는 데 권미란 활동가(에이즈환자 건강권 보장과 국립요양병원마련 대책위)와 친구사이 회원들, 친구사이의 남성동성애자 HIV/AIDS 자조모임 '가진사람들'의 도움이 컸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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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걸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사무국장 beminor@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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