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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만든 정신질환 체크리스트, ‘엉망진창’ 비판 쏟아져
구금자 정신건강 구분 위해 고안된 영국 매뉴얼 그대로 들여와
"신뢰성도, 타당성도 없는 체크리스트 당장 철회해야"
등록일 [ 2017년03월15일 20시35분 ]

강남역 살인사건 직후 강신명 경찰청장은 정신질환자에 대한 체크리스트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당시 이는 ‘경찰관도 정신질환으로 자·타해 위험이 의심되는 사람에 대한 강제입원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한다’는 개정 정신보건법(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아래 정신건강복지법) 제44조 2항과 맞물리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지난 2월 일선 현장에서 정신질환자의 자·타해 위험성을 손쉽게 판단하겠다는 목적으로 ‘정신건강 체크리스트’를 만들었다. 현재 경찰은 이 매뉴얼을 일선 경찰관서에 하달하고 보건복지부 협조를 얻어 전국 정신의료기관과 정신보건센터에 배포하여 활용할 계획이다. 이에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정신장애인복지지원법추진공동행동 등은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경찰청의 정신장애인 체크리스트 관련 긴급 집담회를 열었다. 

- 경찰 체크리스트 실제 적용해봤더니… 지역사회 정신장애인 절반 이상이 ‘고위험군’
 

경찰 체크리스트는 총 11개의 문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질문은 △정신과 진료를 받은 적이 있습니까? △지금 정신과 진료를 받고 계세요? (혹은) 받을 예정이세요? 라며 병력 관련 질문부터 △누군가 당신을 방해하거나, 조종한다고 느낀 적 있으세요? △주변에 아무도 없는데 사람 목소리가 들린 적이 있으세요? 등의 는 망상 관련 질문이 있다. 또한, △지금 자해(자살)하고 싶은 생각이 강하게 듭니까? △(최근에) 힘들어서 차라리 죽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한 적 있으세요? 등의 질문으로 이뤄져 있다. 질문 해당 여부에 따라 응답자는 응급의뢰, 비응급의뢰, 비의뢰 세 가지로 분류된다. 

이날 박재우 서초열린세상 관장은 지난 7~8일 양일간 서울에 사는 정신장애인 190명에게 경찰 체크리스트를 실제 적용한 결과를 발표했다. 단, 11번 항목은 경찰관이 직접 관찰하여 정보를 기입하는 문항이어서 조사 내용에서 배제했다.
 

경찰이 만든 정신건강 체크리스트
조사 참가자 중 조현병이 156명(82.1%)이었으며, 유병 기간은 20년 이상이 33.7%로 가장 많았고 10~20년 미만이 29.5%, 5~10년 미만이 16.8%였다. 경찰 체크리스트 적용 결과, 고위험군이 109명, 중위험군이 81명으로 조사됐다. 체크리스트에 따르면 고위험군은 “현재 정신질환의 심각한 증상 증후가 있는 자(자해, 자살사고 및 계획, 환청 또는 심각한 우울한 기분의 상태)로 응급입원을 고려해야 하고 정신보건전문요원과 협조하는 것이 필요”한 응급의뢰 대상이 된다. 그러나 실제로는 고위험군의 57.8%, 중위험군의 61.4%는 최근 3년 이내에 정신병원에 입원한 경험이 없다.
 

박 관장은 “정신질환자의 자·타해 위험성 판단은 현재 시점을 기준으로 해야 하는데 경찰은 과거에 그런 경험이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과거에 그랬다고 이 사람이 현재 위험하다는 건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면서 “이 도구는 신뢰도도 타당성도 없으며 ‘정신질환=위험하다’는 편견에 끼워 맞춘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관장은 “자·타해 위험을 예측하는 건 미래를 예측하는 거다. 고도의 전문적인 판단이 필요하다”면서 “경찰은 일선 현장에서 자·타해 위험을 손쉽게 판단하려고 제작했다는데 애초에 손쉽게 판단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이어 “지금 경찰은 범죄예방 목적과 정반대의 행위를 하고 있다. 정신질환 있는 사람이 범죄를 일으키는 건 치료받지 않아서다. 과거 정신과 치료받은 것으로 범죄자 취급을 하면 점점 더 숨어든다.”면서 “정말 예방을 하려면 ‘정신질환으로 치료받고 약 먹는 게 별다를 게 없다’는 인식이 사회적으로 수용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금자 정신건강 구분 위해 고안된 영국 매뉴얼 그대로 들여와
“법적 하자 있으므로 체크리스트 무효”


