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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장애등급제 폐지 구상에 장애계 '기만적' 비판...투쟁 예고
전장연, '장애등급제 완전 폐지 투쟁 계획' 선포, 복지부 장관과 대통령 면담 촉구
"복지 서비스 달라진 것 하나 없이 등급을 점수로만 환원...받아들일 수 없다"
등록일 [ 2018년08월08일 19시12분 ]

8일 오후 종로장애인복지관 앞에서 '장애등급제 완전폐지 투쟁 계획 발표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가 장애등급제의 완전한 폐지를 촉구하며 지속적인 투쟁을 예고했다.

 

장애등급제 폐지는 박근혜 정부 때부터 국가가 약속한 정책이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장애등급제 폐지 민관협의체'가 구성돼 복지부와 장애계, 그리고 전문가 등이 함께 등급제 폐지 이후 복지 체계 구조를 논의하기도 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등급'을 '정도'로 변경한 장애인복지법 개정을 시작으로 장애등급제 폐지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그리고 복지부는 오는 9월 3일, 장애등급제 단계적 폐지 및 종합지원체계 도입에 대한 공청회를 연다. 이 자리를 통해 그동안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던 '종합판정체계', 즉 장애등급을 대신해 복지 서비스 제공의 기준이 될 조사표 및 그 활용 계획이 공개될 예정이다.

 

그러나 전장연은 정부가 발표한 '장애등급제 폐지'가 기만적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장애등급제 폐지의 요지는 등급에 따라 복지 서비스가 제공되어 장애인 개개인의 욕구와 필요가 반영되지 못했던 구조를 바꾸는 것인데, 정부의 구상은 등급을 종합조사표에 따른 '점수'로 환원할 따름이라는 것이다.

 

이에 전장연은 8일 오후 4시, 종로장애인복지관 앞 농성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등급제 완전 폐지 및 권리 쟁취 투쟁 계획'을 선포했다. 전장연은 장애등급제와 더불어 부양의무자기준 및 장애인 수용시설 등 '3대 적폐' 폐지 약속에 대한 예산 확보를 요구하며 지난 3월 26일부터 문재인 대통령 면담을 촉구하는 농성을 종로장애인복지관 앞에서 이어오고 있다.

 

전장연은 정부가 마련한 종합판정체계가 여전히 활동지원 24시간을 보장하지 못하고, 장애인 거주시설 역시 복지 서비스 중 하나로 고려되고 있음을 비판하며 장애등급제의 완전한 폐지와 탈시설-지역사회자립생활 정책 마련을 촉구했다.

 

장애등급제 폐지 민관협의체에 장애계 대표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복지부가 공유한 종합판정체계 구상에 심각한 우려와 분노를 표했다. 박 대표는 "현재 복지부는 종합조사표로 장애인을 점수 매겨 활동지원, 응급알림e, 보조기기, 거주시설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한다"라며 "이 서비스 모두 등급제 체계에서 이미 존재했던 것들이다. 기존 서비스 그대로 제공할 요량이라면 대체 무엇 때문에 조사표를 만들고 세 차례나 걸쳐 시범사업을 했던 것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비스 제공의 절대적 양과 다양화를 위한 예산의 전폭적 확대 없는 등급제 폐지는 의미가 없다는 비판이다.

 

박 대표는 특히 종합조사표를 통해 제공되는 서비스에 '거주시설 입소'가 있다는 점도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장애인 수용시설의 신규 입소를 막고 일 년에 천 명씩 탈시설을 지원해도 3만 명이 넘는 거주인이 모두 나오는 데 30년이 걸린다"라며 "그런데 정부는 내년에 겨우 130명의 탈시설을 지원하겠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거주시설 입소를 여전히 정부가 열어놓는다면, 장애인 수용시설은 결코 완전히 폐지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박 대표는 "거주시설에 대한 욕구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역사회에서의 촘촘한 지원책을 마련하지는 않은 채 거주시설의 문을 열어놓는다면, 정부의 탈시설 정책 의지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기존 복지 체계에서 늘어난 것도, 달라진 것도 없고 수용시설은 유지하는 기만적 시스템으로 31년간 유지됐던 장애등급제라는 차별의 긴 역사를 종식하겠다는 정부의 태도에 분노한다"라며 "우리가 고작 이것을 위해 1842일간, 아니 지난 8년간 싸워왔던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가 등급제 완전 폐지의 의미를 밝히며 정부의 계획이 기만적임을 강조하고 있다.
 

양영희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은 "우리가 등급제 폐지를 주장했던 것은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안전하고 편안하게,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온전히 행사하며 살고 싶어서였다"라며 "그러나 정부안을 보면, 행정적 변경 이외에 장애인의 실질적 삶이 변화될 수 있는 내용은 없는 것 같다"라고 비판했다. 양 회장은 "등급제 폐지는 단순히 제도를 없애는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삶이 달라지는 문제"라며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는 핵심은 바로 우리의 투쟁이다. 5년의 투쟁으로 민관협의체 구성을 만들었고, 또다시 투쟁을 통해 새로운 정책과 예산에 우리의 목소리를 반영하자"라고 촉구했다.

 

전장연은 'CVID', 즉 △장애인의 완전한(Complete) 지역사회 통합과 참여 △검증 가능한(Verifiable) 장애인 권리 보장과 예산 △다시는 차별의 역사로 돌이킬 수 없는(Irreversible) △장애등급제의 완전한 폐지(Dismantlement)를 요구했다. 이를 위해 2012년부터 진행됐던 광화문 농성 중단 1주년인 오는 9월 5일에는 박능후 복지부 장관, 그리고 내년 장애인차별철폐의 날인 2019년 4월 20일에는 문재인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구했다.

 

기자회견이 끝난 후에는 활동지원을 24시간 지원받다 '사회보장정비방안'으로 인해 지원이 중단된 후 건강 악화로 사망한 故 권오진 활동가를 추모하고 활동지원 24시간 보장을 촉구하는 문화제가 진행됐다. 전장연은 앞으로도 국가인권위원회에 장애인 활동지원 24시간 보장 및 장애인거주시설 신규 입소 금지 정책 권고 진정, '3대적폐' 완전 폐지 요구 결의대회 등 매주 투쟁을 이어갈 예정이다. 

 

8일 오후 종로장애인복지관 농성장에서 '장애등급제 완전폐지 투쟁 선포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 이날 약 150여 명이 참석했다.

기자회견 중 장애등급제 완전 폐지의 원칙인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장애등급제 폐지'를 의미하는 알파벳 CVID를 활동가들이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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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최한별 기자/사진 박승원 기자 beminor@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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