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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 이용 장애인도 ‘고속버스’ 타고 고향 갈 수 있을까… 시승식 열렸다
2014년 1월 시작된 ‘장애인 시외이동권 보장’ 투쟁, 4년 만의 결실
국토부, 내년에 고속·시외버스 일부 노선에 ‘휠체어 버스’ 도입하는 시범사업 예정
등록일 [ 2018년09월19일 23시08분 ]

19일 오전 10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국토교통부는 광화문 해치마당에서 휠체어 이용 장애인도 탑승할 수 있는 고속버스 시승식을 열었다. 한 휠체어 이용자가 버스에 탑승하고 있다.
 

드디어 휠체어 이용 장애인도 탑승 가능한 고속버스·시외버스가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19일 오전 10시, 국토교통부(아래 국토부) 주최로 광화문 해치마당에서 휠체어 이용 장애인도 탑승 가능한 고속버스·시외버스에 대한 시승식이 열렸다. 이번 시승식은 국토부가 2019년 하반기 시범사업으로 고속·시외버스 일부 노선에 도입하려는 버스를 공개하는 첫 자리였다. 이를 위해 현재 국토부는 ‘휠체어 탑승설비 장착 고속․시외버스 표준모델 및 운영기술’을 개발 중이며, 내년도 시범사업을 위한 버스구입비 예산안으로 약 13억 4천만 원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이번 시승식이 무엇보다 뜻깊은 것은 장애계가 수년간 명절 때마다 버스터미널을 점거하며 ‘장애인 시외이동권 투쟁’을 전개해온 연장선에 있기 때문이다. 시외이동권 투쟁을 전개해 온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 측도 이날 시승식에 참여했다. 이들은 앞서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이번 시범사업은 이후 지속적으로 확대되어야 하며, 이는 반드시 지켜져야 할 약속”이라며 정부 측에 ‘완전한 시외이동권 보장’을 촉구했다.

 

이날 국토부와 전장연은 교통약자 이동권 보장에 대한 구체적 정책 방향을 명시한 ‘교통약자 이동권 선언’을 함께 읽기도 했다. 이어진 시승식에선 휠체어 이용 장애인들이 약 한 시간가량 휠체어 탑승 설비가 있는 고속버스를 실제 타보는 시간을 가졌다.

 

19일 오전 10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국토교통부는 광화문 해치마당에서 휠체어 이용 장애인도 탑승할 수 있는 고속버스 시승식을 열었다. 버스 앞에서 테이프 커팅식을 하는 모습.

 

- 2014년 1월 시작된 ‘장애인 시외이동권 보장’ 투쟁, 4년 만의 결실

 

장애인 시외이동권 투쟁이 시작된 때는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교통약자법)’이 제정된 지 햇수로 10년이 되는 2014년 1월, 설날이었다. 지난 2001년 오이도역 장애인 리프트 추락사로 시작된 장애인 이동권 투쟁의 성과로 2005년 교통약자법이 제정되었다. 이 법에 따라 시내버스엔 휠체어 이용 장애인도 탑승할 수 있는 저상버스가 느리게나마 도입되었으나, 10년이 지나도록 고속·시외버스엔 휠체어 탑승 가능한 버스가 단 한대도 도입되지 않았다. 결국 2014년 1월 27일 설 연휴에 전장연 소속 장애인 활동가들은 서울 강남 고속버스터미널 경부선을 점거하곤, 처음으로 장애인 시외이동권 문제를 알렸다. 이들은 “버스 타려고 티켓을 구매했지만 고속버스, 시외버스, 광역버스 등에 계단이 있어 휠체어 이용자는 도저히 탈 수가 없다”면서 “장애인도 고속버스 타고 고향에 가고 싶다”고 외쳤다.

 

2014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장애인 시외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며 고속버스를 점거한 모습.
 

이들은 버스타기 투쟁과 함께 2014년 3월 국토부, 서울시, 경기도, 버스사업자를 대상으로 ‘교통약자 시외이동권 확보를 위한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장애인 차별은 인정하나 국토부와 지자체에 대한 책임은 인정하지 않고 민간인 버스업체에만 책임을 묻는 ‘이상한 판결’을 내렸다. 현재는 2심이 진행 중이다. 그 사이 2015년,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도 국토부, 기획재정부 등에 휠체어 이용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 설치와 예산을 지원하라며 두 차례 권고를 내리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의 반응은 더뎠다. 이로 인해 이들의 버스타기 투쟁은 2017년 9월 추석 연휴, 서울 고속버스터미널에서 김현미 국토부 장관을 만나 ‘장애인 이동권 민관협의체 구성’에 대한 약속을 받아낼 때까지 이어졌다. 그때까지 이들은 지난 4년간 총 13회의 버스타기 투쟁을 전개해왔다.

 

이후 진행된 민관협의체에선 8월 31일까지 총 네 차례의 회의와 한 차례 김현미 장관과의 면담이 이뤄졌으며, 장애인 시외이동권 문제와 특별교통수단에 대한 표준조례안 제정 등이 논의되어 왔다.

