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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지방선거 첫 모니터링 결과 발표...여전히 갈 길 먼 장애인 투표권
인천시 장애계, 투표소 모니터링 결과 발표
"의무 아닌 장애인 선거 편의 제공, 법 개정 통해 바꿔나가자"
등록일 [ 2018년07월16일 17시59분 ]

16일 오전, 인천선거관리위원회 앞에서 '6.13 지방선거 투표소 모니터링 결과발표'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
 

인천지역 장애인단체들이 전국 최초로 6.13 지방선거 투표소 모니터링 결과를 발표했다. 지체장애인에 대한 지원은 여전히 불완전한 상태고, 발달장애인에 대한 편의 제공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장애인자립생활네트워크 등 인천지역 장애인단체들은 16일 오전 인천선거관리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인의 완전한 선거권 보장 방안 마련을 촉구했다.

 

투표소 모니터링은 사전투표소를 중심으로 이뤄졌으며, 인천에 세워진 사전투표소 총 134개 중 57개 투표소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인천 장애계는 "지난해 대통령선거에 비하면 개선된 측면이 있지만, 여전히 장애인 직접 선거는 먼 이야기"라며 "특히 발달장애인의 경우, 선거 공보물부터 투표 당일까지 장애특성에 따른 편의 제공을 받지 못해 차별에 놓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인천시 사전투표소 중 투표소가 2층 이상이지만 승강기가 설치되지 않은 곳은 134개 중 30개소였다. 이 경우 장애인 기표대는 1층에 있지만 투표함이 위층에 있는 경우, 투표용지를 장애인이 직접 투표함에 넣지 못하고 선관위 직원이나 다른 보조인이 투표함에 넣는 사례가 다수 발생했다고 이들은 전했다. 김광백 인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 사무국장은 "장애인이 직접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지 못하는 것도 문제지만, 선관위로부터 적절한 설명을 듣지 못한 채 투표용지를 거의 강탈당하다시피 '뺏긴'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라며 "왜 자신이 직접 투표함에 용지를 넣을 수 없는지, 자신의 투표용지가 투표함에 제대로 들어가긴 했는지 등을 당사자는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정명호 민들레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는 지난 19대 대통령선거 당시 투표장까지 갔으나 결국 투표를 하지 못한 채 돌아왔다. 중증장애인인 정 씨는 동행한 활동지원사와 함께 기표소에 들어가 투표하려 했으나, 선관위 직원이 '공정한 투표를 위해 가족이 아닌 경우 2인 이상이 들어가야 한다'라고 막아섰고 정 씨는 '처음 보는 선관위 직원에게 내 투표 내용을 알리는 것은 비밀투표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대응했다. 그러나 선과위 측은 완강하게 '2인 참관'을 주장했고, 결국 정 씨는 투표를 포기했다. 지난해 8월, 정 씨는 '가족 외에는 2인 참관'을 규정한 공직선거법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정 씨는 이날 기자회견에 참여해 "이번 선거 때도 '활동지원사 한 명만은 못 들어간다'고 막아서 '올해도 투표를 못 하게 되려나' 생각했다"라며 "그러나 계속 문제를 제기하자 참관인 동의를 얻어 활동지원사 1명 만 기표소에 함께 들어가도록 했다"라고 전했다. 그는 "선거 지침에 활동지원 관련 지침을 명시해 갈등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투표 접근성은 시・청각 장애인에게도 큰 문제이다. 시각장애인인 봉승용 큰솔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는 투표하는 데 30분이 넘게 걸렸다. 선관위 직원들이 점자 보조 용구를 투표용지에 끼우는 방법을 숙지하지 못해 20분가량이 지연되었다. 기표소 안에 들어가서도 한참이 걸렸다. 투표용지는 7장이나 되는데 점자 보조 용구에는 후보 이름이 없이 숫자만 들어가 있었기 때문이다.

 

봉 활동가는 "시간도 오래 걸렸지만, 비밀 투표가 보장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점자 보조 용구가 투표소에 한 매밖에 없어 '재활용'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봉 활동가는 "기표를 하다 보면 도장에 보조 용구 옆 테두리에 묻을 수도 있는데, 그렇게 되면 내가 누구를 찍었는지 모두 알게 된다"라며 "시각장애인은 혼자 기표소에 들어가 비밀투표를 할 있는 권리를 왜 뺏겨야 하나. 이는 엄연한 장애인 차별"이라고 일침했다.

 

한꺼번에 많은 후보를 선택해야 하는 선거 때문에 발달장애인은 이중으로 혼란을 느꼈다. 단체장과 의원, 교육감까지 최소 7명을 뽑아야 하는데, 이들이 어떤 공약을 했는지 쉽게 알 수 있는 정보조차 없기 때문이다. 발달장애인 당사자 조희경 인천발달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는 "나와 같은 발달장애인도 투표할 수 있도록 후보들의 정책과 정보가 쉽게 나온 자료가 있었으면 좋겠다"라며 "그러면 우리에게 잘해 줄 사람을 찍을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밝혔다. 조 활동가는 "투표 방법도 알기 쉽게 알려주면 좋겠다. 이번에는 투표용지가 너무 많아 투표장에서 당황했다"라고 전하기도 했다.

 

왼쪽부터 정명호, 봉승용, 조희경 활동가.

 

김성연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활동가는 "이렇게 다양한 문제가 계속해서 반복되는 이유는 법에 명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장애인에게 투표권이 주어졌을 뿐, 이를 제대로 행사하기 위한 제도는 고려되지 않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장애인 선거 편의 제공을 의무로 규정한 법 개정을 통해 장애인이 선관위 앞에서 투표권 보장을 요구하는 일이 더는 반복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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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별 기자 hbchoi1216@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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