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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 소규모화 정책은 시설 유지·증식 정책일 뿐이다
국회입법조사처 ‘장애인거주시설 소규모화 정책의 개선방안’ 분석
등록일 [ 2017년02월03일 15시52분 ]

대규모 장애인거주시설이 반인권적이라는 사실은 장애계뿐만 아니라 국가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정부는 폐해를 해결하고 자립생활에 대한 장애인의 요구에 부응하고자 2008년 시설 소규모화를 지원하는 ‘장애인거주시설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2011년에는 장애인복지법 개정을 통해 장애인거주시설 인원을 최대 30명으로 제한하고, 소규모 시설인 공동생활가정(그룹홈)과 단기거주시설 등을 장애인거주시설 유형에 포함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장애인복지법 개정 이후 정부 정책을 점검하는 현안보고서 ‘장애인거주시설 소규모화 정책의 개선방안’을 지난 31일 발표했다. 이를 통해 지난 5년간 정부의 시설 소규모화 정책과 개선 방향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보고서에 드러나는 정부의 정책 방향은 장애계가 주장하고 있는 탈시설, 자립생활 정책과 달리 시설을 그대로 유지하거나 오히려 시설의 증식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모양새다.
 
시설 소규모화 정책 5년, 여전히 건재한 대규모 시설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장애인거주시설 수는 총 1484곳, 거주인은 3만 1222명으로 집계됐다. 시설 수로 보면 소규모 시설 형태인 그룹홈이 717곳으로 가장 많았고, 지적장애인 시설 321곳, 중증장애인 시설 233곳 순이었다. 그러나 거주인 수로는 지적장애인 시설이 1만 2369명, 중증장애인 시설이 1만 1314명으로 대다수고, 그룹홈 거주인은 2899명에 그쳤다.
 
2011년 장애인복지법 개정 이후에도 시설 수와 인원은 꾸준히 증가해왔다. 2015년 시설 수는 2012년 대비 136곳, 거주인 수는 582명 증가했다. 단, 지체, 시각, 청각, 언어장애인 시설 수와 거주인이 꾸준히 줄어들었으나, 지적, 중증장애인 시설, 그룹홈 등의 시설 수와 거주인은 늘었다.
 

2015년 기준 규모별 시설 수는 100인 이상 39곳, 31~99인 278곳, 30인 이하 1167곳으로 소규모 시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러나 거주인 수로 보면 100인 이상이 5734명, 31~99인이 1만 4459명, 30인 이하가 1만 1029명이었다. 30인 이하 시설 수가 압도적으로 많음에도 그곳에 사는 거주인은 고작 전체의 1/3 수준인 것이다. 시설 소규모화 정책이 시행됐음에도 여전히 건재한 거대 시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시설 규모별 장애인 거주시설 개수와 거주인 수 현황. (2015년 보건복지부 자료)

국회입법조사처가 제시하는 소규모화 촉진 전략 : 그룹홈 확대와 국가 지원 강화
 

보고서는 시설 소규모화 정책이 지지부진한 이유로 거대 시설에 유리한 국가의 인건비 지원 방식, 공동생활가정에 대한 국고 지원 부재, 미흡한 인력 지원 등을 꼽았다. 이에 국회입법조사처는 시설 소규모화를 촉진하기 위한 전략을 정부에 제시했다.

첫 번째는 인력 배치 기준과 시설 설치 기준 등 인프라를 조정해 입주자 정원을 축소시키는 전략이다. 기존 시설이 커질수록 인력이 늘어나는 인력 배치 기준을 조정해, 30인 초과 시설은 거주인이 늘어나도 더 많은 인력을 확보하지 못하도록 한다. 또한 30인 이하 시설의 경우 10명 단위로 인력 배치 기준을 세분화해 소규모 시설에는 적절한 인력이 제공되도록 한다는 것이다. 기존 4명당 1명만 지원되던 그룹홈 지원 인력도 1.5~2명으로 확대한다. 아울러 거주인 1인당 확보해야 하는 면적을 확대해 기존 시설의 정원을 축소하도록 한다.
 
