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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병원에 있는 29년간, 단 한 번도 투표하지 못했다
정신병원·장애인시설 참정권 문제, 개선되지 않아
33만 명에 달하는 거주불명자, 투표 실태도 알 수 없어
등록일 [ 2017년05월04일 21시38분 ]

- 정신병원에 있는 29년간, 단 한 번도 투표하지 못했다

조현병이 있는 김만석 씨(가명, 62세)는 경기도 Y 정신병원에 29년간 강제입원되어 있다가 지난해 9월 퇴원했다. 김 씨는 입원 기간 동안 단 한 번도 투표해 본 적이 없다. 투표가 가능한지도 몰랐다. 병원 관계자들이 선거에 대해 어떠한 안내도 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는 그와 함께 입원해 있던 사람들이 투표하는 모습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병원 내에서 투표하는 거소투표는 물론 병원 밖을 나가 투표하는 것도 본 적이 없다. ‘왜 우린 선거를 할 수 없냐’고 항의한 사람도 없었다.
 

지난 4월 국회의원 선거 때도 마찬가지였다. “작년 4월 국회의원 선거를 기억하느냐”는 기자의 물음에 김 씨는 “모르겠다”라고만 답할 뿐이었다. 그는 “병원에서 TV는 볼 수 있었지만 (선거 관련 정보는) 몰랐다”고 말했다.
 

김 씨는 사전 투표라는 게 있는 것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 그만큼 정신병원 내에선 참정권을 위한 기본 정보조차 차단되어 있었던 것이다.
 

현재 지역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는 김 씨는 이번 대통령 선거 때 처음으로 공보물도 받고 TV 토론회도 봤다. 4일에 사전투표를 한 김 씨는 “기분이 괜찮았다”면서 “올바른 대통령을 뽑으려고 했다”고 말했다.
 

- 정신병원, 거소투표 현황도 알 수 없어
 

정신의료기관 등에 입원해 있는 사람은 2013년 기준으로 8만여 명으로 파악된다. 정신의료기관 평균 재원 기간은 2013년 기준으로 262일이며, 이중 정신요양시설의 경우엔 3655일(10년 5일)에 달한다. 그러나 이곳에 수용된 사람들이 선거 기간에 선거 정보는 어떻게 받는지, 투표는 어떻게 하는지 등 참정권 실태는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다. 그야말로 참정권 사각지대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14년 12월 정신병원 입원환자의 선거 참여 실태를 발표했으나, 정신의료기관과 장애인 거주시설의 정신장애인 당사자 272명, 종사자 220명을 대상으로 한 표본조사일 뿐이었다. 당시 조사에 따르면, ‘투표에 대해 인지는 하고 있으나 투표 경험이 없다’고 답한 정신장애인은 81%에 달했으며, ‘거소투표 여부 등 투표 방법에 대해 종사자가 결정했다’는 답변도 절반에 이르렀다. 이듬해인 2015년 4월, 인권위는 정신장애인 참정권 보장을 위한 대책 마련 의견을 중앙선거관리위원장과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전했다. 하지만 상황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들의 선거 실태를 파악할 수 있는 자료 중 하나는 거소투표 여부다. 그러나 정신의료기관의 경우엔 이 규모도 파악하기 힘들다. 선관위는 공직선거법 149조에 근거해 거소투표신고인을 수용하고 있는 기관시설(병원, 요양소, 수용소, 교도소, 구치소, 장애인거주시설 등)의 명칭과 소재지·거소투표인 수 등을 신고받고 있으나, 병원을 상세 분류하지는 않고 있다. 선관위 관계자는 비마이너와의 통화에서 “거소투표는 투표소로 올 수 없는 이들이 실제 거주하는 곳에서 투표할 수 있도록 도와드리는 것을 목적으로 하기에 일반 병원인지 정신병원인지 구분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19대 대통령 선거 투표 독려를 하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홍보 영상 캡처 화면
 

- 부정선거 의혹 제기된 대구 희망원, 올해 참관해봤더니… ‘역시나’
 

장애인거주시설은 그나마 거소투표 시설 수와 인원을 파악할 수 있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4월 진행된 20대 총선 당시 거소투표를 신고한 장애인거주시설은 총 187개로 거소투표신고인 수는 5199명이었다.
 

거소투표 신고 인원은 경기도가 1238명(시설 45개)으로 가장 많았고, 대구 602명(7개), 전남 573명(15개), 경남 541명(22개), 충북 369명(13개), 서울 324명(7개) 순이었다.
 

