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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치 않은 입소, 형기 없는 감옥 같아’ 중증·정신장애인 거주시설 실태조사 공개
인권위, 전국 75개 중증장애인 거주시설, 정신요양시설 실태조사 결과 발표
연구진 "심각한 인권침해 근본적 구제 방법은 탈시설 정책 마련"
등록일 [ 2018년05월11일 15시37분 ]

정신요양시설과 중증장애인 거주시설에 관한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 실태조사가 공개되었다. 실태조사를 수행한 연구자들은 입소부터 퇴소까지 시설 거주의 전 과정에서 거주인의 인권이 심각하게 침해되고 있다며 탈시설 정책의 조속한 마련에 입을 모았다.

 

인권위가 주최한 '중증·정신장애인 시설생활인 실태조사' 결과보고회가 11일 오전,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렸다. 이번 조사는 중증장애인거주시설 45개, 정신요양시설 30개소를 무작위로 추출해 2017년 7월부터 10월까지 진행했다. 75개 시설 거주인 1500명을 대상으로 조사원이 1:1 면담 형태로 조사했다.

 

정신요양시설과 중증장애인거주시설의 인권 실태 양상은 유사했다. 두 시설 모두 비자발적 입소 비율이 높았고, 시설 직원의 엄격한 통제하에 사생활 보호가 전혀 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거주인들은 퇴소의 권리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거나 이를 행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중증・정신장애인 시설생활인 실태조사 결과보고회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


- 원치 않은 시설 입소, 나가는 것도 자유롭지 못해

 

"차라리 교도소는 징역 채우고 나갈 수라도 있는데 여기는 언제 나가는지도 모르고..." (중증·정신장애인 시설생활인 실태조사 인터뷰 내용 중)

 

시설에 비자발적으로 입소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정신요양시설이 62.2%, 중증장애인거주시설은 67.9%였다. 입소 당시 사전 설명을 제공받지 못한 경우가 대다수였다. 중증장애인거주시설 응답자의 21.3%가 사전설명을 받지 못했고, 시설 입소 당시 계약서에 직접 서명하지 않은 사람도 30.1%에 달했다. 정신요양시설 역시 사전설명을 받지 못한 경우가 45.5%, 입소 계약서에 직접 서명하지 않은 경우가 44.6%였다.

 

충분한 설명이 제공되지 않거나 당사자 의사가 존중되지 않는 것은 퇴소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였다. 정신요양시설 거주인의 59.7%, 중증장애인거주시설 거주인의 42.6%가 퇴소를 희망하고 있으나, 정신요양시설 거주인들은 34.5%가 자신에게 퇴소의 권리가 있다는 사실 자체를 알지 못하고 있었으며, 50.2%가 퇴소를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을 본인이 아닌 가족이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중증장애인거주시설 거주인들 역시 54%가 '퇴소 결정 권한은 시설장이나 가족이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사회에서 받을 수 있는 서비스에 대한 충분한 정보 제공이 되지 않는 것 역시 거주인의 퇴소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나타났다. 정신요양시설 거주인의 51.5%가 '지역사회에서 서비스를 제공받을 권리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안내받은 적 없다'라고 답했고, 중증장애인거주시설 거주인 중 '퇴소를 원하지 않는다'고 답변한 사람의 34.5%가 '나가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몰라서'라고 답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한 번 입소하면 거의 평생을 시설에서 살게 되었다. 정신요양시설에서는 거주인의 65%가 시설에서 10년 이상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그중에서도 20년 이상인 경우가 36.2%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중증장애인거주시설 역시 60%에 가까운 거주인이 10년 이상 시설에서 살고 있었다.

 

- 시설에서의 삶, "'사생활 침해' 정도가 아니라 인간 존엄에 대한 폭력"

 

"방 사람들이 옷을 다 벗고 기다려요. 직원 2~3명이 씻겨줘요." (중증·정신장애인 시설생활인 실태조사 인터뷰 내용 중)

 

중증장애인거주시설에선 1개 숙소를 6명 이상이 이용하는 경우가 36.1%에 달했다. 정신요양시설은 이 비율이 훨씬 높은 62.7%였다. 이번 실태조사와 연구를 담당한 김정하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활동가는 "시설에서의 삶이 '단체생활'이다 보니 거주인의 사생활 침해가 굉장히 당연한 공간"이라고 지적했다. 김 활동가는 "예를 들어 목욕할 때에도, 모두 옷을 벗고 복도에 늘어서 있다가 자기 순서가 오면 화장실에 들어가 직원이나 다른 거주인이 씻겨주고 나오면 또 공개된 장소에서 누군가 몸을 닦아주는 식이다"라며 "이런 것은 단순한 '사생활 침해'를 넘어 폭력에 가깝다"라고 비판했다.