두 번째는 거주 장애인들의 생활 단위를 그룹홈 등 소그룹으로 분리하는 기능 보강 전략이다. 독립형, 간헐 지원형, 집중지원형 등 다양한 그룹홈 유형을 개발하고, 시설에서 그룹홈을 만들고 운영할 때 국고보조금을 지원함으로써 이를 촉진하자는 의도다.


세 번째는 사회복지법인이 시설을 매각해 소규모 시설을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자산 대체 전략이다. 현재는 사회복지재단이 시설을 처분할 때 본래 목적한 사업 목적과 달라지므로 재단이 쉽게 시설을 팔 수 없다. 따라서 ‘사회복지사업법’을 개정해 재산 매각 조건을 완화하자는 것이다.

또한 보고서는 시설 규모가 작을수록 국고보조금을 더 많이 지원하고, 장애인복지법에 10년 이내에 시설 소규모화를 이행하는 조항을 추가하는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장애인 당사자가 정부에 장애인 시설 정책 폐기와 탈시설 정책 시행을 촉구하고 있다.

시설의 자산 증식, 유지 수단으로 전락하고 말 시설 소규모화 정책

 
그러나 정부와 국회가 제시하는 시설 소규모화 정책은 자칫 시설을 다른 형태로 바꿔 유지하거나, 시설의 몸집을 불릴 수단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먼저 보고서에 따르면 시설 소규모화 정책을 위해서는 시설에 대규모 예산을 투입할 수밖에 없다. 현재 시설 인건비와 운영비는 70%에서 100%까지 국고와 지방 예산으로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2011년 보건복지부의 추정에 따르면 기존 101인 이상 시설을 30인 이하 시설로 개편하기 위해서는 인건비 1722억 원, 운영비 192억 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이는 2017년 장애인복지시설 지원 예산 4844억 6500만 원의 39.5%에 해당하는 큰 금액이다.
 
그룹홈을 확충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에 따르면 2015년 각 지방자치단체는 그룹홈 1개소에 적게는 연간 488만 9000원에서 6000만 원까지 관리운영비, 종사자 1인에 대한 인건비와 특별 수당, 대체 인력 인건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 보고서 방안대로 그룹홈 국고 지원을 확대하고 지원 인력을 늘리게 되면 국가가 시설에 들이는 예산은 더 많아진다.
 
시설의 재산 매각 조건을 완화하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시설은 비록 민간 사회복지법인이나 개인의 소유이지만 재산을 마음대로 처분할 수 없다. 시설 자체가 국가 지원으로 형성·운영되며, 국가를 대리해 장애인 복지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는 성격 때문이다. 이러한 규제가 사라진다면 시설이 재산을 사유화할 위험은 더 커진다.
 
이 점을 우려해 보고서에서도 시설 소유주가 사적 이익을 편취하지 못하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다만 재산 처분에 규제가 더 심했던 과거와 현재에도 시설과 사회복지법인은 시설 운영을 세습해 사실상 사적인 자산으로 운영해온 경우가 많았고, 그룹홈, 체험홈 등 공인된 수단을 통해 자산 증식을 도모해왔다. 안전장치가 있다고 하더라도 시설의 자산 증식을 막을 수 있다고 장담하긴 어렵다.
 
무엇보다도 정부와 국회가 제시하는 소규모 시설은 장애인들이 원하는 주거 형태가 전혀 아니다. 2014년 복지부 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인들의 살고자 하는 주거 유형은 자가 주택이 95.5%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그룹홈은 1.3%, 일반 거주시설은 0.5%로 미미했다. 그런데 이 방안에는 그룹홈과 소규모 시설을 확대하는 전략만 있을 뿐 장애인의 자가 주거를 확대하기 위한 시설 자체의 축소 방안은 찾아볼 수 없었다.
 
결국 정부와 국회가 주장하는 시설 소규모화 방안은 장애인을 단일한 거대 시설에 수용하느냐, 작은 그룹홈 혹은 시설이 모인 타운에 분산해 수용하느냐는 껍데기의 차이일 뿐이다. 장애인을 시설에 수용해 보호한다는 정부의 근본적 정책 자체는 변하지 않은 거다. 정부가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지 않고 시설 소규모화 정책을 추진한다면, 시설 폐쇄와 자립생활을 요구하는 장애인들의 반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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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홍식 기자 redspirits@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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