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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을 옭아매는 3대 적폐, 끝장내겠다”
6년 전, 광화문 농성 시작했던 ‘8월 21일’ 기념하며
부양의무제·장애등급제·장애인수용시설 ‘완전 폐지’ 위한 전국 투쟁결의대회 열려
등록일 [ 2018년08월21일 21시04분 ]

광화문 농성을 시작했던 그 자리에서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자 기준, 장애인수용시설 폐지를 위한 장애인 가난한 사람들의 3대 적폐 완전 폐지 투쟁 결의대회가 열렸다. 이 날은 광화문 농성장이 세워진지 6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의 3대 적폐인 부양의무제·장애등급제·장애인수용시설 ‘완전 폐지’를 위한 전국집중 투쟁결의대회가 열렸다.

 

‘장애인과 가난한사람들의 3대적폐폐지공동행동(아래 3대적폐공동행동, 구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폐지공동행동)’은 21일 광화문역 해치광장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부양의무제·장애등급제·장애인수용시설을 폐지하겠다고 약속했지만 현재 이 제도들은 여전히 없어지지 않고 지속되거나 이름만 바뀐 정책으로 실현되고 있다”고 비판하며 3대 적폐를 ‘완전 폐지’하는 그날까지 끝까지 싸울 것을 결의했다. 투쟁결의대회를 개최한 이 날은 광화문 농성을 시작한 지 6주년, 중단한 지는 1년째 되는 날이었다.

 

이들은 2012년 8월 21일, 광화문역사 지하차도에서 10시간이 넘는 경찰과의 사투 끝에 은박 스티로폼 깔개 한 장을 깔고서 농성을 시작했다. 이들은 장애인의 신체에 낙인을 부여하고 복지 이용을 제한하는 장애등급제, 가난의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하고 사각지대를 방치하는 부양의무자 기준, 장애인을 집단으로 수용해 지역사회로부터 배제하는 장애인수용시설을 ‘3대 적폐’로 명명하며 ‘완전 폐지’를 정부에 촉구해왔다.

 

농성 시작 이후, 광화문 농성장엔 ‘3대 적폐’로 인한 죽음이 쌓아 올려졌다. 그해 겨울 고 김주영 씨가 활동지원사가 없는 사이 발생한 화마로 사망했고, 발달장애가 있던 지우·지훈 남매도 부모님이 일하러 간 사이 발생한 화재로 집에서 죽었다. 2014년에는 기초수급의 사각지대에 있었던 송파 세 모녀가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장애3급이면 활동지원을 받을 수 없던 2014년, 고 송국현 씨는 지역사회에서 살기 위해 시설을 나왔지만 장애3급 판정을 받아 활동지원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었고, 결국 활동지원사 없이 홀로 지내던 사이 발생한 화재로 사망했다. 그해 근육장애인 고 오지석 씨도 활동보조인이 없던 시간에 자택에서 호흡기가 떨어지는 사고로 죽었다.

 

장애계는 이들의 죽음을 지속해서 알리며 싸웠지만, 박근혜 정부의 외면 속에 지난 5년간 18명이 농성장에 영정으로 돌아왔다. 김주영, 지우·지훈, 박진영, 장성아, 장성희, 이광동, 김준혁, 최종훈, 송국현, 오지석, 박홍구, 이재진, 박현, 박종필, ‘송파 세 모녀’가 바로 그들이다.

 

정권이 바뀌고 문재인 정부의 첫 번째 보건복지부 장관인 박능후 장관이 2017년 8월 25일, 광화문 농성장을 방문했다. 그는 18명의 영정 앞에 애도를 표하며,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장애인수용시설 폐지를 논의하기 위한 민관협의체 구성을 약속했다. 그렇게 2017년 9월 5일, 1842일의 광화문 농성은 중단됐다.


이 날 민관협의체에 참여했던 이들은 TF 경과보고를 연극을 통해 알기 쉽게 설명했다.


하지만 싸움터가 테이블로 옮겨갔을 뿐이다. 민관협의체에선 정책 내용과 추진 시기를 두고 정부와 장애계의 ‘동상이몽’이 펼쳐졌다.

