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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진 노역으로 가슴에 수감번호 단 장애인권 운동가, 구치소 그 안에선…
림프부종으로 고통 호소하자 “그럴 요청할 처지 아니다” 모욕당해
휠체어 이용 장애인, 구치소 내 화장실 접근 안 돼 식사 못 하고 있어
등록일 [ 2017년07월19일 16시50분 ]

장애인권운동가들이 수감된 서울구치소 정문

수감번호 406. 장애인권운동가 박옥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 사무총장의 수감번호다. 박 사무총장은 지난 17일, 이형숙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폐지공동행동 집행위원장, 이경호 의정부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 대표와 함께 자진 노역에 들어갔다. 이들은 수년간 정부에 장애인이동권,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활동보조 하루 24시간 보장 등을 요구하며, 도로점거 등 극한 투쟁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 결과 박 사무총장은 300만 원, 이 집행위원장은 100만 원, 이 전 대표는 90만 원의 벌금을 선고받았다. 그뿐만 아니라 2015년부터 지금까지 전장연 등 진보적 장애인운동 활동가들에게 부과된 벌금만 2400만 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하지만 이들은 정부의 벌금 탄압에 굴복할 수 없다며 자진 노역을 택했다.
 

“나는 정의롭지 못하고 부당한 재판 결과를 이행하지 않기로 결심했습니다. 나는 차라리 노역으로 세상에 진실을 알리고 싶습니다. 내가, 그리고 우리가 왜 법률을 뛰어넘는 투쟁을 해야 하는지 알리고 싶습니다.”
 
지난 17일, 이러한 편지를 남기고선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박 사무총장은 5년 전 활동을 중단해야 할 만큼 희귀성 질환인 림프부종에 시달려왔다. 현재도 평상시에 매일 몸을 움직여 혈액순환을 돕고 발부터 허벅지까지 지압해주는 마사지기로 부기를 빼줘야지만 일상생활이 가능할 정도다.
 

수감 이튿날인 18일, 박 사무총장은 구치소 내 의사와의 면담에서 평소 사용하는 마사지기 반입을 요청했다. 하지만 박 사무총장에 따르면 의사는 “당신은 그런 (요청할) 처지가 아니다”, “죄를 짓고 벌을 받으러 온 것이니 반성하며 있으라”는 등의 모욕적인 말을 했다고 전했다. 또한, 의사는 박 사무총장이 발이 아파 한쪽 다리를 다른 다리에 올리고 있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으며 “차렷하고 가만히 앉아 있으라”며 고압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밝혔다.
 

19일 오전 접견 시 육안으로 확인한 박 사무총장의 발은 일반 성인의 발 세 배 정도로 극심하게 부어 있었으며, 피멍이 든 것처럼 거무스름한 빛깔을 띠고 있었다. 예상보다 상태가 심각한 것을 확인한 동료 활동가들이 즉시 노역을 끝낼 것을 설득했으나 박 사무총장은 이를 거절했다.
 

오전 면회를 마친 뒤 활동가들은 박 사무총장이 평소 사용하는 마사지기를 구치소 측에 전달했다. 하지만 전장연에 따르면, 19일 오후 1시 박 사무총장을 진료한 의료과장이 “림프부종이 그렇게 심하진 않다. 반입된 것 또한 치료기가 아니라 마사지기이므로 전달할 수 없다.”며 반입을 허락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수리야 전장연 활동가는 “의사가 그 사람 고통까지 볼 수 있는 건 아니지 않은가. 사용할 수 있게 허락해달라고 재차 요청했는데 결국 거절당했다. 구치소 측은 내일 아침에 부기 상태를 보고 반입 여부를 다시 결정하겠다고 한다.”고 갑갑함을 토로했다.
 

박 사무총장은 18일 오전부터 이형숙 집행위원장의 활동보조인 자격으로, 둘은 같은 방에서 생활하고 있다. 이 집행위원장의 수감번호는 482번. 그는 지금 구치소에서 기어서 생활하고 있다. 이 집행위원장은 소아마비로 일상생활에 휠체어가 필요하지만 수감실 공간이 턱없이 좁다는 이유로 휠체어를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수감실 내 화장실 사용도 어려워 식사 자체를 거의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집행위원장도 구치소 측에 에어매트를 요청했지만 구치소 측은 “에어매트까지 쓸 정도는 아니다”며 반입을 허락하지 않았다.

2박 3일의 노역 투쟁을 한 이경호 전 대표가 건강악화로 19일 오전 출소한 후 인근 병원으로 후송되고 있다.

이경호 전 대표는 ‘수감번호 943’으로 사흘을 살고 나왔다. 이 전 대표는 건강악화로 19일 오전 10시 40분경 모금된 후원금으로 벌금 완납 후 출소 즉시 인근 병원으로 후송됐다. 근육장애로 사지를 자유롭게 쓸 수 없는 이 전 대표 또한 구치소 내 화장실을 사용할 수 없어 사흘간 식사를 거의 하지 못했다.
 

이 전 대표는 일반 수감자 방에 배정받았으나 수감자들이 “당신이 들어와서 불편하다”며 항의하는 등의 문제로 이튿날부터 환자병실에 수감됐다. 하지만 환자병실에 수감된 사람들도 60~70대 노인에 하반신마비 장애인이어서 이 전 대표는 구치소 내에서 활동보조를 거의 받지 못했다. 이 전 대표의 경우, 누우면 다른 사람이 체위변경 등을 해줘야 하는데 요청할 사람도 없어 2박 3일 동안 거의 앉아서 생활했다. 이 전 대표는 “교도관 한 명이 15개 방을 지켜보고 있는 상황에서 교도관에게도 별다른 요청을 할 수 없었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또한, 매트리스 없이 담요만 깐 상태로 오래 앉아 있어 “엉덩이가 배겨 많이 아팠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는 현재 자택 인근 병원으로 옮겨 건강을 회복하고 있다.
 

전장연은 “구치소 내 열약한 상황으로 두 활동가에게도 노역투쟁 중단을 요청하고 있지만 이들은 한동안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다”면서 “빠른 시일 내에 구치소 밖으로 나오게 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 지속적인 관심과 지지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전장연은 17일부터 매일 저녁 청와대 인근인 청운동 종로장애인복지관 앞에서 촛불문화제를 이어가고 있다.
 

- 장애인권운동 벌금기금 후원 계좌 : 국민은행 477402-01-195204 박경석(전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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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민 기자 skpebble@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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