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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생 유괴사건이 '정신질환자'의 '계획된 범죄'라고?
조현병 10대 여성이 저지른 살인… 또다시 ‘정신장애인 마녀사냥’하는 언론
등록일 [ 2017년04월07일 19시13분 ]

지난 5일, 현직 의사가 아내를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그는 아내에게 수면제를 먹여 잠들게 한 뒤 약물을 주입해 살해했는데, 과거 심장마비로 병원 치료받은 기록을 근거로 병사 처리해 화장했다. 그는 아내와의 성격 차이로 가정불화가 있었고 아내가 자신을 무시했다고 진술했다. 대상도, 동기도 분명하며 의사라는 지극히 이성적인 사고를 가졌을 사람의 범죄다.
 

지난달 29일엔 인천에서 10대 여성이 초등학생을 살해한 사건이 일어났다. 가해자는 초등학생을 유인하여 자신의 아파트로 데려가 살해한 뒤 아파트 옥상 물탱크 지붕 위에 시신을 유기했다. 그는 학교를 자퇴했으며, 우울증이 악화돼 최근 조현병 판정을 받았다고 한다. 주기적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았으나 입원한 적은 없다. 조현병 병력이 확인되자 언론은 ‘정신질환자 범죄’라며, 이 사건이 마치 정신질환으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포털사이트에서 ‘10대 조현병’이라고 검색했을 때 검색되는 관련 기사들.

평등하지 않은 의심이 만들어낸 ‘정신질환자 범죄’

사람들은 정신장애인은 ‘불특정 대상을 향한 우발적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아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정말 그러한가. 사회 안전을 위해서라면 어떠한 범죄든 예상하고 막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의사의 아내 살인을 누가 예측하고 막을 수 있었을까? 치밀하게 계획된 범죄도, 우발적 범죄도 통제 불가능하다. 대상을 특정했든 안 했든, 발생 전까진 알 수 없다.
 

사실 기상천외한 강력범죄는 늘 발생한다. 그러나 의사가 환자를 시술하는 도중 성폭행했다고 한들 의사 집단 전체를 잠재적 성범죄자로 취급하지 않고, 교수가 제자에게 인분 먹이고 폭행해도 교수 집단 전체를 '또라이' 취급하진 않는다. 개개인이 '예외적 일부'로 취급될 뿐이다. 그런데 왜 정신질환 병력이 있는 사람이 범죄를 저지르면 그 집단 전체에겐 낙인이 찍히는 걸까? ‘정신질환자 범죄’는 평등하지 않은 의심과 통치 권력이 만들어낸 허상이 아닐까?
 

조현병 당사자들은 조현병이 악화되어 환청과 망상이 심해지면 치밀한 범죄 계획은 오히려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정신장애와 인권 파도손 대표 이정하 씨는 자신의 SNS에 “극도로 불안해서 무엇 하나 계획하에 할 수 없는 게 바로 조현병이 악화된 상태다. 계획에 따른 의식적·의도적 행동이 가능하다면 그건 이미 조현병 상태가 아니라 ‘지극히 정상적인 상태’라는 것”이라며 이번 사건을 정신질환에 의한 범죄로 모는 언론 행태를 비판했다.
 

사회는 정신병력이 확인되면 그를 ‘예외적 존재’로 취급하고, 그를 정신병원으로 ‘치워버리려고’ 한다. ‘환자의 치료=사회 안전을 지키는 것(치안)’이기에, 사회 안전이라는 대의적 차원에서 개인의 인신을 구속하는 강제입원은 사회적 지지를 얻는다. 이는 ‘정신질환자’라는 용어를 집요하게 유지하며, 정신질환을 한 개인의 문제로만 보는 시선과도 연결된다.
 

정신장애인의 보건을 다루는 정신보건법은 정신장애인이란 용어 대신 ‘정신질환자’라고 표현한다. 이는 사회구조와 개인의 서사가 복잡하게 얽혀있을 발병 가능성을 삭제하고 ‘개인의 질환’으로 축소해버리는 힘을 가진다. WHO를 비롯한 국제사회에선 정신질환(mental illness)보다는 정신장애(mental disorder)라는 표현을 더 선호한다. 나아가 사회심리적 장애(‘people with psychosocial disabilities)라고 칭하기도 한다. 개인적 상황도 무시할 순 없지만, 사회문화적 구조의 영향도 심대하다는 것이다.
 

그가 처한 구조적 상황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출 때, 문제는 다르게 읽힌다. 가해자는 정신장애가 있는 10대 여성이었고, 탈학교한 청소년이었다. 그는 학교생활에 적응이 어려워 자퇴했다고 한다. 그가 겪었던 어려움은 무엇이었을까. 자퇴 이후, 그의 일상을 채우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정신의료계, 정신장애인 공포 조장하며 ‘개정 정신보건법’ 여론몰이

이번 언론보도 행태를 예사롭지 않게 넘길 수 없는 이유가 하나 더 있다. 5월에 시행을 앞둔 개정 정신보건법 때문이다. 까다로워진 강제입원 요건으로 정신장애인 강제입원이 어려워진다고 주장하는 정신의료계는 이번 사건이 발생하자 정신장애인에 대한 공포에 편승해 ‘개정 정신보건법을 재개정해야 한다’고 또다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이 원하는 재개정 방향은 현재처럼 강제입원을 수월하게 하는 것이다. 환자의 치료받을 권리를 이유로 들지만 그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기엔 석연찮은 구석이 있다.
 

2014년 기준으로 정신의료기관에 입원한 7만여 명 중 강제입원 환자는 70%에 달하는 4만 7700여 명이다. 정신병원에선 강제치료와 격리·강박이 이뤄진다. ‘강제’입원됐으니 퇴원도 환자 마음대로 할 수 없다. 사실상 감금 상태다. 이러한 현실을 가장 잘 알고 있을 정신의료계 의사들이 그럼에도 강제입원 요건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자신들의 이권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정신장애인에 대한 공포를 확대·재생산하는 언론, 이를 부추기는 정신의료계. 정신장애인들에게 (의사들이 말하는) ‘치료받을 권리’ 외에 ‘지역사회에서 차별받지 않고 살아갈 권리’도 있는가. 정신장애인을 감금하는 법은 있지만 차별받는 정신장애인을 구제하는 법은 없다. 날마다 재앙처럼 쏟아지는 언론 보도 앞에서 지금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은 공포 속에 속수무책이다. 정신장애인이야말로 이 사건의 당사자인데, 사회는 왜 이들의 삶과 목소리엔 귀 기울이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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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민 기자 skpebble@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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