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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효자로 만들지 마세요” 중증장애인들, 가족 활동보조 허용 ‘반대’ 목소리
전장연, 장애인 가족의 ‘활동보조 전면 허용’ 요구에 제동
“가족에게 책임 전가 안돼, 사회서비스 공공성 강화가 우선”
등록일 [ 2018년05월08일 18시53분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8일 어버이날을 맞아 장애인 가족의 '활동보조 전면 허용'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 3일 한국장애인부모회가 장애인 가족의 활동지원 전면 허용 요구를 한 것과 관련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가 “중증장애인을 불효자로 만들지 말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전장연은 8일 어버이날을 맞아 청와대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장애인활동지원제도’는 장애로 인해 거동이 불편한 중증장애인의 일상생활과 자립생활 지원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원칙을 확인하면서, 장애인의 가족이 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제도 취지와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장애인활동지원법은 중증장애인 본인의 가족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제한하고 있지만, 활동지원기관이 매우 부족한 섬과 같은 외딴 곳 등에 한해서 가족이 서비스를 하는 것을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으며, 이 경우 일반적인 급여액의 50%를 감액해 지급한다. 그러나 활동지원사들이 기피하는 일부 최중증장애인 또는 발달장애인을 중심으로 가족의 활동지원을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줄기차게 제기되어 왔다. 결국 복지부도 지난 3월 4일 발표된 제5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2018~2022)에 "활동보조인 연계에 애로를 호소하는 일부 이용자를 대상으로 제한적으로 가족에 의한 활동지원 허용 방안 검토"를 포함시켰다.


그러나 전장연은 이처럼 활동지원제도의 사각지대가 발생하는 이유는 턱없이 부족한 예산과 바우처 기반의 민간 위탁 방식으로 공공성이 확보되지 못했기 때문인데, 이 서비스를 가족이 맡으라는 것은 중증장애인의 부양과 돌봄의 책임을 다시 가족에게 떠넘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용기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는 “나도 활동보조인이 구해지지 않아 가족에게 의지하게 될 때가 많았다. 그러니 부모들의 주장을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가족이 장애인의 돌봄을 전적으로 맡게 되어) 가족해체와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것이 문제라면 그걸 다시 가족이 책임지는 방식이어서는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최 공동대표는 “한쪽에선 발달장애 국가책임제를 이야기하고 있는데, 다른 쪽에선 가족이 그 책임을 맡겠다고 한다. 하지만 이 문제는 국가가 책임질 문제다”라며 “부모들의 요구가 돈 들어가는 일이 아니니 국가는 얼마든지 들어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올바른 해결책이 아니다. 장애인 예산을 늘려 권리를 확보하는 일에 부모들도 함께 연대해 달라”라고 호소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8일 어버이날을 맞아 장애인 가족의 '활동보조 전면 허용'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이용자인 선철규 씨는 가족이 활동지원서비스를 맡게 되면 “국가는 중증장애인은 가족만이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가족이 아무리 좋아도 긴 병에는 효자 없다는 속담도 있다. 가족이라도 장애인의 전부를 알지 못한다. 가족의 활동지원을 전면 허용하면 가정 안에서 무시받고 있는 장애인에게 더 큰 피해가 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혜진 가온장애인자립생활센터 권익옹호활동가는 “가족이 활동지원을 하면, 자식을 돈으로 생각하게 되는 사람도 생길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엄마, 아빠로서 자식을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며 “아무리 활동지원사가 없어도 가족이 이 일을 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꼬집었다.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은 “사회서비스가 도입된 것은 새롭게 드러난 사회적 위험을 공공의 영역에서 해결해보자는 것이었지만, 실제로는 질 나쁜 일자리로 이 부담을 여성에게 전가하는 것으로 되어버렸다”면서 “가족에 활동지원이 허용되면 취약한 삶을 살고 있는 여성에게 더욱 부담을 떠넘기는 식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사무국장은 나아가 이번 일이 장애인 당사자와 가족의 갈등으로 비춰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면서, “부모와 당사자가 갈등하는 것처럼 비춰진다면, 실제로 이 제도에 대한 책임이 있는 국가를 쏙 빼놓는 기묘한 일이 되어버리는 것”이라며 “가족들에게 저렴한 노동을 강요하는 제도 개악을 반대한다”고 전했다.


전장연은 가족 활동지원 전면 허용 반대의 대안으로 △활동지원 24시간 보장 △만 65세 연령 제한 폐지 △활동지원급여 수가 현실화 △활동지원사 노동권 강화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후 이러한 요구안을 청와대 제도개선정책관에게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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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금철 기자 rollingstone@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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