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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받는 우리가 되고 싶다
‘한국 피플퍼스트’를 만드는 사람들④ - 조화영
등록일 [ 2017년11월13일 18시59분 ]

작년 경남 창원에서 열린 한국피플퍼스트 대회에서 조화영 씨가 발언하고 있다.(맨 오른쪽)
나는 인권을 사랑하는 조화영, 5회 한국 피플퍼스트 서울지역 위원장이다. 나이는 27살이고, 피플퍼스트 활동 전엔 장애여성공감(아래 공감)에서 지적장애여성 합창단 ‘일곱 빛깔 무지개’ 활동을 해왔다. 그 전엔 복지관에서 직업재활훈련을 받기도 했다. 

 

- “살 빼야 부모님이 욕 안 먹지” 모욕주는 복지관, 다신 가고 싶지 않다

 

어릴 적 복지관에 검사하려 다녔던 것처럼, 고등학교 3학년 졸업반 무렵 복지관에서 또다시 검사를 받았다. 직업능력검사, 체력검사, 멀리뛰기, 몸무게 재기, 그림퍼즐검사, 물통 뚜껑 빨리 열기, 나사 풀기, 블럭 맞추기 등 여러 검사를 했고, 기억력 테스트도 했다. 검사를 마친 후 엄마가 “결과가 내일이나 모래 아니면 월요일에 나온다고 하는데, 다니게 되면 잘할 수 있겠냐”고 물었다. 나는 “네”라고 대답했다. 결과가 나왔고, 복지관에 직업훈련을 받으러 다니게 됐다. 조금 떨리고 긴장됐지만 ‘난 할 수 있다’고 다짐하며 다녔다. 처음엔 좀 불안하기도 했다. 왜냐면 모르는 사람도 많았고, 나한테 말 걸지 않을까 봐 약간 겁도 나고 걱정됐다.

 

복지관에선 출근 카드를 찍은 후 직업훈련을 시작한다. 사인펜 끼우는 작업과 명찰 종이를 끼우고 고리 다는 작업, 볼펜심 끼우고 수저, 이쑤시개, 포크 등을 만드는 작업을 했다.

 

복지관엔 운동시간이 있었다. 운동시간엔 운동장 10바퀴를 돈다. 훈련실에서는 심지어 몸무게를 재고 기록했다. 복지관 선생님은 내게 “살 빼야 부모님이 욕 안 먹지, 안 그러니?”라고 이야기했다. 엄마가 싸주신 과자를 선생님이 먹더니 손가락으로 내 가슴 부위를 콕콕 찌르면서 “이런 거 먹지 말고 미스코리아처럼 몸매 만들어서 취업해야지!”라고 한 적도 있다. 난 어릴 때 아파서 살찐 건데, 그렇게 아픈 데를 콕 찔려서 말하니까 스트레스를 받았다. 이런 대우 받았던 게 정말 싫었다. 외모 때문에 취업 못 한다고 압박 주면서 내 몸을 평가했는데 정말 상처가 됐다. 난 상처가 쌓였고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너무 힘들어서 회의실에서 혼자 엉엉 울기도 했다.

 

복지관은 그렇게 다른 사람 몸이랑 비교하며 압박하는 때가 많았다. 우리가 말 안 듣거나 딴짓하면, 불러서 협박하듯 이야기하기도 했다. 나는 이렇게 폭력적으로 직업훈련을 받으면서 복지관을 다녔다. 하지만 나는 더 이상 상처받기 싫었다. ‘다음 생에는 복지관 다니기 싫다’는 혼잣말을 많이 했다.

