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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가 언제부터 ‘법률 기술자’들의 완장질 놀이터가 되었나?
이선애 인권위원의 헌재 재판관 지명으로 드러난 인권위의 초라한 실상
등록일 [ 2017년03월07일 15시19분 ]

언젠가부터 국가인권위원회는 국민들의 관심사에서 멀어졌다. 현병철이라는 인권 문외한이 2009년 7월부터 2015년 7월까지 무려 6년이나 위원장 자리에 알박기하는 동안 벌어진 일이다. 현병철과 함께 인권위에서는 자격 없는 인권위원들이 자리를 꿰차고 앉아 반인권적 결정을 내리는 일이 허다하게 벌어졌다. 세계국가인권기구연합으로부터 두 차례나 등급보류 결정을 받는 수모를 겪은 것도 이때의 일이다. 그리고 이제 인권위는 아무도 관심 두지 않는 ‘안물안궁(안 물어봤고 안 궁금하다)’의 조직이 되어버렸다.
 

지난해 11월 박근혜 대통령이 특검의 수사 선상에 오르자, 대통령 측은 인권위원 출신의 유영하 변호사를 변호인으로 선임했다. 검사 시절 나이트클럽 사장으로부터 향응을 제공받았다는 의혹,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의 가해자를 변론한 이력 등으로 인권위원 인선 당시부터 논란을 낳았던 그였다. 그러던 그는 지난해 임기 만료 2개월을 앞두고 돌연 인권위원직을 사퇴했다. ‘원조 친박’으로서 총선에 출마하기 위한 작업이라는 말이 돌았고, 역시나 그는 곧 빨간 새누리당 잠바를 입고 돌아왔다. 그러나 이미 알다시피 김무성 대표의 옥쇄파동으로 그의 출마 자체가 무산됐다. 이를 갈던 그는 결국 범법자 박근혜를 호위하는 방패로 돌아왔다.
 

그리고 바로 어제(3월 6일), 양승태 대법원장은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위원직을 맡고 있는 이선애 변호사를 헌법재판소 재판관으로 지명했다. 오는 13일 퇴임이 예정된 이정미 재판관(헌재소장 대행)의 후임이다. 대법원이 이정미 재판관 퇴임 전에 후임자를 지명한다는 설이 지난달부터 돌면서, 대통령 측은 후임자가 들어오는 마당에 탄핵심판 종료를 서두를 이유가 없다고 주장해 왔다. 대법원 측은 극구 부인하지만, 이번 성급한 후임자 지명은 박근혜를 위한 또 하나의 방패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게 대다수의 공론이다. 게다가 이선애 변호사는 올해 1월 12일 인권위원 연임으로 임기를 시작한 지 53일밖에 지나지 않았다. 그렇게 이 변호사는 잠시 인권위원 완장을 차다가 헌재 재판관으로의 영전을 앞두고 있다.
 

현재 국가인권위 인권위원 중 법조인 비율은 70%가 넘는다.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권리를 옹호하고 이를 위해 법조문에 대한 해석 이상의 가치판단적 업무를 수행해야 할 자리에 ‘법률 기술자’들만 넘쳐난다. 아니, 그저 기술자들에 그친다면 별문제도 아니겠지만 그들은 법률을 무기로 인권의 목소리를 틀어막는 일을 해왔다. ‘국가인권위 제자리 찾기 공동행동’은 지난해 인권위 침해구제2소위에서 다룬 서울구치소의 비정규노동자에 대한 알몸 검신 행위에 대해, 이선애 변호사가 가해자인 교도관의 말만 받아들여 증거가 없다며 진정을 기각시킨 바 있다고 지적했다. 유영하 변호사의 경우 2015년 3월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에 제출하는 정보노트 65개 쟁점 중 세월호, 성소수자 혐오 문제, 카카오톡 사찰, 통합진보당 해산 등 주요 쟁점을 삭제하는 데 깊이 관여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그들의 시야에는 법률의 창만 있었을 뿐 인권의 창은 없었다. 그들에게 인권위는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의 변호인으로 또는 헌재 재판관으로 영전하기 위해 잠시 거쳐 가는 자리였을 뿐이다. 그렇게 인권위는 출세지향적 법률 기술자들이 완장질 놀이를 하다 떠나는 허무한 공간이 되어버렸다.
 

그래도 인권위는 인권위다. 위원장이 장관급 대우를 받으며, 여러 인권 사안을 조사하고 이런저런 권고를 낼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위해 쓰여야 할 이 소중한 권한들이 언제까지 이런 ‘법비(法匪, 법을 가장한 비적무리)’들의 손아귀에 농락당하게 둘 것인가. 탄핵을 통해 박근혜를 떠나 보내야 할 역사적 시점에, 우리는 이 법률 기술자들 또한 반드시 인권의 영역에서 청산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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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금철 기자 rollingstone@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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