 

19일 오전 10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와 국토교통부는 광화문 해치마당에서 휠체어 이용 장애인도 탑승할 수 있는 고속버스 시승식을 열었다. 시승식에서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가 발언하는 모습.
 

- 정부 차원에서 최초로 ‘교통약자 이동권 선언’ 발표도… 구체적 정책 방향 명시해  

 

이날 시승식에서 축사를 위해 마이크를 잡은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장애인 당사자들의 투쟁으로 이러한 성과를 얻어낸 것임을 거듭 강조했다.

 

박경석 대표는 “2001년 지하철 4호선 오이도역에서 장애인이 리프트를 타다가 떨어져 숨지는 사고로 장애인 이동권 보장 투쟁이 시작됐다”면서 “이동권 운동 초기 서울시에 저상버스 도입을 요구하니 ‘도로교통 사정이 나빠 저상버스가 다니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다. 그러나 결국 공항에서 운행하는 저상버스를 가져와 시범운영 했고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이어 “이동권 보장을 위해 계속 싸웠고 이제 그 마지막인 고속버스가 여기에 있다. 내년 설이나 추석에는 고속버스 타고 고향에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며 오늘의 의미를 전했다.

 

김정렬 국토부 2차관은 장애인 이동권 민관협의체에 참석한 정부 측 위원 중 한 명이다. 그는 “장애계와 꾸린 이동권 민관협의체에서의 결실을 오늘 맺는다.”면서 “다만 차량 설비, 법규 정비 등이 남아 있어 올해는 이용이 어렵지만 내년 명절 때는 휠체어 이용 장애인들도 고속버스를 이용해 고향에 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국토부와 전장연은 이동권 민관협의체에서 합의한 ‘“함께 누리는 교통, 누구나 편리한 교통”을 위한 교통약자 이동권 보장정책’ 선언문을 낭독했다. 이 선언문엔 △시내버스 대·폐차시 저상버스 도입 의무화 및 재정지원 확대 △교통약자 특별교통수단 서비스 격차 해소를 위한 표준조례 시행 및 장애등급제 개편을 고려한 법정대수 완화 △특별교통수단의 단체이동 지원 및 이동지원센터의 역할 강화 △2019년부터 휠체어 탑승 가능한 고속·시외버스 단계적 확대 △2020년부터 농어촌 및 마을버스에 중형 저상버스 도입을 위한 재정 지원 적극 추진 △교통정책 추진 시 정책심의 결정과정에 교통약자 대표기관 참여보장을 위한 관련 규정 정비 등이 담겼다.

 

이에 대해 전장연은 “정부 차원에서 발표한 첫 교통약자 이동권 선언으로 장애인 당사자들의 이동권 투쟁의 역사에 큰 의미를 가지게 될 것”이라면서 “앞으로 지속될 민관협의체에서 교통약자 접근성을 중심으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이동권에 대한 더욱 풍부한 논의가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시승식이 모두 끝나고 관계자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 “장애인도 고속·시외버스 이용할 수 있어서 좋아” 그러나 전동스쿠터는 탑승 불가

 

이날 시승식에는 많은 휠체어 이용 장애인들이 함께했다. 한 장애인은 “우리도 고속·시외버스 이용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하며 들뜬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탑승줄에 서 있던 또 다른 장애인도 “고속버스는 처음 타서 긴장된다”며 휠체어 손잡이를 꼭 쥐고는 고개를 들어 맞은 편에 있던 버스 안을 두리번거렸다.

 

고속버스에 설치된 휠체어 리프트는 일반 저상버스에 있는 경사로 리프트와 달리, 수직형 리프트다. 버스 운전자가 휠체어 리프트를 내리고 이용객이 그에 탑승하면 안전벨트를 채운다. 휠체어 리프트가 차량 내부 높이만큼 수직으로 상승하면 장애인은 버스 안으로 이동해 탑승하면 된다. 이어 장거리 이동 시 흔들림 방지와 안전을 위한 휠체어 고정장치를 채우고, 휠체어 탄 장애인도 안전벨트를 한다.

 

휠체어를 고정하기 위한 벨트가 휠체어에 걸려있다.
 

현재 국토부가 일부 공개한 휠체어 고속버스엔 수동휠체어나 전동휠체어는 탑승이 가능하나 전동스쿠터는 불가능하다. 하성용 신한대학교 기계자동차융합공학과 교수는 “현재 안전기준에 따라 신체를 포함해 300kg 미만의 휠체어 이용자만 탑승할 수 있다. 전동스쿠터는 무게만 300kg이 넘고 현재 전동스쿠터는 표준화가 되어 있지 않아 고려대상으로 선정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날 실제 탑승한 장애인들은 휠체어 탑승 공간이 좁아서 이에 대한 보완이 좀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배영준(뇌병변 1급) 씨는 “휠체어 두 대가 나란히 타면 현재 상황에서는 휠체어를 돌려서 나가기 어렵고 위험하다”면서 “폭이 좀더 넓어져야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에 하 교수는 “추후에 장애인분들에게 사업성 평가를 받고 설계도도 바꿀 것”이라며 현재 공개된 버스는 ‘시범버스’이기에 향후 개선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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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혜미 기자/사진 박승원 기자 hyemikim@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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