 

연구에 참여한 이용표 가톨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역시 시설 거주인들에 대한 자의적 감금 형태인 거주시설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이 교수는 "정신요양시설에서 '개방'이란 사실 감금을 의미한다. '반 개방' 시설은 입소자들의 층간 이동마저 통제하고 있고, '개방' 시설이라고 하더라도 시설에서 층간 이동만 허용하지 울타리 바깥으로의 출입은 허락 없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렇게 폐쇄된 공간에서, 직원의 허락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시스템 때문에 거주인들은 그저 복도나 거실에 앉아있거나, 마당을 산책하는 정도의 생활을 살고 있다"라며 "외부적 자극을 전혀 받지 못하다 보니 정신요양시설에 있는 일부 지적장애인 중에서는 언어 표현이 거의 불가능한 경우가 많았다. 입소 생활이 길어지면서 언어적 자극을 받지 못하다 보니 결국 언어 능력을 상실한 것으로 보였다"라고 전했다.

 

그밖에도 정신요양시설과 장애인거주시설 모두에서 대부분 거주인이 개인 휴대전화를 갖지 못하거나, 자기 소유의 금전을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하는 등 자기결정권에 상당한 제약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정하 상임활동가(왼쪽)와 이용표 교수(오른쪽)


- 시설 내 인권침해의 궁극적 해결책은 "탈시설"

 

연구를 총괄한 조한진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조사 결과를 종합해 볼 때,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시설 거주인의 인권은 지속해서 침해될 가능성이 높다"라며 "거주시설에 더 많은 예산을 지원하고 인력을 충원한다고 하더라도, 거주시설은 집단성, 격리성, 권력 불평등성, 비선택성과 같이 자유권이 침해될 수밖에 없는 특성을 지니고 있기에 거주시설이 존재하는 한 이와 같은 구조적 제약을 뛰어넘을 수는 없다"라며 탈시설 정책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조 교수는 "이를 위해서는 입소부터 시설에서의 생활, 그리고 퇴소에 이르기까지 전반에 걸친 정책을 마련해 신규 입소를 예방하고, 현재 시설 거주인들이 지역사회로 나올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라고 밝혔다.

 

우선 비자의 입소나 강제입소(정신요양시설)를 막을 수 있도록 장애인복지법과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아래 정신건강복지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조 교수는 주장했다. 현재 장애인복지법 60조 2항에 따르면, 장애인의 시설 입소를 신청할 수 있는 주체는 장애인 당사자뿐만 아니라 '가족 또는 그 밖의 관계인'도 포함되고 있으므로 이를 '장애인 본인'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정신건강복지법에서는 보호입소, 즉 강제입원(입소)을 '정신의료기관 등'에서 진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등'이라는 요건 때문에 정신요양시설에서도 강제 입소 권한을 갖게 된다며, '등'을 삭제할 것을 조 교수는 제안했다.

 

현재 비자의 입소한 거주인에 대한 전수조사를 시행해 탈시설을 희망하는 사람에 대한 지원 체계 마련의 필요성 역시 강조되었다. 그리고 시설 거주 기간이 길어지지 않도록 1년 단위의 입소 계약을 하도록 하고, 이후 재계약 여부를 계속해서 확인하는 조치 역시 제안되었다.

 

시설 생활에서 발생하는 각종 인권침해를 막기 위해서는 지자체나 복지부의 시설 지도·감독 영역에 '거주시설 서비스 최저기준 준수 여부'도 포함해야 한다는 제언 역시 나왔다. 복지부는 2013년 '거주시설 서비스 최저 기준'을 도입했으나, '권고' 수준에 그쳐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조 교수는 "거주인의 퇴소 의지가 낮은 경우는 대부분 퇴소 이후의 불확실한 미래 때문이었다"라며 "퇴소를 지원하기 위한 별도의 지역사회 지원 체계가 구축될 필요가 있고, 거주인들에게 정기적으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또한, 거주인의 탈시설/퇴소를 촉진하기 위한 시설의 책무를 강화할 필요성도 있다며, '시설 거주인 개별화 탈시설/퇴소 지원 계획' 수립을 매해 진행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조 교수는 특히 정신요양시설의 환경과 지원 체계가 열악한 점을 강조하며 장애인복지법 15조가 삭제되어야 할 필요성 역시 강조했다. 현재 장애인복지법 15조는 정신장애인은 장애인복지법보다 정신건강복지법을 우선 적용한다는 규정으로 정신장애인의 장애인 복지 이용을 제한한다고 비판받고 있다. 조 교수는 "정신요양시설에도 장애인복지법에 따른 기준을 준수하도록 하여 거주인의 생활 환경을 단기적으로 개선하고, 장기적으로는 퇴소 후 지역사회 자립생활 자원을 활용하도록 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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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별 기자 hbchoi1216@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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