최근 인권침해로 논란이 된 대구시립희망원은 지난해 거소투표신고인 수가 247명에 달했으며, 전국 최대 장애인 거주시설인 가평 꽃동네 내 희망의집도 181명에 달했다. 전남 무안에 있는 진성원 역시 222명으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으며, 서울 시립평화로운집(133명), 대구 성보재활원(139명), 경북 천봉산요양원(125명), 경남 생림정신요양원(101명)도 거소투표신고인이 100명이 넘었다.
 

시설에서 진행되는 거소투표는 매번 공정성 논란에 시달려왔다. 대구 희망원 역시 부정투표 의혹이 지속해서 제기된 곳 중 하나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올해 처음으로 정의당 요청에 의한 거소투표 참관이 이뤄졌는데, 부정투표가 의심되는 몇 가지 문제점이 발견됐다. 
 

김성연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활동가는 4일 비마이너와의 통화에서 “거소투표 하려면 신청자 명단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시설 측은 명단이 있다고 하면서도 선관위 측에서 확인할 필요 없다고 했다며, 명단 확인을 못 하게 했다”면서 “이 경우 실제 거소투표 신청자들이 다 참여했는지 등을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한, “사전 교육도 이뤄지지 않은 듯 장애인 대부분 투표 방법을 모르고 있었다”면서 “현장 투표 안내도 선관위 직원이 아닌 희망원 내부 직원이 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거소투표가 실제 본인 의지에 따른 것인지도 의문이다. 시설장이 거소투표를 신청할 때, 당사자 확인을 받아야만 한다는 법적·제도적인 절차가 없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발달장애인이나 경미한 지체장애인의 경우, 거소투표 할 필요가 없는데도 거동 여부에 상관없이 시설장의 임의 판단으로 거소 투표 신청이 가능하다.
 

김 활동가는 “정신병원, 장애인거주시설에서의 부정 선거가 계속 기사화됨에도 선관위는 지역사회 투표소 이용을 위한 지원을 전혀 고민하지 않고 있다”면서 “공정성이 확보된 공간에서 투표하는 것만큼 선거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방법은 없다. 따라서 거소투표를 줄이고 지역사회 투표소를 이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33만 명에 달하는 거주불명자, 투표 실태 알 수 없어
 

거주지가 불명확한 홈리스의 경우엔 어떨까. 2010년, 정부는 주민등록말소제를 폐지하고 거주불명등록제를 시행했다. 주민등록말소자의 행정 주소를 최종 신고된 주소지의 관할 주민센터에 등록함으로써 기초생활수급권, 참정권 등을 보장하기 위해서였다. 따라서 거주불명자는 사전투표하거나 선거 당일 해당 주소지 투표소에 가면 투표할 수 있다.
 

지난해 4월 총선 당시, 거주불명자 전국 수는 46만 8336명이었다. 이 중 만 19세 이상 유권자는 선관위가 배포한 선거공보물 수를 통해 추측할 수 있는데 당시 배포된 선거공보물은 총 33만 4591매였다. 하지만 거주불명자가 주민센터에 와서 찾아간 수량은 309매에 그쳤다. 0.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2014년 국정감사에서 진선미 의원은 거주불명등록자의 선거권이 방치되고 있다며 선관위에 개선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 역시 대책 마련은 되지 않고 있다.
 

- 시각장애인, 발달장애인 등 장애 유형에 따른 기본적인 지원도 없어
 

이 외에도 장애유형별로 섬세한 지원이 필요하지만 장애계의 꾸준한 요구에도 개선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재 선관위는 공직선거법 제65조에 따라 지자체를 통해 통보받은 시각장애 3급 이상에겐 점자형 공보물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점자가 아닌 ‘큰 글씨’가 필요한 시각장애인도 있으나 이는 지원되지 않고 있다. 발달장애인 당사자들도 지난 총선부터 쉽게 쓰인 선거공보물, 투표용지 지원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 또한 이뤄지지 않고 있다.
 

18대 대선 투표율은 75.8%에 달했다. 반면, 정신병원과 장애인거주시설에 수용된 이들의 투표율은, 홈리스의 투표율은 얼마였을까. 참정권은 과연 모두에게 평등한가. 선거 때마다 제기되는 장애인과 홈리스의 참정권 문제, 이젠 정말 개선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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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민 기자 skpebble@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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