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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속 사망할 뻔한 중증장애인 “내가 죽어야 활동지원 24시간 보장될까”
활동지원사 퇴근 후, 폭염 속 12시간 동안 홀로 방치돼
박근혜 정부 때 철퇴 맞은 ‘활동지원 24시간’… 여전히 회복 안 돼
등록일 [ 2018년08월08일 18시15분 ]

“사람 눈이 허벌떡 뒤집어졌다니깐. 열이 39도인데 혼자 놔두면 죽어요, 의사가 나한테 그래.” 

 

갑갑함에 먼저 말을 쏟아낸 건 그날을 함께한 활동지원사 이영진 씨(가명)였다.

 

“먹는 것도 없어요. 아침저녁으로 밥 두 숟가락에 젓갈, 그걸로 끝나. 없어서 못 먹는 게 아니라 더위 때문에 입맛 없어서 못 먹는다고. 내가 진단서 떼서 주민센터 가니깐, 이미 주어진 시간 다 써서 그 이상은 없대. 내가 만일 사고 나면 책임질 거냐고 하니깐 왜 자기들한테 그러녜. 내가 방법 좀 알려달라, 너무 무섭다, 하니 국민연금공단에 전화해서 서류 다 갖고 오라는데 그건 안 하겠다는 거지. 그래서 내가 하는 수 없이 교장쌤(박경석 노들장애인야학 교장)한테 전화했어요. 선심 씨 죽는다고.”

 

지난 5일, 자신의 집에 누워있는 김선심 씨.
 

김선심 씨(중증뇌병변장애, 55세)가 침대에 누워 꼼짝도 않은 채 천장만을 바라보고 있다.
 
“내가 죽어야지. 한 사람이 희생해야 다른 사람들 24시간 받을 거 아니야. 옛날에 주영이가 죽어가지고….”

 

2012년, 김주영이 죽었다. 김주영은 선심 씨가 2006년에 시설을 나와서 첫 번째 거주한 체험홈의 룸메이트였다. 활동지원사 없이 홀로 있던 밤사이, 원인불명의 불이 나 질식사했다는 김주영의 소식에 혼자 있는 시간이 무서워졌다. 그리고 2014년, 송국현·오지석이 죽었다. 그들 또한 활동지원사가 없는 사이 불에 타서, 인공호흡기가 빠져서 죽었다. 활동지원사가 없는 사이 일어난 중증장애인의 잇따른 죽음에 장애계는 2012년부터 ‘활동지원 24시간 보장’을 요구하는 대대적인 투쟁을 벌여 왔다. 그 결과 활동지원 대상자가 장애 1급에서 3급으로 확대되고, 지원 시간도 대폭 늘어났다. 이 과정에서 선심 씨 활동지원 시간도 230시간에서 현재와 같은 598시간(복지부 지원 401시간, 서울시 지원 197시간)이 됐다.

 

2012년부터 2014년까지, 대폭 늘어난 장애인활동지원 서비스 급여량은 죽은 이들의 ‘목숨값’이었다. 그것을 선심 씨는 알고 있었다. 그러니 ‘김주영처럼 자신이 죽어야’ 활동지원 24시간이 보장될 거라고 말했다.

 

- 활동지원사 퇴근 후, 폭염 속 12시간 동안 홀로 방치된 중증장애인

 

과거에 비해 활동지원 시간이 두 배 이상 늘어났음에도 선심 씨는 여전히 일주일에 3일은 밤에 혼자 있어야 한다. 특히 ‘31일’까지 있는 달엔 활동지원시간이 더더욱 부족해 혼자 있는 밤 시간도 하루 더 늘어난다. 그날도 그랬다.

 

지난 7월 31일 화요일 저녁 8시, 활동지원사가 퇴근했다. 다음 활동지원사는 아침 8시가 되어야 오니 12시간을 그 혼자 있어야 했다. 40도 웃도는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던 날이었다. 그럼에도 전기 과열로 인한 누전사고가 걱정되어, 선심 씨는 활동지원사에게 선풍기를 꼭 끄고 가달라고 당부한다. 오래된 벽걸이 선풍기엔 그 흔한 ‘타이머’ 기능조차 없다.

