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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료 앞둔 서울시장애인인권증진계획, '좌표 잃고 표류중'
2차 기본계획 수립 앞두고 1차 계획 평가 토론회 열려
비판 가장 많았던 탈시설-자립생활, '좌표'가 되어야 한다는 지적
등록일 [ 2017년10월12일 20시05분 ]

서울시가 지난 2013년 발표한 '1차 서울시장애인인권증진기본계획(아래 서울시기본계획)'이 올해로 마무리된다. 2차 계획 수립을 앞둔 현재, 1차 계획을 평가하고 향후 과제를 파악하기 위해 장애인 당사자들과 전문가, 그리고 서울시가 한자리에 모였다. 

 

12일 오후 2시, 서울시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서울시장애인인권증진계획 5년 평가 토론회'가 열렸다. 이번 토론회는  김혜련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의원과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4개 장애인단체가 공동으로 주최했다. 

 

1차 서울시기본계획은 권익보장, 중점 권익증진, 기본적 생활권 보장 등 크게 세 가지 분야로 구성되어 있다. 권익보장 분야 중점과제에는 인식개선, 권익옹호, 차별금지가 있고 중점 권익증진은 시설거주장애인, 발달장애인, 여성장애인, 아동장애인을 대상으로 했다. 기본적 생활보장은 이동접근, 소득, 주거, 교육, 문화 등을 중점과제로 추진해왔다. 2013년 처음 계획 당시 47개였던 세부사업은 10개 사업이 중단되거나 변경되고 11개 사업이 새로 생기면서 종료를 앞둔 현재 총 48개가 진행되고 있다.
 

1차 서울시기본계획 평가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
 

원칙 없이 사업만 수두룩..."좌표를 제대로 찍어야" 한 목소리

 

서울시기본계획 이행 평가 과정에서 전문가와 당사자들이 한목소리로 지적한 것은 '좌표를 잃은 채 표류하고 있다'라는 점이었다. 

 

서울시기본계획 평가 내용 발제를 담당한 조미경 장애여성독립생활센터 '숨' 소장은 서울시기본계획이 '백화점식 계획'이라고 비판했다. 조 소장은 "서울시기본계획으로 인해 장애인의 다양한 권리 요구가 정책에 반영되면서 복지서비스의 내용과 양이 확대된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그러나 서비스 대부분이 파편적이고 분절적이며, 유사한 내용의 서비스가 각기 다른 부서에서 진행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즉, 원칙과 방향을 제대로 설정하지 않은 채 사업 위주로 진행하는 바람에 사업들이 제각각 흩어졌다는 것이다. 

 

계획의 궁극적 목적에 대한 뚜렷한 상이 없다 보니 사업 평가 역시 정량적 평가로 일관하고 있다고 조 소장은 지적했다. 그는 "모든 개별사업은 정량목표에 따른 실적으로 보고되어 있다"라며 "사업에 따라 내용에 대한 평가가 필요한 경우가 있음에도 모든 사업이 수치로 평가되고 있다"라며, 특히 탈시설 자립생활 정책과 관련해 "한 명의 시설 거주 장애인이 자립했다는 평가는 숫자로만 본다면 의미가 있겠지만 이 사람이 시설이 운영하는 체험홈으로 갔는지, 실질적으로 '지역'으로 나와서 사는 삶을 선택했는지는 숫자로만 헤아릴 수 없는 평가지점"이라고 설명했다. 

 

우승명 한신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초빙교수 역시 이러한 조 소장의 지적에 공감을 표했다. 우 교수는 "'백화점식 사업' 추진의 문제는 사업 개수의 많고 적음의 문제가 아니"라며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 철폐 및 장애인의 기본적 권리에 기반한 지역사회 통합 증진'이라는 서울시기본계획의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체계적으로 배치하는 것에 있다"라고 밝혔다. 

 

"1차 기본계획에서 가장 많이 비판받았던 '탈시설-자립생활'

 

우 교수는 서울시가 1차 계획을 평가하며 '탈시설화가 최선의 대안인지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힌 점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며 "검토의 시간은 충분했다"라고 강조했다. "모든 정책에는 기회비용이 존재하며, 이제는 탈시설 정책의 기회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논의가 진행되어야 하는 단계"라는 게 우 교수의 지적이다.

