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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금 탄압에 저항하며 자진 노역했던 장애인권 운동가, 8일 만에 출소
“수감 내내 구치소와 싸워… 구치소 내 여전히 폭력적 문화, 바뀌어야 한다”
기본적 의료처치도 무시하는 구치소 내 반인권적 처우, 인권위 진정
등록일 [ 2017년07월24일 17시27분 ]

정부의 벌금 탄압에 저항하며 자진 노역을 한 장애인권운동가 이형숙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폐지공동행동 집행위원장, 박옥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사무총장이 노역투쟁 8일만인 24일 출소했다. 출소 후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두 활동가가 동료 활동가들이 준비한 두부를 먹고 있다.

정부의 벌금 탄압에 저항하며 자진 노역을 한 장애인권운동가들이 8일 만에 모두 출소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는 24일 오전 12시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 앞에서 노역 투쟁에 대한 경과보고와 함께 서울구치소 안에서 벌어진 반인권적 처우를 규탄하며 이를 인권위에 진정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24일 오전 12시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노역 투쟁에 대한 경과보고와 함께 서울구치소 안에서 벌어진 반인권적 처우를 규탄하며 이를 인권위에 진정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장연 등 진보적 장애인운동 활동가들은 수년간 정부에 장애인이동권,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활동보조 하루 24시간 보장 등을 요구하며 도로점거 등 극한 투쟁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 결과 전장연엔 2015년부터 지금까지 부과된 벌금만 2400만 원이 훌쩍 넘는다.

 

이중 박옥순 전장연 사무총장은 300만 원, 이형숙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폐지공동행동 집행위원장은 100만 원, 이경호 의정부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 대표는 90만 원의 벌금을 선고받았으나, 정부의 벌금 탄압에 굴복할 수 없다며 지난 17일, 자진 노역으로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그러나 구치소로 들어가는 길부터 쉽지 않았다. 전장연에 따르면 17일 서울지방검찰청을 찾아간 활동가들에게 서울지검 측은 휠체어 탄 장애인이 이동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며 4시간 동안이나 대기하게 했다.

 

수감 이후엔 구치소 내 반인권적인 처사로 온갖 고초와 수모를 겪었다. 구치소 측은 수감 공간이 좁다는 이유로 이형숙 집행위원장과 이경호 전 대표의 전동휠체어 사용을 금했다. 이들은 화장실도 사용할 수 없어 식사 자체를 거의 하지 못했다. 결국 이 전 대표는 건강 악화로 19일 오전, 모인 후원금으로 급히 벌금 완납 후 출소하여 인근 병원으로 후송됐다.

 

이 집행위원장은 장애로 인해 에어매트가 필요하다고 거듭 요청했으나, 19일에 의료과장이 몸 상태를 살펴보고는 “욕창 위험이 없으니 반입할 수 없다”며 이를 거절했다. 같은 날, 박옥순 사무총장이 이 집행위원장이 탄 수동휠체어를 밀고 운동장으로 나가던 중 경사로의 높은 턱에 걸려 두 사람 모두 넘어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박 사무총장은 이 집행위원장의 활동보조인 자격으로 같은 방에 수감되어 있었다.

 

박 사무총장도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았다. 박 사무총장은 희귀성질환인 림프부종을 앓고 있다. 5년 전엔 질병이 악화돼 활동을 중단할 정도였으며, 현재에도 매일 몸을 움직여 혈액순환을 돕고 발부터 허벅지까지 지압해주는 마사지기로 부기를 빼줘야지만 일상생활이 가능할 정도다. 구치소에 수감된 이후엔 움직임이 제약되면서 질환이 악화됐다.

 

림프부종으로 발과 발목, 종아리까지 부어오른 박옥순 사무총장의 발.
 

전장연 측은 박 사무총장이 평소 사용하던 하지압박마사기지 반입을 위해 서울재활병원 주치의의 소견서와 함께 구치소 의료과에 반입을 요청했다. 소견서엔 “림프부종순환치료를 받는 상황에서 림프부종 증상 완화를 위해 치료가 없는 날엔 특히 하지압박마사지기기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치의 소견이 적혀있었다. 그러나 구치소 의료과장은 의료기기가 아니라 일반 마사지기기이기에 반입을 허락할 수 없다고 이 또한 거절했다. 의료과장은 면담과정에서 박 사무총장에게 “차렷하고 가만히 있어라”며 끊임없이 고압적인 태도를 취하기도 했다고 박 사무총장은 전했다. 마사지기기는 인권단체와 국회의원 등이 서울구치소에 항의한 끝에 노역 5일만인 지난 21일에야 겨우 반입될 수 있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 집행위원장은 구치소에 있는 기간 동안 장애 차별로 끊임없이 싸워야 했던 이야기를 전했다.

 

이형숙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폐지공동행동 집행위원장(좌), 박옥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사무총장(우).
 

