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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록도 천사 할매’ 노벨평화상 후보 추진...누구를 위한 평화인가?
단종·낙태에 침묵한 40년이기도… 선한 행위는 언제나 옳은가?
소록도 한센병 환자들의 삶에 ‘평화’는 없었다
등록일 [ 2017년08월25일 11시30분 ]

영화 '마리안느와 마가렛' 스틸 이미지
 

지난 7일, 국무총리실이 소록도에서 40여 년간 한센인을 돌본 오스트리아 출신의 두 간호사 마리안느 스퇴거(83)와 마가렛 피사렛(82)에 대한 노벨평화상 후보 추천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 간호대학 동기로 1960년대 소록도 병원에 자원봉사자 자격으로 들어와 각각 43년, 39년간 한센인 치료, 영아원 운영, 의료시설 모금 등의 활동을 했다. 이들은 건강이 악화되자 주변에 부담을 주기 싫다며 2005년 고국으로 돌아갔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김황식 전 국무총리를 ‘(가칭)마리안느-마가렛 노벨평화상 범국민 추천위원회’의 위원장으로, 김정숙 여사를 명예위원장으로 위촉하자는 민간의견을 청와대에 건의했고 지난 17일, 김 전 총리는 위원장 자리를 수락했다.


현재 이를 적극 추진하고 있는 이는 사단법인 마리안마가렛 이사장인 김연준 신부다. 사단법인 마리안마가렛은 ‘소록도 천사 할매’의 사랑과 봉사정신을 이어받아 활동하기 위해 2015년 12월 설립됐다. 김 신부는 올해 상영된 다큐멘터리 영화 ‘마리안느와 마가렛’(감독 윤세영) 기획에도 참여했다. 영화는 마리안느와 마가렛이 소록도에 머물렀던 삶을 주변 사람들의 증언으로 재구성한 것으로 영화를 보면 이들이 얼마나 성심성의껏 한센병 환자들을 대했는지 알 수 있다.

 
반면, 한국 정부는 해방 이후에도 치료와 감염 예방을 이유로 사람들을 섬 안에 가둔 채 강제노동 시키고, 아이를 낳을 수 없게 단종·낙태했다. 단종·낙태를 피해 아이를 낳는다고 해도 부모는 아이와 함께 살 수 없었다. 한센병 환자에게서 태어난 아이는 미감아(감염되지 않은 아이)라고 불리며 부모에게서 분리되어 영아원에서 따로 키워졌다. 마리안느와 마가렛은 바로 이 영아원에서 아이 돌보는 일을 주로 했다. 이들은 해방 이후 40여 년의 한국 소록도 역사를 지켜본 산증인이기도 한 것이다.


영화 속 증언에 따르면, 이들은 매일 아침 손수 끓인 우유를 환자들에게 나눠주고, 자신의 집에 환자들을 초대해 음식을 대접하기도 했으며, 직접 맨손으로 고름도 짰다고 한다(위생적으로 적합한 의료 행위인지는 모르겠으나 ‘헌신과 봉사’를 치하하기 위해 다수의 사람들이 이러한 말을 한다). 한센병 환자에 대한 낙인과 차별, 비인간적인 대우가 극심한 때, 서양에서 온 두 간호사는 이들을 ‘사람대우’ 해준 것이다.


이들은 수녀로 알려졌으나 사실 수녀가 아닌 간호사였다. 다만, 천주교 그리스도 왕 시녀회 소속으로 종신서원을 하여 종교적 율법에 따라 사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다. ‘가족도 버린 한센인’을 위해 일평생 자원봉사한 그 선한 마음을 의심할 순 없을 것 같다.


그러나 한 가지 물음을 던져보자. 선한 행위는 언제나 옳은가? 행위에 대한 윤리적 판단은 사회 구조와 분리해서 볼 수 없다. 만약 선한 행위가 ‘나쁜 구조’ 속에서 미담으로 소비되고 추앙받는다면, 그 구조가 유지되고 재생산되는 것에 기여한 것은 아닌가?


지난해 6월 20일, 소록도병원 개원 100주년을 맞아 한센인 단종·낙태에 대한 국가손해배상 소송이 국립소록도병원에서 특별법정으로 꾸려졌다. 그 자리에 증인으로 나선 김인권 여수 애양병원장은 당시 마리안느와 마가렛은 소록도 내에서 자행되는 단종·낙태에 대해 알고 있었다고 한다. 김 원장은 재판에서 ‘그들이 단종·낙태에 대해 어떤 입장이었는지’ 묻는 말에 “개인적으로는 반대했을지는 몰라도 소록도 실정에 이게 꼭 필요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일체 관여도 안 하고 개인적인 의견을 병원 당국에 전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정부는 마리안느와 마가렛을 재판정에 증인으로 세우려고 했으나 이들은 출석하지 않았다.


물론 외국에서 자원봉사하러 온 사람이 국가 정책에 쓴소리하는 것은 쉽지 않다. 지금 와서 그 이유를 캐묻는 것도 큰 의미가 있을 것 같진 않다. 그러나 그들이 있었던 현장은 거대한 역사적 인권 유린의 현장이었고, 단종·낙태는 그들의 종교적 신념에도 위배되는 것이었다. 뒤집어 말하면, 그들은 40여 년간 단종·낙태를 비롯한 끔찍한 인권유린에 침묵했다. 그 모순 속에서 그들은 어떻게 수십 년을 살았을까.


그들의 개인적 선함과 국가 차원에서 그들에게 노벨평화상 후보 추천을 추진하는 것은 엄연히 다른 문제다. 국가는 일찍이 이들의 행위를 미담으로 만들었다. 여기엔 이것이 ‘아름답고 좋은’ 행위라고 규정하는 국가의 가치 판단이 작용한다. 국가는 단종·낙태에 대해 문제제기하는 사람들의 삶은 말하지 않으면서(국가가 말하지 않으니 당시 그런 사람이 있었는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단종·낙태를 당한 뒤 그들을 위로하고 보살폈던 이들의 삶은 아름답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나아가 이제는 ‘노벨평화상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마리안느와 마가렛의 행위가 인류 평화에 기여했는가. 그것은 누구의 평화였는가. 한센병 환자들의 지속된 고통과 이들의 침묵에 상관관계는 전혀 없는가?


지난해 국가는 소록도병원 설립 100주년이라며 성대한 기념식을 치렀다. 그런데 한센병 환자들에게 지난 100년은 고통과 애도의 시간이지 ‘기념’의 시간이 아니다. 여자는 임신할 때마다 낙태 당해야 했고, 남자는 도망치다가 걸리면 감금당하고 단종 수술을 당해야 했다. 때론 집단 학살을 당하기도 했다. 국가가 ‘기념’하는 100년은 누구의 관점에서 바라본 시간이란 말인가.


마리안느와 마가렛은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는 게 싫다며 편지 한 장만을 남기고 모국으로 돌아갔다. 영화 ‘마리안느와 마가렛’ 촬영에도 부담스럽다고 의사를 표했고 지속되는 한국 사회의 관심도, 노벨평화상 후보 추진도 부담스럽다고 그들은 전했다. 그럼에도 한국 정부는 왜 자꾸 이들을 소환하는 걸까. 혹시 정부가 ‘그들의 역사’가 필요하기 때문은 아닌가. 자신이 가해자로서 저지른 역사를 지우기 위해서 말이다. ‘만들어진 미담’보다 더 기억해야 할 것은, 국가는 아직 한센병 피해자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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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민 기자 skpebble@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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