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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급가구 가계부 들여다보니… “수급비 쪼개고 허리 졸라매도, 돈이 부족해요”
부족한 생활비 때문에 ‘식비부터 절감’, 제대로 못 먹으니 건강 악화에 만성질환
하지만 돈 없어 병원 못 가, 사람도 안 만나… ‘사회적 고립’ 심화
등록일 [ 2018년05월17일 20시19분 ]

16일, '수급가구 가계부조사를 통해 본 기초생활수급자 급여 현실화를 위한 토론회'가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리고 있다.
 

“남에게 빌리지 않고 살 수 있는 방법 좀 가르쳐 주세요"
"아이들한테 들어가는 돈은 많아지고… 아무도 없는 데 가서 펑펑 울고 싶어요"
“수급비나 많이 주면 살겠구만, 너무나도 타당치 않게 줘서 쓰기가 너무 힘들다. 삶이 너무나도 비참하다는 생각이 든다.”

 

수급자인 임경미 씨가 지난 2월 1일부터 3월 31일까지 두 달 동안 매일 작성한 가계부 밑에 적은 말들 중 일부다. 그는 개정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아래 기초법)의 문제점을 이야기하기 위해 빈곤사회연대, 기초생활보장법바로세우기공동행동 등과 함께 매일 가계부를 작성했다. 임경미 씨를 포함해 30가구가 이 조사에 참가했다. 이들은 가계부를 쓸 때마다 “비참함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개정된 기초법이 이들의 삶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른바 ‘송파 세모녀법’이라고 불린 개정 기초법에 따라 2015년 7월부터 ‘맞춤형 개별급여’가 지급됐다. 기존 기초법에서는 소득인정액이 최저생계비 미만인 사람은 수급자가 될 수 있었던 반면, 소득이 최저생계비를 조금만 넘으면 수급자에서 탈락했다. 이에 시민사회단체들은 오랫동안 ‘빈곤층에게 조건 없이 최저생계비를 지급한 뒤 가구별 상황에 맞춰 생계, 의료, 교육 등의 개별급여도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정부는 반쪽만 받아들였다. 통합급여를 없애고 급여를 생계급여, 주거급여, 의료급여, 교육급여 등으로 쪼갠 것을 ‘맞춤형 개별급여’라고 이름 붙인 것이다.

 

당시 박근혜 정부는 이번 개정으로 복지 사각지대에 있던 이들을 흡수하여 수급자가 증가할 거라고 홍보했으나, ‘맞춤형 개별급여’ 후 생계급여 수급자 수를 보면 개정법 역시 빈곤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음을 알 수 있다. 2016년 양승조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개정 전인 2014년 전체 수급자는 132만8713명이었다. 그러나 개정법 시행 후, 과거의 최저생계비 역할을 하는 생계급여 수급자는 2015년엔 125만9407명으로, 2016년 6월엔 125만9615명으로 과거 전체 수급자보다 7만 명이나 적다.

 

이에 빈곤사회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는 16일,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수급가구 가계부조사를 통해 본 기초생활수급자 급여 현실화를 위한 토론회’를 통해 조사결과를 발표하며 “개정된 기초법 역시 빈곤층의 기본생활을 보장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수급자들 대다수는 적은 급여 탓에 수입보다 지출이 많았다. 현금으로 지급되는 생계급여(기준중위소득 30%)와 주거급여(기준중위소득 43%)만을 수입으로 산정했을 때, 가계수지가 적자인 곳은 30가구 중 총 20가구로 월평균 17만 3,470원이 적자였다. 생계급여, 주거급여 외에도 장애연금·장애수당, 교육급여, 개인적인 채무까지 포함해 수입으로 산정해도 가계수지가 적자인 곳이 17가구였다. 이들 가구는 월평균 5만 830원의 적자를 보고 있었다.

 

수급가구들은 부족한 생활비 보충을 위해 식비를 절감했다. 식비는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영역이기 때문이다. 참여자들의 월평균 식비는 약 20만원이고 하루 평균 식대는 6,650원이었다. 조사에 참여한 10가구는 이사, 명절 등으로 인해 생활비가 부족하거나 식사를 만들어 먹을 여력이 되지 않으면 무료급식소, 마을식당에서 끼니를 일시적 혹은 일상적으로 해결하고 있었다. 자녀가 있는 가구들도 사정은 비슷했다. 부식비를 줄이거나 한두 끼만 먹는 집도 있었다. 중학생 자녀를 둔 한 참여자는 “제 생각에는 딱 안 굶어 죽기 알맞은 금액인 것 같아요. 그러니까 먹고 싶은 거 못 먹죠.”라고 말했다.