“우린 형이 집형된 기결수로 원래 3층에 거주해야 하는데 엘리베이터가 없으니 나는 1층, 박 사무총장은 3층에 가라고 했다. 학교 다닐 때도 편의시설이 없다는 이유로 나는 1학년 때도 1반, 2학년 때도 1반, 3학년 때도 1반… 1층 계단 옆 교실이 늘 내 교실이었다. 너무 화가 났다. 왜 나한테 차별을 하느냐고, 왜 구치소에서 70년대에 했던 차별을 그대로 하느냐고 했더니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의료과장은 장애로 에어매트를 요청하는 내게 ‘당신은 죄짓고 구치소에 들어왔으니 불편한 건 당연한 거 아니냐.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건데 참으라’고만 했다. 구치소엔 평등권 침해를 하면 인권위 1330번으로 연락하라는 게 적혀있었다. 구치소에 있는 동안 매일 매일 평등권 침해와 차별로 싸웠다.” (이형숙 집행위원장)

 

이 집행위원장은 “제소자들이 어떤 벌이든 받기 위해 구치소에 들어왔다고는 하지만, 그런 인권침해와 모욕을 받는 게 그 죄를 뉘우치는데 얼마나 효과적인지 모르겠다.”면서 “난 장애 때문에 또 다른 인권침해를 받았다고 생각한다. 장애에 대한 차별을 조성하는 서울구치소는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아침 6시면 무조건 방 불이 켜지고 6시 20분엔 ‘기상’이라는 얘기를 듣는다. 6시 40분에 식수가 배달되고 8시 40분엔 소위 말하는 ‘안녕하세요’라는 점검이 이뤄진다. 식사 후 30분 산책하고 나서는 바로 자리에 묵묵히 앉아있어야 한다. 11시가 되면 점심을 먹는다. 8일간 그런 일상을 살다 왔다. 구치소는 여전히 7~80년대 억압적이고 폭력적인 문화가 살아있었다. 너무 위축되고 숨쉬기도 어려울 정도였다. 무릎 위까지 바지를 걷어 올리면 안 됐고 그들이 원하는 방식대로 차분히 앉아있어야만 했다.” (박옥순 사무총장)

 

박 사무총장은 어떠한 자유의지도 없이 규율로 사람을 길들이는 폭력적인 문화가 살아있는 구치소의 일상에 대해 생생히 증언했다. 그는 “교정하는 공간이라고 하지만 이건 교정이 아니다. 그곳에 살던 사람들이 밖에 나왔을 때 그 안에서 겪은 수모와 분노, 고통을 이 사회에 나와 쏟아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라면서 “그런 억압당하고 배제당한 경험으로는 우리 삶을 바꿔낼 수 없다. 인권위는 서울구치소 상황을 면밀히 검토하고 조사하라”고 촉구했다.

 

이형숙 집행위원장과 박옥순 사무총장이 8일간 고생한 서로를 안아주고 있다.
 

이들의 인권위 진정을 지지하는 발언도 이어졌다.

 

김광이 상상행동 장애와여성 마실 대표는 “인권침해 진정이 제일 많이 일어나는 곳이 법무부 산하 구금시설로 전체 건수의 30%가 넘는다고 한다”면서 “국가가 국민을 교정한다고 하면서 얼마나 많은 수치심을 안겨주는지 보여주는 수치”라고 지적했다.

 

명숙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는 “장애인도 노역 투쟁할 수 있도록 편의시설이 보장되어야 한다. 편의시설되면 장애인권 활동가들이 많이 갇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으나, 아니다. 단지 선택의 자유가 주어지는 것일 뿐”이라면서 “교통약자, 몸 약한 사람들의 편의가 보장되는 것이 인권이 보장되는 것이다. 모든 시설에 편의시설이 평등하게 갖춰지고 그 안에서 인간을 모욕하고 차별하는 행위가 벌어지지 않길 원한다.”고 밝혔다.

 

전장연은 “장애인 당사자가 화장실도 이용할 수 없어 건강악화로 퇴소할 수밖에 없는 반인권적인 구치소 시설, 수감인의 기본적 의료처치 요구를 무시하는 구치소의 반인권적 처우는 같은 구치소 시설 내에 ‘특별대우’를 받고 있는 503번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하는 처우와는 완전히 반대되는 상황”이라면서 “수감인의 신분 지위에 따라 차별 대우하는 한국의 구치소 상황은 여전히 한국이 반인권적인 사회라는 것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어 “폐쇄적으로 운영되는 구금시설 특성상 언제든 누구한테든 이러한 차별적이고 인권침해적인 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러한 상황은 외부에 알려지기 어렵다”면서 “인권위의 강력한 시정 권고로 이런 상황이 재발하지 않길 바란다”며 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한편, 전장연은 “이번 노역 투쟁으로 1억 원에 가까운 후원금을 받았다”며 “앞으로도 이 사회를 변화시키는 투쟁을 이어나가겠다”며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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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민 기자 skpebble@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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