 

- 장애여성공감을 통해 인권을 알다 

 

공감의 장애여성학교에서 공부하면서 회원정기모임에 참여했다. 천천히 공감은 어떤 곳이고 어떤 단체인지 배워가면서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투쟁 활동을 해왔다. 활동가분들과 같이 배려·존중에 대해 공부하고, 일곱빛깔 무지개 합창단 활동을 하며 인권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인권이라는 것을 조금 더 배우게 된 일이 있다. 일곱빛깔 무지개 합창단 활동을 시작하면서 언니들과 함께 노래 연습, 호흡 연습 등을 배우면서 서서히 친해지고 있었다. 수업이 끝나고 같이 뒷정리하며 ‘연습하느라 수고했다’고 이야기하며 창문을 닫는데 물방울이 뚝 떨어졌다. 하늘을 보니 비가 내리고 있었다. 순간 언니들 표정이 어두워졌고 짜증을 냈다. 말을 걸었더니 화내며 말하길래 나도 모르게 소리 지르면서 말했다. 싸우는 모습을 본 활동가분이 싸움을 말리면서 왜 싸우는지 이야기하며 인권이 뭐고 왜 필요한지, 대화로 알려주셨다. 서로 화해하고 다시 친한 관계로 돌아왔다.

 

지금은 공감에서 회원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다른 회원분과 지내다 보면 갈등이 생기거나 싸우고, ‘말을 안 걸어주면 어떡하지’하는 고민거리가 생기기도 한다. 나는 인권에 대해 공부하면 발달장애여성들과 더 친해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른 사람들과 잘 지내려면 그들의 장애 유형과 특징을 공부하고 알아야 한다.

 

올해 420장애인차별철폐투쟁의 날, 한국피플퍼스트가 주최한 발달장애인 권리보장촉구대회에서 조화영 씨가 발언하고 있다.

- ‘함께하는’ 피플퍼스트 

 

2016년엔 일본 피플퍼스트대회를 다녀왔다. 그해 10월엔 창원에서 열린 한국 피플퍼스트대회 참가자로 참여했다. 그리고 올해 피플퍼스트에선 서울지역위원장으로 활동했다. 피플퍼스트 동료들이 있어 기쁘고,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되어 너무 좋다. 처음엔 활동하는 게 쉽지 않았지만 그래도 열심히 하는 것이 중요했고, 어려운 것도 해낼 수 있다는 게 신기하다. 

 

하지만 고민되는 것들이 있다. 피플퍼스트 서울 지역위원장 활동을 하면서 피플퍼스트 동료들과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 회의를 통해 대회 준비를 했지만, 피플퍼스트의 빠른 속도에 맞춰서 활동하다 보니 마음이 급해지고 좌절감이 들기도 했다. 발달장애인분들과 함께 대책을 세우고 발달장애인 속도에 맞춰가면 어떨까하는 질문이 들었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발달장애인분들이 다 같이 잘 말할 수 있을까, 라는 고민이 생겼다.

 

피플퍼스트 활동은 혼자 하는 게 아니다. 피플퍼스트 활동으로 동료들과 똘똘 뭉쳐서 당당하게 이야기하는 것을 배울 수 있다. 혼자 해결하기보다는 친구들과 함께 해결하면 어떤지, 고민거리도 함께 나누면 더 좋다. 함께하면 더 잘 풀리지 않을까.

 

그리고 조력자와 함께 하는 과정에서 좋은 경험을 쌓을 수도 있다. 피플퍼스트에서 조력자와 함께 활동하면 왜 조력자가 필요한지 알 수 있다. 조력자와 나는 함께하면서 모르는 것이 있으면 서로 돕고, 어려운 것이 있으면 물어보며 함께 활동했다. 조력자의 역할은 발달장애인과 협동하면서 함께 투쟁하고 연대해 나가는 것이다.

 

- 피플퍼스트는 내게 소중한 것들을 주었다

 

나는 완벽하게 잘할 수는 없지만, 피플퍼스트 활동으로 자신감이 생기고 새로운 도전을 해 보게 된다. 사람들 앞에서 주눅 들지 않고 자기 의사 표현을 할 수 있다는 다짐으로 열심히 활동해왔다. 인권운동을 하면서 인권을 사랑하게 됐고, 피플퍼스트 활동도 열심히 하려고 최선을 다하는 중이다. 피플퍼스트 활동으로 친구도 생겼다. 피플퍼스트는 내게 정말 소중한 것들을 주었다.

