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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나의 삶에 당신을 ‘초대’합니다… 책 ‘나, 함께 산다’
탈시설 장애인 구술기록집 ‘나, 함께 산다’ 책 출간 기념 북콘서트 열려
등록일 [ 2018년08월04일 14시04분 ]

지난 7월 31일, 서울 종로구 노들야학에서 책 ‘나, 함께 산다’ 출간기념 북콘서트가 열렸다. 인터뷰이로 참석한 김진석 씨가 이야기하고 있다.

 

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세상 밖으로 밀려난 이들이 시설을 나와 지역사회에서 살아가는 여정을 담은 구술기록집 ‘나, 함께 산다’(오월의봄)가 출간됐다. 이는 ‘나’를 삭제해야만 가능한 ‘시설의 삶’에서 ‘나’라는 존재를 되찾아가는 여정이자, 장애인을 배제한 지역사회 내에서 ‘장애인으로서’ 살아가기 위한 치열한 일상적 투쟁에 대한 기록이기도 하다.

 

책엔 ‘탈시설 장애인’ 이상분, 유정우, 김범순, 신경수, 최영은, 김진석, 홍윤주, 정하상, 김은정, 남수진, 이종강 총 11명의 목소리가 실렸다. 구술기록노동자 서중원 씨가 기록하고, 기륭전자 비정규직 투쟁 1,895일 헌정사진집 ‘너희는 고립되었다’ 등을 낸 사진가 정택용 씨의 사진이 담겼다.

 

이를 기념해 지난 7월 31일, 서울 종로구 노들야학에서 출간기념 북콘서트가 열렸다. 북콘서트는 조아라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활동가의 사회로 인터뷰이 6명(김진석, 최영은, 신경수, 정하상, 김은정, 남수진)이 책 출간에 관한 소회를 나누는 것으로 시작됐다. 서중원 작가는 건강상의 문제로 함께하지 못했다.

 

조아라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활동가(맨 오른쪽)의 사회로 인터뷰이 6명이 책 출간에 관한 소회를 나누고 있다.
 

인터뷰는 2016년 여름부터 2017년 여름까지 진행됐다. 인터뷰한 지로부터 2년이나 지났으니 인터뷰이들의 삶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진석 씨는 검정고시에 합격하고 올해 고등학교에 입학했다. ‘학교 다니니깐 어떠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공부하기 힘들어요”라는 진석 씨의 무던한 투정은 사람들을 웃게 했다. 영은 씨는 이제 남자친구와의 결혼을 앞두고 있다. 서울에 살 집도 구했다. 영은 씨의 표현을 빌리자면, “사랑하는 사람과의 호흡을 맞춰 살아가는 중이다.”

 

그러나 즐겁고 반가운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경수 씨는 “한 동지가, 한 동지가, 한 동지가…”라고 말하던 중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잠시 후, 숨을 고르고 그가 말했다. “이번 주 토요일(8월 4일)은 권오진 동지가 돌아가신 지 49일째 되는 날이에요.”

 

고 권오진 씨는 경수 씨와 함께 인천 민들레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활동하며 자립생활을 준비하던 동료였다. 교통사고로 전신마비를 갖게 된 그는 가평 꽃동네에서 10여 년간 살다가 2011년 시설에서 나왔다. 2014년부터 ‘활동지원 24시간’을 받을 수 있게 되어 안정적인 자립생활을 하게 되는가 싶더니, 2016년 2월 이는 갑자기 중단된다. 지자체 복지사업 중 유사·중복사업을 통폐합하겠다는 박근혜 정부의 ‘사회보장 정비방안’ 대상에 활동지원 24시간이 포함되었기 때문이다. 결국 제대로 된 복지서비스를 받지 못해 건강이 악화되면서 지난 6월 17일, 권 씨는 요양병원에서 삶을 마감했다.

 

이날 책 발간에 대해 대다수의 인터뷰이들은 “기분이 좋아요”, “열심히 살겠습니다”라고 답하며 반가운 기색을 내비쳤다. 특히 영은 씨는 자신의 아버지가 이 책을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면서 “저희 아빠가 책을 읽고 제 마음을 잘 알아주셨으면 해요. 왜냐면 제 자립을 인정하지 않거든요.”라고 말했다.