 

식비 절감은 건강 악화로 이어진다. 한 사례자는 자신이 최근 수척해진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못 먹으니까 그렇지. 이 틀니도 안 맞아서 잘못 먹으면 입안이 헐어요. 위 수술도 두 번 했고. 얼마 전에 한 번 또 아팠거든요. 2주 동안 제대로 못 먹었더니 살이 쭉 빠졌어요.” 이 조사에 참여한 30가구 중 장애가 있는 가구는 16가구였고 21가구는 한 가지 이상의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었다. 이들이 가진 장애와 만성질환은 수급자가 된 주요 원인이면서도 ‘노동할 수 없는 몸’으로 여겨져 탈수급을 할 수 없는 조건이기도 하다. 많은 참여자들이 정상적인 식사 등으로 몸을 돌봐야 함에도 끼니를 때우거나 식사를 거르다 보니 다른 만성질환의 복약에 지장을 줘 '건강이 더욱 악화됐다'고 답했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이 병원을 자주 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사례자들은 본인부담 의료비로 최소 3,500원에서 최대 33만원을 지출하고 있었는데, 이마저도 대다수가 비급여 치료를 포기해 나온 금액이다. 한 사례자는 다리가 아프지만 비급여 항목인 MRI 비용이 부담돼 진단을 포기했다. 또한, 참여자들 대다수는 치과 치료의 어려움과 제대로 된 검사를 받지 못해 몸이 아파도 이유를 알지 못한다고 응답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김준희 성공회대 노동사연구소 연구원은 “적절한 시기에 진료받을 수 있도록 급여항목을 확대하거나 비급여 항목에 대한 대폭적인 비용 절감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삶을 낮은 수급비에 맞추기 위해 생존 이외에 여가활동 등은 거의 포기하거나 지인을 만나는 등 사회적 경험을 상당 부분 줄이고 있었는데, 여기에서 오는 스트레스 또한 만만치 않았다. 게다가, 대다수는 부족한 급여를 채우기 위해 지인에게 돈을 빌리고 있었고 소수는 대출을 받고 있었다. 총 30가구 중 13곳은 채무를 변제하고 있었고 최소 1만원에서 최대 35만 2000원을 갚고 있었다. 소득을 채무로 충당하는 가구가 11가구였는데 이들은 약 2만 5,000원에서 최대 40만원을 채무로 채우고 있었다. 저축하는 가구는 13가구였지만 그마저도 1년 이내 단기목표를 위한 것이었고 의료비, 이사 등 예기치 않은 일이 발생했을 때는 여지없이 저축통장을 깨야 했다.  
 
이들이 생각하기에 한 달을 살기 위한 적절한 비용은 얼마일까. 조사에 참여한 30가구는 1인 가구 기준으로 평균 127만원을 이야기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활동가는 기초생활수급자들의 급여를 현실화하기 위해 급여기준인 중위소득과 보장수준을 변화시키고 근로소득에 대한 보편적 공제로 추가소득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급여들은 기준중위소득의 30~50%로 책정되어 있는데 이는 개정 전 선정기준인 최저생계비 기준과 크게 다르지 않다. 교육급여는 기존 차상위 계층을 커버하는 수준에 불과하고 대폭 확대됐다는 주거급여는 고작 8% 늘어났다”고 비판하며 급여의 보장수준을 대폭 상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해마다 소득공제의 범위가 조금씩 늘어났지만 등록장애인의 일자리 중에서도 직업재활사업 참여만 공제 대상이 되는 등 여전히 제한적이다. 자활사업의 경우 제도개편 이후 자활소득공제와 장려금 지급이 폐지되고, 탈수급 후 소득이 최저생계비 150%(1,2인가구의 경우 200%)를 넘지 못하면 의료·교육급여를 유지해주던 이행급여도 아예 폐지됐다”고 비판하며 보편적 공제율 도입으로 소득 일부를 보전해 탈빈곤을 위한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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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미 기자 hyemikim@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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