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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성스러움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교황 즉위 4주년 기념 미사에서 벌어진 기습 시위
등록일 [ 2017년03월24일 19시04분 ]

아득하게 높은 천장. 스테인드글라스로 둘러싸인 성당 벽면. 성경 한 구절이 분명할 그 그림의 내용을 알지 못해도, 성당 내부는 이미 압도적으로 아름다웠다. 아니, 성스러웠다.
 

“요단강 저편에는 영원 안식 있네.”
 

'십자가에 가까이' 성가 2절이 끝나자, 활동가들이 손펼침막을 들고 제단 앞으로 나서며 외쳤다.
 

“천주교는 희망원 사태 해결하라!”
“천주교 신자 여러분, 이렇게 서게 돼서 죄송합니다.”

22일 명동대성당 대성전에서 열린 ‘교황 즉위 4주년 기념 미사’에서 대구시립희망원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기습 시위가 벌어졌다.

진압되는 데는 3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한 활동가는 신자에게 뺨을 맞고, 또 다른 활동가는 끌려 나오면서 바지가 무릎까지 찢어졌다. 취재 방해도 당연했다. 미사포를 쓴 신자는 “대구희망원 사건에 천주교는 대답해주세요!”라고 외치는 활동가에게 “성스러운 미사 시간에, 나가서 해!”라고 다그치며 기어이 밖으로 끌어냈고, 전례복을 입은 신자들은 장애인의 휠체어를 밀어 바깥으로 내쫓았다. 곧 성당 문은 닫혔다.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유일한 통로도 잠겼다. ‘교황 즉위 4주년 기념 미사’가 있었던 22일 저녁 6시, 명동대성당 대성전에서 있었던 일이다. 그 날, 대구시립희망원대책위원회 활동가 30여 명은 천주교가 대구시립희망원 문제 해결 주체로 적극 나설 것을 촉구하며 기습 시위를 벌였다. 
 

잠시 뒤, 이들은 또다시 그 ‘성스러움’을 찢고 들어갔다. 미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고, 뒷문 쪽에서 활동가 두세 명이 손펼침막을 들고 서 있었다. 성당 관계자로 보이는 한 남성은 활동가들의 펼침막을 조용히, 그러나 강압적으로 빼앗았다.
 

- “하느님의 이름은 자비입니다.”
 

제단에선 주교회의 홍보국장 이정주 신부의 대독으로 주한 교황대사 오스발도 파딜랴 대주교의 강론이 진행되고 있었다. "하느님의 이름은 자비입니다." 성당은 여전히 아름다웠다. 미사포를 쓴 사람들은 손을 모으고 거룩하게 예배를 드리고 있었다.
 

저녁 7시, 미사가 끝나자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다. 교황 선출 4주년 기념 감사미사를 주례한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히지노 대주교(광주)의 모습이 활동가들 눈에 띄었다. 활동가들이 그를 쫓아 달렸다. 활동가들이 계속 쫓아오자, 그는 이들을 피해 내달리기 시작했다. 그를 호위하는 성당 관계자들도 함께 내달렸다. 김 대주교가 주차장에 세워진 커다란 트럭 사이로 숨었다. 활동가들은 그가 빠져나갈 단 하나의 틈도 주지 않은 채 에워쌌다. 그 좁은 공간에서 성당 관계자와 활동가들 사이에 험악한 말이 오가고 서로 밀고 밀치는 몸싸움이 계속됐다.
 

“이 면담 요청서를 받아주세요. 대구시립희망원 사태, 천주교 차원에서 나서서 해결해주세요. 제발 부탁드립니다.”
 

헐떡거림과 울먹임이 뒤범벅된 목소리가 마이크를 타고 터져 나왔다. 면담요청서를 내밀었다. 김 대주교는 미소만 짓고 손펼침막을 바라볼 뿐, 아무 응답도 하지 않았다. 김 대주교를 막아선 성당 관계자가 말했다. “이 분은 대구교구가 아닙니다. 대구 가서 요구하세요!”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히지노 대주교(가운데)가 희망원대책위 활동가들에게 둘러싸인 채 그들이 들고 있는 현수막을 바라보고 있다.

10여 분의 실랑이 끝에 한 성당 관계자가 마지못해 면담요구서를 받았다. 활동가들은 누구에게 전달하고 언제까지 답을 줄 것인지 재차 물었다. 그때, 김 대주교가 또다시 내달렸다. 그 옆 성당 건물로.
 

“도망가지 마시고 답변해주세요. 답변을 달라구요! 왜 도망가세요!”
 

활동가들이 다시 뒤쫓아 달렸다.
 

- 부정의를 비호하는 성스러움, ‘신성모독’으로 깰 수밖에

2014년 8월에도 그랬다. 프란치스코 교황 한국 방문 일정에 음성 꽃동네가 있었다. 그때 장애계는 교황이 장애인시설 꽃동네가 아니라 장애인들이 2년 넘게 농성하고 있는 광화문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농성장에 방문해줄 것을 천주교에 거듭 요청했다. 당시 명동성당 앞에서 몇 차례 기자회견이 열렸다. 휠체어 탄 장애인들이 부복기도 한다며 명동성당 앞에 누웠던 날, 명동성당 관계자는 “성스러운 명동성당을 더럽히지 마라. 오늘의 죄를 용서받고 회개하라.”라고 외쳤다.
 

성스러움이란 대체 무엇인가. 2014년 8월과 2017년 3월. 나는 그곳에서 종교의 신성에 대한 맹목적인 광기를 본다. 종교는 오직 권위로서만 작동한다. 신자들이 예(禮)와 경(敬)을 다할 때만 권위는 살아있다. 경을 다하지 않은 불경(blasphemous)이란 그들에게 신성모독(blasphemy)이다.
 

그런데 만약 부정의한 현상이 성스러움을 가장하고 나타난다면? 성스러움이 그것을 비호한다면? 지금 천주교는 차마 비판할 수 없는 신의 권위를 이용하여, 세속과 분리된 성전의 순결한 장소성을 강조함으로써 그 어떤 비판도 차단하려는 것 아닌가. 그렇지 않다면, 천주교는 자신들이 37년 동안 운영한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발생한 장애인 사망사건, 횡령 문제에 왜 침묵하는가. 왜 대구교구의 문제라고, 신부 개인의 일탈이라고 치부하는가.
 

미사 방해는 더없는 신성모독이다. 그러나 성스러움으로 비호하는 부정의를 깨뜨리는 유일한 방법은 불경함일 수 있다. 이것이 어떤 이들에겐 더한 성스러움의 탄생이다.
 

한국 천주교에게 묻는다. 그날 신은 어디 있었는가. 그곳에 있었다면 비명 지르는 이의 뺨을 때리고 내쫓지 않았으리라. 이는 율법을 공부하고 신과 신자들을 이어주는 사제들이 더욱 잘 알 것이다. 비명 지르고 우는 이들을 내쫓고 당신들이 지키고자 했던 권위는 누구의 권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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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민 기자 skpebble@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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