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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화통역, 농인 오면 지원하고, 안 오면 지원 안 해' 왜 문제인가
[기자칼럼] 이화여대, 입학식 수화통역 지원해달라는 학생회 요구 ‘거절’
등록일 [ 2018년02월14일 13시09분 ]

최근 이화여대 학생·소수자 인권위원회(준)(아래 이대 소수자인권위)가 2월 말에 있을 입학식과 새내기 대강당 OT 때 수화통역을 해 줄 것을 학교 측에 요구했으나 학교로부터 거절당했다.

 

이대 소수자인권위는 지난 10일 페이스북에 올린 “수화통역사는 돈 낭비가 아닙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장애학생지원센터는 입학식과 새내기 대강당 OT에 수화통역사 지원을 긍정적으로 검토해보겠다고 답변”했으나 “학생처와 소통한 결과, 학교 주최 행사인 입학식은 수화통역사 지원이 가능하지만, 학생회 주최 행사인 새내기 대강당 OT는 학생처 예산으로만 집행할 수 있으므로 지원이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들은 “학생처 예산으로는 수화통역사를 고용해 줄 의향이 있냐”는 질의에 ‘학교 예산을 효율적으로 집행해야 하는데 행사에 올지 안 올지도 모르는 학생을 위해 수화통역사를 고용하긴 힘들다’, ‘보여주기식으로 수화통역사를 고용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라는 답변을 학생처로부터 들었다고 전했다.

이화여대 학생·소수자 인권위원회(준) 페이스북 캡처 화면

이에 대해 이화여대 측은 12일 비마이너와의 통화에서 “이번 입학식 때 청각장애 학생은 1명인데 그 학생이 수화통역은 희망하지 않는다고 했다. 학생이 원하면 최대한 지원하려고 했으나 본인이 원치 않아 수화통역은 지원하지 않기로 했다”고 답했다. 또한 “과거에도 수요를 물어봤을 때 수화보다는 문자통역을 더 희망해서 그쪽으로 지원해왔다”면서 “정말 필요하다면 조정해야겠지만 이제까지 적극적으로 요청한 장애학생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 담당자에게 물었다. “입학식 공간에 휠체어 접근은 가능한가요?” 담당자는 어떠한 주저함도 없이 “네”라고 답했다. “그럼 혹시 휠체어 탄 사람이 오는지, 하나하나 확인해서 공간 잡으셨나요?” 기자의 물음에 담당자는 “그건 아니죠”라며 멋쩍게 웃었다.

 

같은 문제다. 다만 장애 유형이 다르고 그 장애 유형에 따라 필요한 편의시설이 다를 뿐이다. 휠체어 탄 장애인에겐 경사로와 엘리베이터가, 청각장애인에겐 수화통역과 문자통역이, 시각장애인에겐 점자유도블록이 필요하다.

 

학교 측은 장애 정도를 파악하고 그 학생의 의사에 따라 판단한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당사자가 원치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장애인들이 장애에 대한 차별적 시선으로 자신이 필요한 것을 분명하게 요구하는 것을 어려워한다. 자신이 필요한 편의지원을 받는 것이 자신의 신체적·정신적 손상을 드러냄으로써 ‘비정상’의 영역에 자신을 두는 것이라는 부담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것을 사회가 일일이 확인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장애를 앞서 드러내어 밝히고, 한 사람의 참여라도 촉진하기 위해 공공이 기꺼이 부담해야 할 사회적 책임을 그저 ‘한 개인의 요구’로 축소하는 것이 된다. 그래서 이때 사회적 공간에 참여하는 데 필요한 것을 요구하는 것은 권리가 아니라 ‘민폐’로 비친다. 당신 한 사람만 불편을 참으면 되는데(혹은 그냥 안 오면 되는데) ‘눈치 없이’ 와서(혹은 요구해서) ‘모두를’ 불편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나아가 이는 ‘그 사람 존재 자체(장애인)’를 ‘민폐’로 만든다. 그러한 선별이 이제까지 장애인을 공적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밀어내지 않았던가?

 

“국회의사당을 처음 설계할 때는 여자화장실이 없었다고 합니다. 국회의사당에 여성 의원이 들어오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고, ‘실제로도’ 여성 의원이 없는데 여자화장실을 설치하는 것을 돈 낭비라고 생각했던 걸까요. 수화 사용 청각장애인이 사회에 분명 존재함에도, 이들이 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대학 행사를 진행하는 것도 이와 같습니다. 수화를 사용하는 청각장애인이 없었기에 수화통역사가 없었던 것이 아니라, 수화통역사가 없었기에 청각장애인이 학교 행사와 점점 멀어진 것입니다. 여성이 국회에 진출하려면 여성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국회의사당의 구조를 바꾸어야 했던 것처럼, 장애인 배제적 구조도 바뀌어야 합니다.” (이대 소수자인권위)

 

혹시 이대는 코다(CODA, Children of Deaf Adults)라는 존재를 알까. 문자 그대로, 농인을 부모로 둔 청인 자녀다. 입학식에 참여한 학생은 청인이나 그의 부모는 수화언어를 사용하는 농인일 수도 있다. 자녀의 입학을 축하하기 위해 참석했는데 음성언어만이 가득한 공간에서 농인 부모와 그 자녀는 일상적으로 겪었던 어떠한 미끄러짐을 느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차마 학교에 먼저 요구하기 힘들 것이다. 이 사회에서 장애인이 무엇을 요구한다는 것이 얼마나 낯설고 민폐인지 그들이 먼저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화통역사를 세우더라도 그에 대한 수요를 일일이 확인하고 세우는 것과 그와 무관하게 주최 측이 ‘알아서’ 세우는 것은 다르다. 수화통역사 존재 자체가 이 공간에 청각장애인도 함께하는 공간임을 자연스레 구성원들에게 일깨우는, 시민적 학습의 장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각적으로 발견되지 않는 이상 그들이 애써 먼저 말하지 않기에, 학교 측 언어를 빌리자면 “장애학생 지원을 위해선 여태까지 잘 지원해오고 있는 대학 중 한 곳”으로, 즉 지금 이대로도 충분하다고 학교는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장애학생이 비장애학생들처럼 수업 이외의 학교 행사에서도 자신의 장애에 대한 별도 ‘검증’ 없이, 차별 없이 참여할 수 있는 ‘배리어프리(barrier free)’가 될 때까지 ‘충분’이란 있을 수 없다. 충분하다는 것은 언제까지나 학교 측의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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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민 기자 skpebble@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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