 

구술기록집 ‘나, 함께 산다’(오월의봄)
 

- 책 ‘나, 함께 산다’는 “시설의 끝을 예고하는 초대장”

 

이어진 2부에선 고병권 노들장애학궁리소 연구원, 김영희 한겨레 논설위원이 이야기 손님으로 나와 기록의 의미에 대한 이야길 나누었다.

 

고 연구원은 책의 추천사에서 이 책을 “시설의 끝을 예고하는 초대장”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왜 ‘초대’라고 표현한 걸까. 조아라 활동가가 그 뜻에 관해 묻자 고 연구원이 답했다.

 

“‘초대’라는 단어가 낭만적일 수 있으나 이 책에서만큼은 낭만이 아니라 절실하게 느껴졌어요. 초대는 내 시·공간에 손님을 부르는 건데 이를 위해선 나의 공간이 있어야 합니다. 또한, 누군가를 초대한 이유는 ‘내 것’을 보여주고 싶기 때문일 텐데요, 즉 초대가 가능하려면 이러한 두 가지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시설에 없는 것이 바로 이 두 가지, 나의 공간과 나의 색깔입니다. 즉, ‘나’인데, ‘내가 불가능한 곳’이 시설이란 말이죠. 시설에서 몇 시에 일어난다는 것은 ‘내 습관’이 아니라 ‘우리의 습관’이고, 방은 있으나 ‘나만의 방’은 아니죠. 경수 씨가 몸을 잘 안 씻는다고 했는데 나쁜 습관마저도 소중해요. 왜냐면 그건 ‘내 습관’이니깐. 나아가서, 이 책을 왜 초대라고 봤냐면, 초대가 가능한 곳은 시설이 불가능하기 때문이에요.”


고 연구원은 사회가 탈시설 장애인들에게 던지는 질문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장애인이 탈시설을 준비할 때 흔히 사회는 일정 정도의 기준을 정하고 장애인이 그만큼을 준비할 수 있는지를 끊임없이 따진다. 그러나 고 연구원은 “‘함께 살려면 이 사회의 어떤 부분이 바뀌어야 하지?’라고 물어야 한다”면서 “질문이 바뀌려면 시선이 먼저 바뀌어야 하는데 이때 장애인을 대상화하지 말고 주체로서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병권 노들장애학궁리소 연구원

조아라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활동가, 김영희 한겨레 논설위원, 고병권 노들장애학궁리소 연구원 (왼쪽에서부터)
 

책 제목에 관한 이야기도 이어졌다. 왜 하필 ‘나, 함께 산다’일까. 고 연구원은 자립생활이 ‘혼자 사는 것’을 의미하는 건 아니라고 말했다.

 

“많은 경우, 최소한 혼자 살 수 있어야 함께 살 수 있는 사람처럼 여겨왔는데요, 사실 우리는 상호의존적입니다. 자율적인 삶을 살려면 많은 것들에 의존해야 해요. 혼자 사는 거야말로 가장 나약해지고 타율적이기 쉽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혼자 살 수 있어야 함께 살 수 있는 게 아니고, 함께 살 때 더 많은 자율성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특히 ‘나’와 ‘함께’ 사이에 쉼표(,)를 찍어 놓은 게 너무 좋았는데요, (앞서 ‘초대’ 이야기에서 말했듯) 내가 당신에게 보여줄 게 없다면, 함께 살 수도 없는 거예요. 만약 무채색이라면 혼자도 안 되지만 함께도 안 될 거에요. 그런데 11명의 빛깔이 다 다르니 ‘함께’라는 단어를 쓸 수 있는 거죠.”

 

김영희 논설위원 또한 “그동안은 ‘함께 살게 해주세요’였다면 이젠 니네가 뭐라 하든 ‘나는 함께 산다’는 그런 선언적 의미로 읽혔다”고 덧붙였다.

 

이날 북콘서트엔 장혜영·혜정 자매도 축하공연으로 자리를 빛냈다. 다큐 ‘어른이 되면’ 감독이자 유튜브 채널 ‘생각많은 둘째언니’ 운영자인 장혜영 씨는 “‘나, 함께 산다’에 나도 포함되어 있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당사자 이야기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당사자‘만’ 모아놓고 이야기하는 것도 이상하다. 왜냐하면 장애인·비장애인이 함께 자연스럽게 녹아 들어가는 풍경을 이야기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책 출간을 축하했다.

 

이날 북콘서트엔 장혜영·혜정 자매도 축하공연으로 자리를 빛냈다. 장혜정 씨가 노래를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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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민 기자 skpebble@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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