 

“불나면 나만 죽는 게 아냐. 이 아파트가 다 죽어. 그래서 내가 (활동지원사 없을 때) 선풍기 못 써.”

 

그렇게 선풍기 바람조차 없는 11평 자그만 임대아파트에 선심 씨는 홀로 누워있었다. 오직 베란다 문만 열려있을 뿐이다. 집 밖을 빠져나가지 못한 열기로 집은 불가마처럼 달궈졌고, 다음 날 아침 8시 활동지원사가 왔을 때 선심 씨는 이미 녹초가 되어 있었다. 평소 아무리 아파도 진통제 한 알 먹지 않던 선심 씨는 그날도 병원에 가지 않은 채 고통을 삼켰다. 수요일(8월 1일)은 원래 활동지원사가 없는 날이니 그 날 밤도 선심 씨는 혼자였다. 새벽에도 30도를 치닫던 그 날, 뜨거워진 대기는 식을 줄을 몰랐다. 선심 씨는 정신줄을 놓지 않을 만큼, 딱 그만큼만 살아있었다. 더위에 한숨도 자지 못했다. 다음 날 아침, 활동지원사가 마주한 것은 더위를 먹고 눈이 풀린 선심 씨였다. 병원 가자, 라는 말을 선심 씨가 먼저 했다.

 

활동지원사가 수동휠체어에 그를 태우곤 집 앞 상가에 있는 병원에 갔다. 온몸이 펄펄 끓어 열을 재보니 38.6도. 의사는 진단서에 “향후 안정 시까지 24시간 간병 또는 경과에 따라 검사 및 입원을 요함”이라고 썼다. 마음 다급해진 활동지원사가 진단서 들고 주민센터에 찾아가 읍소했지만 ‘방법이 없다’는 대답뿐이었다. 결국 활동지원사는 선심 씨가 다니는 노들장애인야학의 박경석 교장에게 전화했다. 폭염 속에 선심 씨가 죽을 뻔했다고.

 

지난 5일, 노들야학 교사들이 강서구 가양동에 있는 김선심 씨 집을 찾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제공 : 김유미 노들야학 교사)
 

- 손가락 하나 까딱 못하는 이에겐 응급알림e, 야간순회는 무용지물

 

지난 5일 일요일 오후 1시, 노들야학 교사들이 강서구 가양동에 있는 선심 씨 집을 찾았다. 새벽에 내린 비로 폭염이 한풀 꺾여 한낮 온도는 ‘34도밖에’ 되지 않았고, 현관문과 베란다 문을 열어놓은 덕에 종종 시원한 맞바람이 불었다. 게다가 선풍기까지 틀어놓아 나름 가장 시원하게 해놓은 상태였으나, 집은 여전히 충분히 덥고 습했다. 집엔 에어컨도, 쿨매트도 없었다. 그 방에 선심 씨가 가만히 누워 있었다.

 

선심 씨는 폭염으로 크게 앓으면서 뒤늦게야 에어컨을 주문했는데 에어컨은 17일에야 온단다. 그러나 에어컨이 온다고 해도 “혼자 있을 땐 과열될까 무서워” 틀 수 없다고 했다. 끊임없이 자세 변경을 해야 하는 쿨매트 또한 스스로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선심 씨에겐 적절치 않았다. 

 

복지부가 ‘활동지원 24시간’ 대신 예산 절감을 위해 내세운 응급알림e서비스와 야간순회서비스도 선심 씨는 이용할 수 없다. 응급알림e를 이용하려면 위급 시에 버튼이라도 누를 수 있어야 하는데 선심 씨는 전화 버튼 하나 누를 수 없는 사지마비 장애인이기 때문이다. 야간순회서비스 또한 사회복지사가 새벽에 불시에 찾아오면 문을 열어줘야 하니 이 역시 불가능하다.

