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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수급 수사가 공익에 기여한다’는 헌법재판소에 묻는다
활동지원사와 장애인 600명 개인정보, 동의 없이 경찰로 넘어갔지만 ‘위법하지 않아’
장애인과 가난한 이들의 권리는 왜 ‘공익’에서 배제되는가
등록일 [ 2018년09월21일 17시03분 ]

한 활동지원사가 개인정보 사찰을 규탄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지난 8월 30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활동지원사와 장애인 600여 명의 개인정보를 당사자 동의 없이 김포시가 김포경찰에게 넘긴 것이 위법하지 않다는 결정이었다.

 

사건은 지난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포경찰은 활동지원을 하지 않았음에도 비용을 청구하거나 실제 제공한 것보다 활동지원급여를 부풀려 청구하는 사례가 다수 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김포경찰은 이를 수사하기 위해 김포시로부터 활동지원사 및 장애인 당사자 600여 명의 인적사항, 휴대전화번호, 계약일, 종료일, 계약기간 등의 개인정보를 요청했고, 김포시는 당사자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이러한 정보를 모두 경찰에 제공했다. 물론 사후 고지도 없었다.

 

당시 경찰조사를 받은 김금녀 활동지원사는 처음엔 ‘보이스피싱’인 줄 알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세 시간여에 걸친 조사에서, 그는 경찰이 알고 있는 정보가 너무나 방대하고 자세한 점에 놀랐다고 전했다. 경찰은 김 씨의 이동 경로와 시간까지 세세히 알고 있었다. 경찰은 ‘활동지원하고 있어야 할 시간에 대구에 왜 가있었느냐’고 따졌다. 장애인 이용자가 교육받기 위해 대구에 갔고, 김 씨가 동행한 날이었다.

 

자신도 모르는 새에 경찰의 감시망 아래 들어와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활동지원사와 장애인들은 김포경찰과 김포시의 행위가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이라는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그러나 헌재는 김포시와 김포경찰이 600여 명의 개인정보를 동의 없이 공유한 것은 정보주체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할 우려가 없고, 개인정보를 이용해 활동지원사의 부정수급과 관련된 수사를 할 수 있어 "실체적 진실 발견과 국가형벌권의 적정한 행사에 기여하고자 하는 공익이 매우 중대한 것인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즉, 부정수급이라는 범죄행위는 600명에 달하는 국민이 자신도 모르는 새에 국가로부터 감시받게 되는 기본권 침해보다 적발 시의 공익이 더 크다는 것이다.

 

당시 영문도 모른 채 경찰에 소환되어 조사받았던 활동지원사와 장애인 당사자의 이야기를 모아보면, 이 ‘어마어마한’ 범죄 혐의의 근거는 이용자의 약을 사기 위해 이용자 곁을 떠나서, 소급결제해서, 사회보장정보원의 전화를 받지 않아서 등이었다.

 

조사 과정에서 활동지원사와 서비스 이용자들은 "여성인 당신이 어떻게 남성 이용자의 대소변도 받고, 목욕도 시킬 수 있느냐"거나, "(발달장애인 자녀의 엄마가) 그렇게 바쁘면 아이를 시설에다 보낼 것이지 왜 데리고 있냐"는 말까지 들어야 했다.

 

"비도 오고 하면 이용자 모시기 힘드니까, 장애인콜택시나 저상버스 없으면 다니기 힘드니까 저 혼자 가서 (약) 타온 것이라고 하니까, (사회보장정보원 직원은 바우처 결제) 종료하고 가래요. 이용자가 아파서 이용자 약을 타러 가는데 왜 내가 퇴근하고 가야 합니까? … 그래서 자기네들은 담배 핀다고 나가는 시간 퇴근하고 가냐고 (묻고 싶어요). 내가 아파서 약 탄다고 하면 당연히 부정수급이지. 이용자가 아파서 약 타오는건데, 어느 누가 그걸 부정수급이라고 할 거예요. 본인들도 없을 거예요." (관련 기사: 부정수급 몰이에 화난 활동보조인·이용자 "이게 어째서 부정수급입니까?")

 

대규모의 개인정보가 쉽게 경찰로 넘어가는 경우는 오래된 문제이다. 2014년에 인천에서 이미 활동지원사 1천여 명의 개인정보가 부정수급을 색출하겠다는 인천경찰에 제공된 적이 있었고, 같은 해 광주에서는 '박근혜 정권 물러나라'와 같은 '반정부 낙서'를 한 범인을 잡는다는 명목으로 3800여 명의 기초생활수급자의 명단과 사진을 광주시가 광주경찰에 제공했다. (관련 기사 : <4> 수사 요청 시, 개인정보 제공은?)

 

그러나 헌재는 일관되게 '임의수사 단계에서의 정보 조회이므로 영장주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다. 강제수사와 달리 임의수사는 당사자 동의에 기반해야 한다. 개인정보에 대한 권리는 지자체가 아니라 정보주체 당사자에게 있다. 헌재는 경찰이 어떤 당사자 동의에 기반해 임의수사를 지속하고 있다고 판단하는 것일까.

 

무엇보다 대규모 개인정보가 당사자 동의도 없이 오가는 집단은 왜 언제나 빈곤하거나, 힘없는 국민인지 되묻게 된다. 김포시와 인천시에서 집단 표적이 되어 '임의수사' 대상이 된 이들은 한 달 평균 임금이 81만 원이고 80%가 40~60대의 중년 여성(2016년 기준)인 활동지원사, 그리고 활동지원이 곧 사회활동으로 이어지는 장애인들이었고 광주시에서는 기초생활수급자였다.

 

헌재는 공익이 크다는 이유로 동의 없는 대규모 개인정보 이동, 그리고 이에 기반해 진행되는 ‘털고 보기’식 수사를 묵인하고 있다. 그렇다면 헌재에게 되묻고 싶다. 이들의 존엄과 직업에 대한 자부심, 지역사회에서 살 권리는 왜 ‘공공의 이익’에 포함되지 않는지, 그 ‘공공’의 영역에서 누가 배제되고 있는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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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별 기자 hbchoi1216@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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