 

내년에도 피플퍼스트 활동을 하게 된다면 서로 역할을 나누고, 인권운동도 함께 하고 싶다. 모든 발달장애인들과 피플퍼스트가 뭔지 함께 알아가고 협동하며, 알기 쉬운 언어로 피플퍼스트를 만들어가고 싶다. 그렇게 인정받는 우리가 되고 싶다. 공감에서도 나 혼자가 아니라 모든 회원들과 함께 피플퍼스트 활동을 하고 싶다. 협동하고 서로 존중하며 배려하는 것, 사람이 먼저라고 말하고 연대하며 서로를 돕는 것, 그게 바로 피플퍼스트다.

 

그동안 국가는 장애인들을 차별하고 짓밟고 벌레 취급해왔다. 그게 너무 화가 난다. 국가에 장애인도 인간답게 살고 싶고 투명인간 취급하며 모욕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난 참을 만큼 참아서 이젠 더 이상 두고 보지 않을 거다. 말리지 마라! 끝까지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완전 폐지를 위해 투쟁할꺼니까. 그리고 괴물 취급 하지 말라! 발달장애인도 대한민국 시민이라는 것을 기억하라. 나는 앞으로 이런 마음으로 피플퍼스트와 다른 인권 운동을 할 것이다. 투쟁!

 

조화영님이 장애여성공감(아래 공감)에서 활동을 시작한 지 5년이 됐다. 공감의 최근 활동사진을 보면 이곳저곳에서 화영을 발견할 수 있다. 지적장애여성 합창단 ‘일곱빛깔 무지개’가 되어 노래로 발달장애여성의 인권을 이야기하고, ‘회원이끔이’가 되어 회원모임과 회원프로그램을 함께 진행하기도 한다. 장애여성극단 ‘춤추는 허리’의 유일한 발달장애여성배우로 지체장애여성들의 몸과 부딪히며 지체장애를 익히고 합을 맞추며 연기도 한다. 이렇게 공감 안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던 화영은 작년 일본과 창원에서 진행된 피플퍼스트 대회에 참가하고, 올해는 서울지역위원장으로서 피플퍼스트 대회를 함께 준비해왔다. 많은 활동만큼 왁자지껄한 최근을 보낸 화영은 자신의 삶과 활동에 대해 마음껏 말할 수 있는 자리가 필요했다. 그러다 때마침 마련된 하얀 종이는 화영이 마음껏 말할 수 있는 무대가 되어주었다.

 

화영을 떠올리면 열심히 설명하려는 입과 손동작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말할 때의 화영은 자신이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 이렇게 생각하게 되었는지 꼼꼼하게 설명한다. 회원이끔이 활동을 하며 회원분들과의 소통 내용을 알려줄 땐 어떤 논의를 거쳤고 왜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되었는지 촘촘하게 전달하려고 애쓴다. 이러한 세밀함과 꼼꼼함으로 화영은 자신의 일상에 대해서도 말하고 싶어 한다. 화영은 많은 ‘말’을 가진 사람이다. 이 글을 적어나갈 때도 자신의 이야기를 꾹꾹 담기 위해 며칠 동안 고도의 집중력으로 종이를 붙들고 있었다.

 

말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발달장애여성에게 말할 기회를 주지 않는 이 사회를 뚫고 소리친다는 것은 더더욱 어렵다. 말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일상을 세밀하게 바라보고 주장할 수 있는 힘이 필요한데 지금 화영은 자신이 가진 힘으로, 그리고 옆 사람과 연대하며 일상의 공간을 운동의 현장으로 만들어내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장애여성의 관점으로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앞으로도 화영의 이야기는 마지막 문단에서처럼 무대 위, 거리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계속 외쳐질 것이다. _서연 장애여성공감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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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화영 한국 피플퍼스트 서울지역 위원장 beminor@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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