 

지금 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24시간 그의 곁에 있어 줄 활동지원사이나, 이는 현재 선택지에 없다. 그러니 생명을 담보로 여름밤을 지새울 수밖에. 아니, 그는 사계절 내내 그렇게 지내왔다. 겨울에도 활동지원사가 퇴근하고 난 밤엔 체위변경 없이 그대로 누워있었다. 아니, 사실 그는 탈시설한 지난 12년간 내내 그러한 낮과 밤을 보내왔다.

 

그는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하나 “갑자기 아파지니” 무섭다고 했다. 그가 필요할 때는 24시간 지원을 받을 수 없는 걸까. 만약, 2015년 박근혜 정부의 ‘사회보장정비방안’이 없었더라면 선심 씨에게도 그러한 선택지가 쥐어질 수 있었다.

 

- 박근혜 정부 때 철퇴 맞은 ‘활동지원 24시간’… 여전히 회복 안 돼

 

2014년 송국현·오지석의 죽음으로 활동지원 24시간에 대한 요구가 전국적으로 거세지자, 서울·인천·대구 등의 지자체는 복지부의 활동지원 시간에 대한 부족분을 시비를 통해 지원하여 최중증독거장애인의 활동지원 24시간 보장에 나서려고 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2015년, 서울시는 최중증독거장애인 100명에게 활동지원 24시간 지원을 시작한다. 당시 서울시가 발간한 ‘2015년 달라지는 서울시정, 서울시정 다이어리'에는 향후 “2018년까지 160명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쓰여 있다. 그러나 이는 박근혜 정부의 ‘사회보장정비방안’에 막혀 무산된다. 박근혜 정부 당시 보건복지부는 ‘사회보장기본법 26조’를 근거로 지자체가 사회보장제도를 신설·변경할 때 복지부와 협의하도록 했는데, 이를 지자체 복지 확장의 브레이크로 활용한 것이다. 복지부는 지자체에서 시행하는 활동지원서비스가 중앙정부 사업과 유사·중복되는 거라며, 지자체 활동지원 시행을 가로막았다. 결국 서울시는 대상자 확대에 브레이크가 걸리면서 2018년 현재까지도 서울시 내 ‘24시간 지원 대상자’는 100명에 그치고 있다. 시행 4년째 제자리걸음인 것이다.

 

그 사이 인천에선 사람이 죽었다. 인천시는 2014년 말부터 최중증장애인 3명에게 활동지원 24시간을 지원하고, 2015년부턴 대상자를 기존 3명에서 7명을 추가해 10명까지 지원하려고 했다. 그러나 복지부가 사회보장기본법 26조를 근거로 한 '협의' 과정에서 ‘불수용’ 입장을 표명하자 인천시는 7명에 대한 추가 지원 계획을 취소한다. 그리고 복지부와의 실랑이 끝에 이듬해인 2016년 2월, 기존 3명에 대한 지원마저 없앤다. 이 과정에서 활동지원 24시간이 중단된 후 욕창이 심해진 권오진 씨(전신마비, 46세)는 건강 악화로 올해 6월 요양병원에서 숨졌다.

 

지난해 말, 보건복지부는 ‘2018년 사회보장제도 신설·변경 협의 운용지침’을 통해 지자체 복지사업의 자율성을 대폭 확대하는 방향으로 선회했으나, 지자체는 여전히 폐지된 24시간 활동지원 사업을 복구하지 않고 있다.

