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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 故 우동민 활동가에게 고개 숙인 인권위… 7년 만에 사과
이성호 인권위원장 "‘차별 없는 세상’에 대한 고인의 유지, 받들겠다"
등록일 [ 2018년01월02일 19시58분 ]

이성호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이 고 우동민 열사의 어머니인 권순자씨에게 사과하고 있다.

“죄송합니다.” 이성호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 위원장이 고(故) 우동민 열사 묘역과 유족을 향해 허리를 숙였다. 7년 만의 사과다.

 

이성호 인권위원장은 2일 마석 모란공원 열사묘역에서 열린 고 우동민 활동가 7주기 추모식에 참석해 2010년 12월 당시 고 우동민 활동가 등에게 행한 인권침해를 인정하고 유가족에게 사과했다.

 

과거 2010년 11월 4일부터 12월 10일까지, 장애인단체들은 장애인활동지원법의 올바른 제정과 당시 현병철 인권위원장 사퇴를 촉구하며 인권위 점거 농성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인권위는 12월 3일~10일, 점거 농성 중인 중증장애인의 활동보조인 출입과 식사 반입을 제한하고, 건물 내 엘리베이터 가동과 전기·난방을 중단했다. 이로 인해 당시 농성 중이던 우동민 활동가는 12월 6일 고열, 허리복통을 호소해 응급차에 후송됐으나 이듬해인 2011년 1월 2일 사망했다.

 

이에 대해 이성호 인권위원장은 사건 당시 인권위가 인권적 조치를 취하지 않았음을 인정하며 지난해 12월 29일 발표된 혁신위원회 권고를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재발 방지를 위한 후속 조사, 인권 교육 시행, 지침과 운영상의 문제점 검토, 고인의 명예회복 등이다.

 

이 위원장은 “7년 전 오늘, 고인은 급성폐렴으로 유명을 달리했다. 인권위는 이런 사실을 애써 부인하거나 은폐해왔다. 어둡고 찬 공간에서 떨었을 고인의 두려움과 아픔에 깊은 위로와 사과를 드린다”면서 “장애인을 포함해 사회적 약자를 보호해야 할 인권옹호기관으로서 그 책임을 다하지 못한 점에 대해 유족과 활동가분들께 무거운 마음으로 사과드린다”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인권위 구성원 모두가 다시 한번 스스로를 돌아보고 초심을 되새기는 소중한 기회가 되도록 하겠다. 인권위는 고인의 ‘차별 없는 세상’에 대한 유지를 받들어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구현하기 위해 모든 노력과 정성을 다할 것을 약속하겠다”라고 밝혔다.

 

이성호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이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고 우동민 열사의 어머니인 권순자 씨는 인권위원장의 뒤늦은 사과에 울분을 토하며 목놓아 울었다. 권 씨는 “우리 큰아들 동민이는 몸도 불편한데 말도 제대로 못 하고 얼어 죽었다. 그 생각을 하면 자다가도 깨어나 잠이 안 온다. 아들 잃은 사람이 뭐 할 말이 있겠나.”라면서 “보고 싶다. 한 번 꿈에라도 나타나지 않는 동민이가 보고 싶다. 동민이는 여러 사람을 위해 자신을 희생했겠지만, 엄마로서는 가슴 아프다.”고 울부짖었다. 권 씨는 이 위원장에게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하며 ”어려운 걸음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했다.

 

박김영희 장애해방열사 단 대표는 “우동민 열사 장례식 날 인권위 1층에서 영정을 들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인권위를 한 번 돌아보게 해달라고 부탁했으나 엘리베이터는 작동되지 않았다. 영정을 들고 올라가지 못한 채, 비장애인 활동가에게 이를 넘기곤 걸어갈 수 있는 사람만 올라갔다 왔다. 그 추운 날, 1층에서 사람들이 내려올 때까지 기다렸던 그때가 떠오른다”고 말했다. 이어 박 대표는 “인권위 갈 때마다 우동민 열사에게 아무것도 해주지 못한 게 항상 마음의 짐이었다. 인권위가 올바르게 서겠다고 혁신의 첫 과제로 이 자리에 참석해 사과한 것을 보면서 인권위에 대한 또 다른 희망을 가지려 한다”고 밝혔다.

 

이원교 우동민열사추모사업회 회장은 “고 우동민 열사를 25년 동안 알아왔다. 그는 모든 일에 솔선수범하며 성실했고 단 한 번도 화낸 적이 없었다. 언제나 다른 사람을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인권위 농성 때도 언제나 자발적으로 앞장섰다.”고 기억했다. 그러면서 “이 자리는 단순히 우동민이라는 한 장애인의 죽음을 기리는 자리가 아니다. 이 땅에 살고 있는 장애인의 생존권과, 나아가 ‘인권’이란 게 어떻게 ‘인간의 권리’답게 ‘권리’로서 보장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자성과 반성의 의미로 우동민 열사를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명애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는 “그 누구보다 우리 마음을 알아줘야 하는 곳이 인권위였는데, 7년을 돌고 돌아서 왜 이제야 왔는지 정말 한탄스럽다.”면서도 “(이제라도) 위원장님이 찾아와 사과하셔서 너무 고맙다. 앞으로는 우동민 열사처럼 이렇게 사람을 보내지 않는 인권위, 정부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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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미 기자 hyemikim@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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