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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구의역 참사’는 책임지면서 왜 ‘장애인 추락사’는 책임지지 않나” 신길역 농성 돌입
장애계 공식사과 요구에 서울교통공사 ‘책임없다’ 외면
사고 일어난 신길역에서 고 한경덕 씨 추모제 열려… 공식 사과 촉구하며 1박2일 농성
등록일 [ 2018년06월01일 02시08분 ]

고 한경덕 씨의 위패와 영정 31일 저녁 8시 신길역 1·5호선 환승 구간에서 신길역 휠체어리프트로 추락사한 고 한경덕 씨의 추모제가 열렸다.


31일 저녁 8시 신길역 1·5호선 환승 구간, 휠체어리프트 옆에 제단이 펼쳐졌다. 제단 위엔 ‘살인기계 리프트 희생자 고 한경덕님 신위’라는 명패와 영정이 놓였고, 영정 앞엔 하얀 국화가 반듯이 놓였다.

 

이 자리는 고인이 사망한 장소다. 고 한경덕 씨는 작년 10월 20일, 신길역 1·5호선 환승구간의 휠체어리프트에 탑승하기 위해 호출 버튼을 누르다가 계단 아래로 떨어져, 98일간 단 한 번도 깨어나지 못한 채 혼수상태로 있다가 올해 1월 25일 사망했다.

 

이에 대해 유족과 장애계는 김태호 서울교통공사에 공식 사과를 요구했으나 지난 30일, 서울교통공사 측은 사실상 이를 거부했다. 공사 측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분들께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는 말로 책임을 회피했다. 이에 대해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서울장차연)은 “이러한 도의적 사과는 법적·사회적 책임은 없다는 말과 같다”면서 “서울교통공사가 신길역 휠체어리프트 추락참사에 대한 공개사과의 답을 가지고 올 때까지 그 책임을 묻겠다”며 분노했다. 이에 따라 서울장차연은 31일 오후 5시, 사고가 발생한 신길역 1·5호선 환승구간에서 고인의 죽음을 알리는 선전전을 한 뒤 저녁 8시 추모제를 이어나갔다.

 

이삼헌 씨가 추모굿을 하고 있다.
 

추모제에서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는 “장애인이 대중교통을 타다가 떨어져 죽었는데 서울시는 자기 책임이 없다고 한다. 본인이 잘못해서 죽은 거 아니냐는 식으로 말하는데 2001년 오이도역에서, 2002년 발산역에서 장애인이 죽었을 때도 지겹도록 들었던 말이다”라고 분노했다. 

 

박 대표는 “2년 전 구의역에서 죽은 비정규직 청년의 죽음을 기억한다. 박원순 시장은 바로 찾아가 애도하고 서울시의 책임이라고 분명히 이야기했다. 그런데 지금까지 장애인이 휠체어리프트 타다 죽어도 그 누구 한 번 제대로 찾아와서 서울시 책임이라고 말하지 않았다”면서 “오이도역, 발산역, 신길역에서 죽어간 중증장애인의 죽음이 서울시엔 다른 무게고 다른 책임인가”라고 되물었다.

 

2000년 이후 지하철 휠체어리프트 사망 사건은 지속해서 발생했다. 장애인 이동권 투쟁의 도화선이 된 2001년 오이도역 추락사고에선 노부부 중 한 명이 사망하고 나머지 한 명도 중상을 입었다. 이어 2002년 발산역, 2006년 인천신수역, 2008년 화서역에서도 휠체어리프트로 인한 사망사고가 잇따랐다. 부상자도 속출했는데, 2001년 고속터미널역(전치 8주), 발산역(두부골절상 등), 영등포구청역(전치 7주), 2004년 서울역(두부손상 등 중상), 2006년 회기역(갈비뼈 골절 중상) 등에서도 사고가 발생했다.
 
