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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 10년, 실효성 위한 법 개정이 필요하다
까다로운 구제 조치 완화하고 자기결정권 보장하는 방향으로 개정되어야
등록일 [ 2017년04월04일 21시52분 ]

국가인권위원회,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이 장차법 제정 10주년을 맞아 장차법 개정안 의견 수렴 토론회를 4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개최했다.

이에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와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은 4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장차법 제정 10주년 토론회를 열고, 장차법의 실효성을 높일 개정안을 논의했다.


장애인 당사자들의 적극적인 입법 노력에 힘입어 2007년 제정된 장차법은 장애인 인권을 향상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장차법은 어떤 행위가 장애인 차별인지, 장애인 차별을 구제하려면 국가와 사회가 어떤 조치를 해야 하는지 법적인 판단 기준을 제시했다. 또한 장애인을 보호하고 시혜를 베푸는 것에서 장애인의 인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사회적 인식을 전환했다.
 

그러나 장애계와 법조계 등은 장차법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해왔다. 실제로 2014년 보건복지부의 장애인실태조사를 보면 장애인 당사자 중 68.4%가 여전히 차별을 겪고 있었다. 보건복지부와 인권위가 지난해 시행한 장애인차별금지법 이행 실태 모니터링에서도 응답자 중 55%가 장애인 차별이 많다고 응답했다.
 

장차법의 실효성을 저해하는 주요 이유 중 하나는 차별을 구제하는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에 있다. 장차법 시행 이후 지난해까지 인권위에 접수된 장애인 차별 진정사건 1만 77건 중 실제로 차별 시정 권고로 이어진 경우는 3.8%인 383건에 그쳤다. 조사 과정에서 차별이 해소된 경우를 포함하더라도 37.2%인 3723건에 불과했다. 법무부가 차별 시정 명령을 내린 경우는 10년간 단 두 건, 법원이 차별구제소송에서 승소 판결을 내린 경우는 4건 뿐이었다.
 

아울러 장차법 제정 당시 발달장애인과 정신장애인에 대한 권리가 구체화되지 않았던 탓에 장차법 37조 외에 정신적 장애인에 대한 차별금지 조항은 거의 마련되지 못했다. 정보 통신의 발전과 성평등 의식 확산 등 시대 변화를 법이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도 장애계 등이 주장해온 주요한 문제점이었다.

 

 

장차법 개정 방안에 대해 발제한 박종운 변호사.

장차법 개정, 차별 구제 요건 완화하고 시대 변화 반영해야

박종운 법무법인 하민 변호사는 장애인법연구회 차원에서 장차법의 실효성을 높이는 개정 방안을 제시했다. 먼저 장애인 차별 구제 방안으로 ‘피해의 정도가 심각하고 공익에 미치는 영향이 중대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만 발동되던 법무부의 차별 시정명령 요건을 완화할 것을 요구했다. 차별행위를 처벌하는 과정에서도 고의성, 보복성, 피해 정도를 엄격하게 판단하는 조항도 삭제를 제안했다. 장애인 개인뿐 아니라 인권단체도 법원에 권리구제를 청구하도록 하는 단체소송으로 차별 구제 창구를 넓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더해 국가와 지자체가 적극적인 차별 해소에 나서도록 산하에 장애인 차별 담당관을 두고, 인권증진 교육을 계획하고 시행할 의무를 규정할 것을 제안했다.
 

아울러 시대 변화를 반영하여 정신적 장애인 관련 조항도 추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37조엔 “정신적 장애를 가진 사람의 특정 정서나 인지적 장애 특성을 부당하게 이용하여 불이익을 주어선 안 된다”고 추상적으로 담고 있는데, 정신적 장애인이 겪는 구체적인 차별을 명시한 뒤 이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쉬운 그림, 쉬운 설명, 의사소통 조력인, 의사소통 보조기기 등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도록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성평등 의식이 확대되는 상황을 반영해 임신, 출산, 보육, 가사 등에 대한 편의제공 내용을 장애여성뿐 아니라 모든 장애인에게 적용하도록 조항 변경을 제안했다. 모바일 기기로 정보에 접근하는 상황을 고려해 정보접근성 보장 항목에 웹사이트뿐 아니라 모바일 앱도 포함할 것을 요구했다.
 

이외에도 고용, 교육, 재화와 용역, 사법·행정절차에서 차별금지 주체와 영역, 편의 제공 내용들을 보다 구체화하고, 그동안 문제로 지적됐던 의료적 차원의 장애 정의는 사회적 요인을 포함하는 방향으로 수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애인 자기결정권 강화하는 법 개정도 필요해
 
다른 발제자와 토론자들도 장차법 개정 방향에 대해 의견을 보탰다. 제철웅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장애인의 자기결정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 교수는 “가족, 친족, 그 밖의 관계인이 장애인의 사회보장수급권을 대행하는 일체의 규정이 장애인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점을 장차법에 명시해야 한다”라며 “장애를 이유로 자격을 제한하거나 권리행사를 박탈하는 (다른 법의) 결격조항을 없애도록 장차법에 규정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제 교수는 “장애인 본인 동의 없이 인신구속을 해서는 안 되며, 정신병원, 요양시설, 거주시설 등에서 자유를 구속하는 조치는 신체의 자유와 거주 이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점을 장차법에 규정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문희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사무총장은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는 차별 구제를 원하는 이에게 적절한 보상을 지급하고, 차별 행위를 하는 사람에겐 경각심을 일으킬 수 있다. 장차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징벌적 손해배상을 도입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사무총장은 “장애인 차별 진정이 인권위 진정 중 절반을 차지하는데, 관련 예산과 인력은 턱없이 모자라다. 한 명의 조사원이 연간 50여 건의 사건을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차별을 시정하는 기관에 적절한 예산과 인원을 지원하고, 장애인권에 대한 전문성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며 인권위의 효율적 운영을 위한 법·제도적 지원도 강조했다.
 
인권위는 이날 토론회를 시작으로 7일 대전, 13일 부산, 17일 대구, 18일 전주에서 토론회를 열고 개정 요구사항을 모아 향후 개정안 마련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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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홍식 기자 redspirits@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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