 

장애등급제 폐지 민관협의체에서 정부는 2019년에 등급제가 아닌 종합판정체계를 도입해 장애인의 복지서비스 욕구를 종합적으로 조사하기 위한 틀을 마련하고, 2022년까진 소득보장(장애인연금 등) 정책과 고용(장애인고용장려금 등) 정책에서 장애등급제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장애계는 “종합판정체계는 기존의 등급을 종합조사표에 따른 점수로 환원한 것일 뿐”이라며 “문재인 정부 임기가 끝나는 2022년엔 정책추진 의지가 떨어져 결국 소득과 고용영역에서 등급제 폐지를 실현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논의하는 민관협의체도 마찬가지다. 현재 문재인 정부는 올해 10월에 주거급여에서의 부양의무자 기준만 폐지하고, 생계급여와 의료급여에선 소득·재산 하위 70% 이하 중증장애인 또는 노인이 포함된 경우에만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부양의무자 기준 적용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장애·빈민계가 요구하는 부양의무자 ‘완전 폐지’를 위한 로드맵은 없는 것이다.

 

탈시설 TF도 비슷하다. 정부는 시설 신규입소금지, 시설 단계적 폐쇄 계획, 주거서비스와 자립정착금 확대 등 시급하게 예산이 투여될 부분에 관해선 이야기하지 않은 채 “탈시설은 다른 나라에서도 20~30년 걸렸던 장기과제이므로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미적지근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즉, 문제는 예산이다. 실질적인 ‘3대 적폐’ 폐지를 위해선 적극적인 예산 확대가 필요하지만, 정부는 예산 확대는 어렵다는 말만을 반복하고 있다. 결국 3대적폐공동행동은 지난 3월 26일부터는 청와대 앞 종로장애인복지관에서 3대 적폐 완전 폐지와 장애인복지예산 확대를 촉구하며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장애등급제 폐지 민관협의체(2017.10.20~2018. 7. 6)는 10차례,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민관협의체(2017.10.26~2018.4.27)는 5차례, 탈시설 민관협의체(2018.2.23~8.10)는 7차례 회의를 진행했다.

 

이형숙 3대적폐공동행동 공동위원장은 “우리는 광화문 농성을 중단했지만 이후 다양한 공간에서 다른 방식으로 싸웠다. 매주 목요일에는 3대 적폐 폐지 서명운동과 엽서 쓰기 캠페인을 진행했고 매월 셋째 주 목요일은 이 엽서를 모아 청와대에 배달하는 ‘월간 행진’을 진행했다”면서 지난 1년간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았음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시민들이 지나가면서 ‘3대 적폐 폐지됐느냐’고 한 번씩 물어본다. 하지만 다들 알다시피 전혀 폐지되지 않았다. 우리는 3대 적폐가 폐지될 때까지 함께 모여서 싸울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김남연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김남연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 회장은 “국가는 장애인에 대한 돌봄을 온전히 가족에게 떠넘긴다”면서 ”장애인 당사자가 가족의 곁을 떠나 완전히 독립할 수 있을 때야 부양의무제가 폐지됐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날까지 우리는 국가가 부양의무자 기준을 제대로 폐지하는지 지켜볼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를 향해 경고했다.
 
이날,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단은 투쟁결의문을 낭독하며 “이곳에는 농성장도, 그 앞에 놓였던 영정사진도 없다. 하지만 우리는, 그리고 우리의 이야기는 여전히 이곳에 있다.”면서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이 필요한 서비스를 필요한 만큼 보장받으며, 지역사회 안에서 안전하고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게 되는 날까지, 또 다른 죽음을 맞지 않을 수 있는 날까지 계속 여기에 있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단은 장애등급제, 장애인수용시설, 부양의무자기준이 쓰여진 큰 얼음을 깨며 3대적폐 폐지를 향한 의지를 드러냈다. 광화문 해치광장을 가득 메운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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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혜미 기자/사진 박승원 기자 hyemikim@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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