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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소개] 듣지 못하는 사람들의 따뜻한 목소리, ‘데프 보이스’
17년 간격으로 발생한 살인사건 미스테리 풀어가는 ‘코다’
푹 빠져 읽다보면 농인과 수화 이해하게 되는 입문서 역할 톡톡
등록일 [ 2017년03월13일 18시18분 ]
소설 <데프 보이스>, 마루야마 마사키 지음, 최은지 옮김, 13,000 원, 황금가지 ©황금가지
마루야마 마사키의 <데프 보이스>는 추리물의 공식을 착실히 따라간다. 17년 간격으로 벌어진 두 건의 살인사건, 두 사건을 연결하는 어렴풋한 고리, 이 고리에 숨겨진 비밀, 비밀을 쫓는 '외로운' 남자, 그리고 사라진 아이. '그렇고 그런' 추리물이 될 수 있는 이 책은, 그러나, 특별한 상수를 추가했다.
 
"법정의 통역사"라는 소설의 부제에서 확인할 수 있듯, 이 소설은 농인, 청인, 그리고 수화에 관한 이야기다. 수화와 농인, 그리고 코다(CODA, Child of Deaf Adult, '농인의 아이'라는 의미의 줄임말)의 이야기가 씨실과 날실이 되어 이야기를 직조해나간다. <데프 보이스>에서 농인은 가족애가 무척 강한 공동체로 그려진다. 그리고 이 '가족'의 범주는 '혈연관계'에 국한되지 않는다. 여기에는 같은 농인도, '들리는 농인'인 코다도 모두 포함된다. 주인공인 '아라이'는 코다이다.
 
그는 청인이지만 코다이기에 농인의 특성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는 개념적이고 추상적인 내용을 농인이 이해하기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고유의 문법체계를 가진 '일본 수화'와 음성일본어에 손의 움직임을 끼워 맞추는 '일본어 대응 수화'의 차이를 안다. 그렇기에 아라이는 제대로 수화교육을 받지 못해 '홈사인(정식 수화가 아니라 제스처에 가까운 단순한 동작들)'만을 사용하는 농인이 '묵비권'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법정에 서 있다는 것을 재판관에게 설명하고, 상대방에 따라 '일본 수화'와 '일본어 대응 수화'를 선택해 능란하게 사용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라이는 겉돌아 왔다. 가족 구성원 중 유일한 청인이었던 그는 농인과 청인의 경계에서 늘 외로웠다. 늘 가족과 세상 사이의 통역을 담당해야 했던 삶은 너무 어렸던 아라이에게는 도망치고 싶었던 짐이었다. 어린 시절 겪었던 혼란스러움으로 인해 아라이는 자신의 코다로서의 정체성으로부터 달아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정작 그의 행동을 보면, 그는 코다인 자신의 정체성으로부터 도망치지 못한다. 아니, 도망치지 않는다. 그는 코다로 자라오면서 터득한 유려한 수화통역과 농사회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사건의 중심, 즉 농인과 코다의 세계 한가운데로 걸어 들어간다.
 
농아시설 '해마의 집'에서 17년 간격을 두고 발생한 살인사건에 얽힌 비밀을 풀어가는 과정을 밟아가면서 아라이는 다양한 농인을 만나며 그들을 더욱 깊게 이해하고, 또 자신과 같은 사람들을 만난다. 그리고 이 여정을 마치고 다시 과거와 조우한 그는 자신이 선 곳을 마주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 있다.
 
작가 마루야마 마사키는 "왜 농인에 관한 이야기를 쓰려고 생각했는가"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며,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장애를 가진 사람을 주인공으로 하는 소설이나, 영화, 드라마는 과거에도 많이 있었는데 모두 '장애인은 불쌍하다', '그렇지만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라는 시점에서 그려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어떠한 장애를 갖고 있다'라는 점이 분명 특별한 것이라고 해도 장애가 마이너스적인 요소도, 반대로 칭찬할 만한 요소도 아니라, 장애를 갖지 않은 사람이라도 공감할 수 있는 종류의 갈등으로 그릴 수 없는지 생각했다."
 
소설은 아라이가 비밀을 풀어가는 여정을 착실하게 따라가면서도, 농인과 수화의 특성에 관한 자세한 설명도 놓치지 않는다. 농인에 관해 거의 아는 바가 없을 독자들을 위해 수화와 농사회의 특성을 설명하는 작가의 친절함 덕분에, <데프 보이스>는 농사회와 수화에 대한 이해를 돕는 훌륭한 입문서 역할을 한다.

물론, 친절한 설명은 종종 줄거리 진행을 느슨하게 만들어 버리기도 하지만 재미와 이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본 작품이 많은 사람들에게 '들리지 않는 사람'과 '수화'를 이해하는 '입구'가 된다면 저자로서 기쁠 것"이라고 밝힌 저자의 의도가 잘 반영되었다는 것만으로도 <데프 보이스>는 충분히 권할 가치가 있다. 재미까지 있으니 두 번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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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별 기자 hbchoi1216@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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