사실 경찰의 체크리스트는 애초에 잘못된 것이었다. 이는 영국 경찰의 PolQuest를 번역한 자료인데, 형사사건으로 구류된 사람 중 정신건강서비스가 필요한 사람을 구분하기 위해 고안된 도구다. 이에 대한 유의점으로 매뉴얼은 ‘구금자를 위한 것’이라고 대상을 분명히 하고 있으며, 이 스크리닝은 정신건강문제를 진단할 수 없으며 위험사정도 아님을 명시하고 있다.
 

정신건강서비스와의 연계를 위해 설문 결과도 응급의뢰, 일반의뢰, 비의뢰 등으로 구분하고 있다. 응급의뢰는 사법정신건강연계부서에 의뢰하여 진단받는 것이며, 일반의뢰는 사회복지사에게 의뢰하여 귀가시키거나 세밀한 진단이 필요한 경우 다시 사법정신건강연계부서를 통해 진단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용표 가톨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체크리스트의 응급‘의뢰’ 대상을 응급‘입원’ 대상으로 이해해선 안 된다. 응급의뢰는 말 그대로 신속하게 보다 자세한 진단을 위한 절차”라면서 “정부는 응급의뢰가 응급입원으로 이해되는 경로를 억제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른쪽) 김도희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 변호사, (왼쪽) 박창호 경찰청 생활질서과 과장  

경찰청의 체크리스트가 법적 하자가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김도희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 변호사는 “이는 강제입원이라는 강제적 인신구속의 임의성과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면서 “정신건강복지법의 차별받지 않을 권리, 자의입원이 우선되어야 할 권리 등 기본 이념에 위배될 소지가 크며 직무권한의 범위를 일탈하고 규율목적의 한계를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한 “아무리 공권력을 가지고 강제수사권이 있는 경찰이더라도 영장도 없이 자의적 기준으로 강제구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법치행정주의 및 적법절차 원칙에 위반된다”면서 “경찰 의뢰로 이를 개발한 교수조차 짧은 기간 등으로 충분한 검토가 없었다고 언론에서 인정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따라서 김 변호사는 “행정규칙은 그 하자가 명백하면 무효인데 이 체크리스트는 형식적 하자뿐만 아니라 내용적 하자 또한 중대해서 명백한 무효라고 판단된다”면서 “이는 공권력으로 헌법상 신체의 자유, 자기결정권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한 것으로 헌법소원의 대상이 될 수 있고, 공무원이 직무집행시 고의 또는 과실로 위법하게 손해를 가하면 국가 배상청구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경찰의 체크리스트에 복지부도 반대 의사를 보였다. 석상준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 사무관은 “인권과 안전, 두 가치가 상충된다고 생각지 않는다. 사회적 안전도 개별적으로 보면 인권이 보호되어야 하는데 그런 측면에서 체크리스트 시행은 아니라고 본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비판에도 경찰이 체크리스트를 철회할 의사는 없어 보였다. 박창호 경찰청 생활질서과 과장은 “정신보건법 26조(개정 전)에 따르면 경찰에 의한 응급입원은 △정신질환자로 추정될 것 △자·타해 위험성 △급박한 상황 이 세 가지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 체크리스트는 정신질환 여부만 추정할 수 있다.”면서 “자·타해 위험성과 급박성에 대해선 별도의 엄격한 판단 기준을 마련해 인권침해가 없도록 신중히 집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경찰 입장 발표에 집담회 현장에선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한 참석자는 “개정 정신보건법에 근거해서 경찰이 이 행정규칙 만든 것 아닌가. 근원적인 해결책은 개정법에서 해당 조항을 삭제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 변호사는 “박창호 과장님은 체크리스트가 ‘정신질환 추정’에 대한 부분이라고 했으나 경찰이 진선미 의원실에 보낸 자료엔 분명 ‘자·타해 위험성을 판단할 수 있는 체크리스트’라고 되어 있다”면서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논의하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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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민 기자 skpebble@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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