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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 후 사망한 장애인, 신원 감식결과 나오기도 전에 화장돼
대구 동부경찰서와 동구청, 사망자 외삼촌과 연락도 했지만 '무연고자'로 화장처리
DNA 감식 결과 확인 열흘 앞두고 시신 발견 2주만에 진행...비판 거세
등록일 [ 2018년01월05일 01시41분 ]

거주시설에서 실종된 지 두 달 만에 숨진 채 발견된 장애인이 DNA 감식 결과도 나오기 전에 '무연고자'로 화장되었다. 시신의 신원과 유족이 충분히 추정되는 상황이었던 만큼, 관계 당국이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추석 연휴 첫날이었던 2017년 10월 1일, 대구시 동구에 있는 A장애인거주시설에서 입소자인 ㄱ씨와 ㄴ씨가 실종되었다. ㄴ씨는 실종 당일 시설에서 2km가량 떨어진 심천랜드 부근에서 발견했지만 ㄱ씨는 발견하지 못했다.

 

실종 약 두 달 후인 11월 27일, ㄱ씨는 ㄴ씨가 발견된 장소에서 멀지 않은 심천랜드 인근 개울가에서 사망한 채 발견되었다. 사체는 훼손과 부패가 심해 신원을 특정하기는 어려웠으나 옷과 신발 등으로 ㄱ씨임을 추정할 수 있었다. 경찰은 검찰 지휘에 따라 11월 29일 부검을 진행하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DNA 감식을 의뢰했다.

 

그러나 ㄱ씨의 시신은 DNA 감식 결과가 나오기 전에 화장되었다. 경찰은 5일, 동구청에 '변사자(무연고자) 행정처리 의뢰 공문'을 보냈고, 동구청은 공문 접수 사흘 후인 8일 ㄱ씨를 '신원불상의 무연고자 시신'으로 화장했다. 그로부터 열하루 뒤인 19일, 시신이 ㄱ씨임을 확인하는 DNA 감식 결과가 나왔다.

 

ㄱ씨 시신이 발견되고 화장되기까지의 절차에서 석연치 않은 지점들이 있다. ㄱ씨는 '무연고자'로 화장되었으나, 경찰과 동구청은 시신 화장 동의를 구하기 위해 ㄱ씨의 외삼촌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DNA 검사 결과를 불과 11일 앞두고 화장을 진행해버린 점 역시 의아한 부분이다.

 

ㄱ씨 실종 사건과 사망 이후 시신 수습을 담당한 동부경찰서는 ㄱ씨 시신 수습과 구청 인도가 경찰청범죄수사규칙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사규칙 37조에 따르면, 시신을 인수할 사람이 없거나 신원이 판명되지 않은 때에는 시, 군, 구 단체장에게 인도하도록 되어있다. 경찰서 관계자는 "당시 입고 있던 옷과 신발로 변사체의 신원을 추정할 수 있을 따름이지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라며 "DNA 검사도 상당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규칙에 따라 무연고자로 동구청에 인도한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화장 절차를 진행한 동구청은 ㄱ씨 시신 화장 절차는 "경찰 공문에 따라 진행한 것일 뿐"이라며 경찰에 공을 떠넘겼다. '무연고자'로 화장을 진행하면서도 ㄱ씨 외삼촌에게 전화해 화장 동의를 구한 점에 대해서는 "(유족인 것이)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옷이나 신발 등으로 봤을 때 ㄱ씨일 가능성이 높으니 연락했던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경찰 범죄수사규칙 제37조

 

이에 대해 대구 장애인단체인 장애인지역공동체의 조민제 사무국장은 “경찰과 동구청이 ㄱ씨의 시신을 화장한 과정이 석연치 않고 문제가 많다”면서 “공식 입장 표명과 면담을 요청해둔 상태”라고 전했다.

 

조 국장은 "경찰은 ㄱ씨 시신 인계가 '범죄수사규칙'에 따른 것이라고 하지만, DNA 감식 결과 확인 전인 12월 8일 ㄱ씨를 무연고자 신원불상 사체로 구청에 인계한 것은 신원 판명 책임을 다하지 않은 것으로, 오히려 37조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변사체는 후일을 위하여 매장을 원칙으로 하는데, 동구청에 '무연고자'로 시신을 인계해 화장 절차를 밟게 한 것은 이 원칙 역시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동구청의 행정처리 또한 비판의 소지가 있다. 보건복지부 2017년 장사업무안내 지침 중 '무연고 시신 처리 매뉴얼'에 따르면, 단체장은 경찰로부터 인수받은 무연고시신의 연고자 여부를 재확인하는 것이 첫 번째 원칙이다. 연고자를 확인하더라도 △연고자가 시신 인수를 거부하거나 기피하는 경우 '시신처리 위임서'를 받거나 △연고자가 시신 인수 통보를 받았으나 14일 이내에 시신 인수 또는 시신처리 위임 의사를 밝히지 않은 경우에는 '무연고자 시신 처리 절차'에 따라 시신을 화장하거나 매장할 수 있다. 그러나 동구청은 ㄱ씨 외삼촌으로부터 '시신처리 위임서'를 받지 않고 전화를 통해 구두로만 동의를 구했다. ㄱ씨 시신이 화장된 날은 시신 발견일로부터 11일 이후였다.

 

조 국장은 "ㄱ씨 시신 화장 동의를 구하기 위해 외삼촌과 전화하는 등 이미 신원을 추정하고 있던 만큼, 동구청은 ㄱ씨를 무연고자로 처리하기보다 시신을 보관하고 DNA 감식 결과를 기다렸다가 이후 절차에 따라 진행했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조 국장은 ㄱ씨가 실종되고 사망한 후 무연고자로 '처리' 되기까지, 그가 거주했던 A시설도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조 국장은 “실종된 ㄱ씨의 행방을 찾기 위해 모든 자원을 동원해야 했음에도 A시설은 ㄱ씨가 실종된 지 보름 후인 10월 16일부터 11월 2일까지 대외 행사를 주최했다. ㄱ씨에 대한 시설 내 자체 수색 조치가 적절했는지 의구심이 드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A시설에서 2016년 10월 거주인 추락 사망 사건이 있었다며 "반복되는 거주인의 사망과 실종 사고에 대해 시설 운영 특별 점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무연고자, 기초생활수급자 등의 장례를 지원하는 비영리단체인 나눔과나눔 박진옥 사무국장은 "서울은 행려사망자가 발생했을 때 연고자를 찾느라 안치되는 기간이 기본적으로 2~3개월, 길게는 5년간 안치된 경우도 있다"라면서 "DNA 검사 결과가 나오는 열흘 남짓을 기다리지 못하고 '무연고 사망자'라며 화장 절차를 밟아버린 것에 대해 경찰과 동구청이 ㄱ씨의 죽음을 행정적으로만 바라보아 '처리'한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한편, 420장애인차별철폐대구투쟁연대는 지난 12월 28일 대구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구시와 경찰에 △ㄱ씨 실종 사망 사고에 대한 진상규명 △수색 및 시신처리 과정, 사건수사 현황의 투명한 공개 △A시설 특별점검 △장애인 실종 수색과 사망자 처리과정에 대한 종합대책 마련 등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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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별 기자 hbchoi1216@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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