하지만 그동안 서울시는 단 한 번도 지하철 휠체어리프트 추락 사건에 대한 법적·사회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2002년 발산역 사망사건 후, 장애인 단체들은 국가인권위원회에서 39일간의 단식농성과 지하철 선로 점거 등을 하며 서울시에 고인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물었지만 무책임으로 일관할 뿐이었다. 그러다 2004년, 마침내 서울시 도시철도공사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재판부(김이수 부장판사)가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리면서 이는 일단락됐다. 당시 재판부는 항소심에서 “사회적 약자인 장애우들은 인간적 존엄과 가치, 행복을 지킬 수 있게 시설 접근권이 보장돼야 하는데 서울시 도시철도공사는 사고 전 수차례 안전문제를 지적받았을 뿐만 아니라 역무원들이 당시 원고가 안전하게 리프트를 타도록 작은 배려도 해주지 않았다”면서 “1심 8870만원에 위자료 5400만원을 더해 총 1억427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죽음에 대한 사과뿐만 아니라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한 계획 또한 끊임없이 파기되면서 지연됐다. 2002년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은 발산역 사망 사건에 대해 “장애인 삶의 안타까운 실상”이라면서 “엘리베이터가 없는 역엔 2004년까지 모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지켜지지 않았고, 현재까지도 엘리베이터가 없는 역사가 21개(수도권 환승역 5개 역사 포함)에 달한다.

 

박원순 서울시장 또한 2015년 12월 ‘장애인 이동권 증진을 위한 서울시 선언’을 통해 2022년까지 지하철 엘리베이터 1동선 미확보 역사 37개에 대해 1동선 확보를 약속했지만 2016년에 설치됐어야 할 광화문역 엘리베이터가 여전히 설치되지 않는 등 여전히 계획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결국, 지난 18일 휠체어 이용 장애인 5명은 서울교통공사를 상대로 ‘서울 지하철 역사 5곳에 승강기를 설치하라’며 차별구제청구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김광이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
 

이날 김광이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는 “리프트 호출 버튼을 누르고 직원이 열쇠를 가지고 와야 휠체어리프트에 탈 수 있다. 열쇠를 가지고 오지 않으면 우리는 움직일 수 없다. 이 열쇠에 우리의 삶과 이동이 걸려 있다"면서 "리프트 타면 직원이 간혹 ‘조금만 더 앞으로 이동해 달라’고 말하는데 이런 말 들을 때면 심장이 ‘쫄깃’해진다. ‘아차’하는 순간 ‘신길역 추락사’는 나의 죽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일상적 두려움에 대해 말했다.

 

이날 추모제엔 고인의 아들 한영수 씨도 참가했다. 현재 유족은 서울교통공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 상태로 7월 6일 1차 변론기일을 앞두고 있다.

 

한 씨는 “서울교통공사는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는 것이 개탄스럽다”며 울먹였다. 그는 “서울교통공사가 법원에 제출한 답변서는 단 두 줄이었다. 하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였고 다른 하나는 ‘모든 소송 비용을 원고에게 청구한다’는 내용이었다. 앞에선 ‘엘리베이터 설치하겠다’, ‘기다려 달라’고 말하지만 뒤에선 이런 답변서를 보낸다”면서 무책임한 태도에 분노했다. 이어 “이러한 답변서를 보면 알겠지만 저들은 우리를 위해서 노력하지 않는다. 이런 무책임한 태도가 변할 때까지 시민들이 끝까지 함께 해주길 바란다”며 지속적인 관심을 촉구했다.

 

고인의 아들 한영수 씨
 

박김영희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대표는 “18년 전부터 우리가 목숨 걸고 싸워 지금 서울의 지하철엔 엘리베이터가 설치됐다. 서울시가 알아서 해준 게 아니라 우리가 철로에 가서 드러눕고, 유치장에 끌려가면서 만든 거다”면서 “한경덕 님 죽음이 헛되지 않게 우린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모든 지하철에 반드시 엘리베이터를 설치할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2시간여의 추모제가 끝난 후, 사람들은 고인의 영정 앞에 헌화했다. 서울장차연은 이날 신길역에서 1박2일 농성을 한 뒤 다음날인 6월 1일 오전 출근길에도 장애인리프트 추락참사에 대한 김태호 서울교통공사 사장의 사과와 서울시의 이동권 선언 이행을 촉구하는 선전전을 할 계획이다. 이후 같은 날 2시엔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선거본부에 방문하여 이와 같은 목소리를 전달할 예정이다.

 

휠체어리프트가 지나가는 계단에 대형 현수막이 깔렸다.
고 한경덕 씨 추모제에 참석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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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미 기자 hyemikim@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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