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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 투성이인 중도장애인 지원 체계, 유기적 연결 필요
'장애인 아고라: 중도장애인 일상 복귀의 걸림돌을 말하다' 열려
장애 정체성 수용 위한 심리적 지원부터 사회복귀까지, 당사자 경험 이야기
등록일 [ 2018년03월13일 17시34분 ]

 

우리나라의 중도장애인은 전체 장애인의 약 90%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중도장애인이 자신의 장애 정체성을 수용하고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체계는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13일, 여의도 이룸센터 누리홀에서 '중도장애인 일상 복귀의 걸림돌을 말한다'를 주제로 '장애인 아고라'가 열렸다. 이날 아고라에는 중도장애인 당사자들이 모여 자신이 직접 지나온 '중도장애인의 삶'과 이에 기반한 정책을 제안했다. 

 

중도장애인이 처음으로 지나야하는 관문은 바로 자신의 장애를 수용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당사자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꼽은 것은 심리적 지원이었다. 민동식 전국산재장애인단체연합회 회장은 "많은 산재장애인이 '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겪고 있다. 나 역시 43년 전 산재 사고 당시 꿈을 아직도 종종 꾸고 있다"라고 설명하며 심리적 내상에 대한 지원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소영 척수장애인협회 정책기획부 차장은 "장애 수용에 어려움을 겪는 가장 큰 이유가 장애를 겪은 이후의 삶이 막막해지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한국의 경우 '재활'이 의료적 차원에만 머물러 있어 정서적, 제도적으로 장애를 이해하고 수용하는 데에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라고 지적했다. 

 

김 차장은 "사회로 복귀하는 시간을 단축하는 데에는 심리적 지원뿐 아니라 장애인 복지 관련 정보를 제공받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라며 "장애를 갖게된 후 사회로 돌아가기까지 배울 것도, 알아야 할 것도 많은데 실질적 정보 제공과 훈련 과정이 없는 것이 안타깝다"라고 전했다. 

 

장견중 맑은손안마원 원장 역시 장애인 복지나 재활훈련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점을 지적했다. 장 원장은 "13년 전 교통사고로 시력을 완전히 상실한 후 지금까지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지는 않았다"라며 "그러나 이것이 정부나 단체로부터의 지원이 충분했기 때문은 아니라 주변에 정보를 제공해준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장 원장은 "장애를 갖게 된 것을 처음 알게 된 병원에서 장애 등록을 하라는 등의 안내를 전혀 받지 못했다. 이후 동사무소에 장애인 등록을 하러 가서도 아무런 안내를 받지 못했다"라며 "텔레비전을 통해 시각장애인 복지관에 관한 정보를 접한 형수님의 권유로 복지관에 가게 되었고, 거기에서 안마를 시작하게 되었다"라고 전했다. 

 

그는 "당시 복지관에 갔을 때 '시각장애인이 된지 1년도 안 되어 어떻게 알고 왔냐'며 놀라서 오히려 내가 놀랐다. 알고보니 시각장애인이 된지 5년, 10년이 되어서야 알음알음 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더라"라고 설명했다. 장 원장은 "신체적 손상이 영구화된 것을 알게되는 병원과 장애인 등록을 통해 처음 접하는 주민센터 등에서 복지관이나 자립생활센터 등을 연결해주는 시스템이 1차적으로 만들어지는게 중요하다. 한 명이라도 정보를 빨리 받아 사회에 복귀하면 사회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이익이 된다고 본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김소영 차장(왼쪽)과 장견중 원장(오른쪽).

 

정보를 접하고 아무리 준비를 하더라도 정작 사회에 복귀할 수 있는 통로가 없다면 의미가 없다. 최성혁 일산사랑장애인자립생활센터장은 '노동 참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많은 중도척수장애인을 만나는데, 모두 '형은 손을 쓸 수 있으니까 일을 하지'라고 말한다. 이런 말을 하는 친구들을 보면 모두 2, 30대의 젊은 사람들"이라며 "여러가지 장점을 가진 중도장애인들이 신체적 손상을 가져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일을 할 수 없다는 이유만으로 노동에서 배제되어버리는 것은 사회적으로 큰 손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활동지원서비스 중계를 하다보면, 많은 분들이 '집에서 나가지 않으니 필요 없다'라며 안 받는 분들을 많이 만난다. 이들을 사회로 끌어내기 위해서는 개인의 결단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이들이 사회에 나가서 할 수 있는 일들을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소영 차장은 "한국 장애인 제도 자체는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본다. 문제는 많은 제도가 분절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사업들이 효과적으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라며 통합 지원 체계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상규 은평구 구산보건소 주무관은 "오늘 당사자분들이 말씀하신 내용들은 모두 실무를 담당하며 깊이 느끼고 있는 부분"이라며 동감을 표했다. 이 주무관은 "정보제공부터 사회적 복귀, 사후 지원까지 한 번에 가능한 '원스톱 서비스' 체계가 마련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실무자로서도 하고 있다"라며 "그러나 사회복지 담당 부서와 재활 업무가 분절되어 있고, 그마저도 지자체별로 제각각"이라고 전했다. "복지부에서 중도장애인의 사회복귀 지원 사업을 지시한 것은 없느냐"라는 질문에 대해 이 주무관은 "현재 진행하는 사업은 서울시에서 진행하는 장애인 건강증진 시범사업으로, 복지부 차원에서 진행하는 사업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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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별 기자 hbchoi1216@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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