 

그러다 권오진 씨의 죽음 후 인천 장애계가 이는 사회보장기본법 26조에 의한 죽음이라며 분노하자, 그제야 인천시는 올해 하반기에 10명에 대한 24시간 활동지원 시범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시 또한 올해 초 복지부에 다시 ‘협의’ 요청한 결과 긍정적인 답을 받아 올해 말에서 내년 중에 100명을 추가하여 총 200명까지 활동지원 24시간 보장에 나설 계획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현재처럼 지자체에만 책임을 맡겨둘 경우, 지자체 재정에 따라 지역 불균형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장애계는 이는 국가가 책임져야 할 몫이라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복지부는 여전히 정부 차원의 보장은 어렵다고 난색을 보인다. 지난 6일 비마이너와의 통화에서 복지부 장애인서비스과 담당자는 “시에서 여유 예산이 있으면 하는 거지, 국비는 제한적이라 국비로 ‘24시간 지원’은 어렵다”고 밝혔다.

 

폭염에 집 밖을 나올 수 없는 김선심 씨를 대신해, 그가 다니고 있는 노들장애인야학이 6일 국가인권위원회에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긴급 진정했다.
 

그러나 선심 씨와 같은 최중증독거장애인에겐 ‘지금 당장’ 활동지원 24시간 지원이 필요하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노들장애인야학은 더위를 먹어 밖을 나오지 못하는 선심 씨를 대신해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에 긴급 구제를 요청했다. 6일 인권위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들은 “우리 야학학생 선심 언니, 살려주세요”라고 외치며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긴급 진정을 제기했다.

 

이 자리에서 박경석 노들야학 교장은 “무더위 폭염으로 목숨을 잃을 뻔한 위험은 최중증장애인이 홀로 밤을 지새워야 하는 일상적 위험에 대한 ‘+1’에 불과하다”면서 “우리는 ‘+1’을 해결해달라는 게 아니라 이 일상적 위험을 해결해줄 것을 요구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밝혔다. 그는 “이 문제에 대해 복지부는 임시적 조치가 아닌, 최중증장애인이 활동지원사 없이 홀로 밤을 지새워야 하는 근본적 문제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라”면서, 인권위가 복지부에 활동지원 24시간 지원 제도화를 권고할 것을 촉구했다.

 

- 탈시설 기금 2000만 원 쾌척, 건강한 자립생활 꿈꿨지만 다시 방 안에

 

전라남도 영광이 고향인 선심 씨는 바다 한 번 보지 못하고 40여 년을 방 안에서만 살다가 41살 되던 해, 가족에게 짐이 되기 싫어 시설에 들어갔다. 시설에서 3년을 살다가 2006년 8월, 그는 시설을 나와 지역사회에서의 자립생활을 시작한다. 활동지원서비스를 비롯해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살기 위한 어떠한 복지지원도 없던 시절, ‘겁없이’ 탈시설한 그를 사람들은 ‘탈시설 장애인 1호’라고 부른다. 이후 그는 더 많은 중증장애인들이 자유롭게 살기를 바라며 2006년부터 10년 동안 수급비에서 매달 20만 원씩 모아 마련한 돈 2000만 원을 자신의 탈시설을 지원한 장애인단체에 ‘탈시설운동 기금’으로 내놓기도 했다.

 

지난 5일 방문한 그의 방엔 그가 좋아하는 식물이 가득했다. 그는 몇 번이고 야학교사들에게 베란다에 가득한 화분을 눈으로 가리키며 “얘네들 사진 좀 찍어줘.”라고 말했다. 그가 누워있는 침대 벽면엔 그의 취향이 오롯이 담긴 핸드백들이 걸려있었다.

 

그는 시설에서 지낸 3년을 “꼭 30년산 기분”이라며 “유리병 안에 갇힌 느낌”이라고 기억한다.(책 ‘나를 위한다고 말하지 마’, 삶창, 2013) 시설에선 가질 수 없었던 개인의 취향과, 그 취향이 담긴 자기만의 공간을 가진지 12년, 그는 지금의 이 삶을 더 누리고 싶다. 건강해져서, 활동지원 24시간이 보장되어서 야학에도 더 자주 나오고 싶다. 용감하게 시설을 걷어차고 나왔건만, 지금 다시 폭염 속 11평 집에 갇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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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민 기자 skpebble@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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