 

탈시설-자립생활은 1차 서울시기본계획에서 가장 많은 지적을 받은 분야이기도 했다. 서울시는 2014년 기본계획 추진 방향에서는 "지역사회 장애인의 거주시설 입소방지 및 시설 퇴소자의 재입소 예방 강화"를 담았지만 2015년에는 "시설보호가 필요한 중증장애인은 요양보호 기능을 강화", "물리적 공간규모를 소규모화", "가정적 분위기에서 사생활과 인권이 보장되는 거주생활 지원" 등의 내용을 담았다. 그뿐만 아니라, 장애인 거주시설 법인에서 운영하는 자립생활체험홈이나 공동생활가정에 유입된 인원 역시 탈시설 인원에 포함해 장애계의 거센 반발을 산 바 있다. 

 

조미경 소장은 "서울시 기본계획 수립 후 1년도 되지 않아 탈시설화 추진 목표가 달라진 것을 통해 서울시가 탈시설에 대한 명확한 개념을 갖고 있지 못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라며 "탈시설 장애인 당사자들과 장애인권단체들의 지속적이고 명확한 반대와 문제 제기에도 불구하고 수정된 계획과 지표가 2차 서울시기본계획에서는 고쳐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발제중인 조미경 소장
 

박현영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사무국장은 "현재 서울시 예산안에는 탈시설 지원 예산 관항목도 없는 상태"라며 "탈시설정착금, 장애인자립생활주택운영 등 예산안 곳곳에 흩어져 있는 탈시설 지원 사업 예산을 합쳐서 산정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렇게 추산된 탈시설 사업 예산은 2017년 34여억 원으로 서울시장애인복지정책과 전체 예산 중 1.7%를 차지한다. 거주시설예산은 1160여억 원으로 58.8%를 차지하고 있다. 

 

박 국장은 중증장애인의 지역사회 자립생활을 위해 필수적인 활동보조 서비스 역시 부족함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박원순 서울시장은 2016년에 중증장애인 100명에게 활동보조 24시간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으나,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박 국장은 "서울시는 박근혜 정부 때는 지자체 유사중복 사회보장사업 정비 지침 때문에, 동일한 이유로 정비 대상이었던 청년수당 지급 사업 진행 때문에 중앙정부와 각을 세울 때는 비효율적이라며,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에는 중앙정부 추진 내용을 지켜봐야 한다며 계속해서 이를 미루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서울시는 활동보조 24시간 제공의 '대안'으로 야간순회서비스를 제시했다. 박 국장은 "야간순회서비스가 '활동보조'에 대한 중증장애인의 본질적 욕구를 채울 수 없다는 점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라며 "현재 24시간 활동보조 서비스가 필요한 628명에게 완전히 보장된 후에야 야간순회서비스가 하나의 선택지로 고려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장애계와 '동상이몽'

 

그러나 이러한 지적들에 대해 서울시는 여전히 이해가 부족한 모습을 보였다. 고보영 서울시 장애인복지정책과 장애인권익보장 팀장은 "탈시설-자립생활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는데, 이것만 문제는 아닐 수도 있다"라며 "더 중요한 것은 '인식개선'이라고 본다"라며 장애계의 요구와 동떨어진 입장을 내비쳤다. 고 팀장은 "인식개선이 되지 않으면 아무리 장애인이 탈시설 후 지역사회에 나와 산다고 해도 이웃들과 교류가 없고 고립된 생활을 하게 된다면 지역사회에 동참하는 삶이라고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고 팀장은 "정량적 평가가 아닌, '인권감수성'이 반영된 평가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 역시 추상적으로 들린다"라며 정성적 평가 기준 마련에 난색을 보였다. 

 

이러한 서울시 측의 반응에 김성연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활동가는 "인식개선이 먼저라는 이야기는 지자체에서 먼저 이야기할 것은 아니"라고 잘라 말하며 "그렇다면 모든 사람의 인식이 바뀔 때까지 기다렸다가 제도를 만들겠다는 것인가"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탈시설은 5년 전 600명을 목표로 한 계획이었다. 그러나 현재 목표 달성 수치는 이에 턱없이 못 미치고 있어 계획 평가에서 당연히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서울시가 할 일은 애초에 세웠던 목표 달성률이 왜 이렇게 저조한지를 분석하고 문제를 파악해 2차 계획에 반영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정성적 평가에 대한 부정적 반응에 대해서도 "인권감수성이 반영된 평가는 어렵지 않다. 사업 대상인 장애인 당사자의 의견을 반영하는 것"이라며 "당사자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사업 평가가 과연 누구를 위한 평가인지 진지하게 성찰할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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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별 기자 hbchoi1216@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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