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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장애여성, 자궁경부암 수검률 턱없이 낮아… “자폐성장애여성은 아예 안 받는 수준”
남성장애인보다 건강 상태 취약한 장애여성, 빈곤의 늪으로 ‘악순환’ 이어져
병원 접근성 개선뿐만 아니라 ‘보건과 복지’ 함께 맞물려 나가는 정책 필요
등록일 [ 2018년09월28일 20시11분 ]

장애여성의 경우 신체적·정신적 건강이 남성장애인보다 취약하며, 이러한 건강 문제가 경제적 빈곤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처해있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이를 위해 병원 접근성 개선뿐만 아니라 보건과 복지가 함께 맞물려나가는 정책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건강한여성재단과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주최로 ‘장애여성 건강관리 - 현황 및 개선 방향’을 살피는 심포지엄이 28일 서울드래곤시티 컨벤션 타워 5층 고구려홀에서 열렸다.

 

박종혁 충북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가 발표하는 모습.
 

이 자리에서 박종혁 충북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장애여성의 건강관리에 대한 국내 실태 현황을 발표했다. 그에 따르면, 장애여성의 비만 유병률은 체질량지수를 기준으로 남자보다 4% 높은 44.1%로 조사됐으며, 고혈압 유병률도 남성에 비해 약 7% 높은 47.3%로 나왔다. 박 교수는 “장애여성 절반 정도가 고혈압을 경험하고 있는데 그로 인해 심근경색 발생도 높아진다”고 말했다.

 

이는 장애여성의 사망 원인에서 확연히 드러났다. 주요 사망원인 1위가 남성장애인은 암(약성신생물)인데, 장애여성은 비만이나 고혈압 질환으로 인한 뇌혈관질환이다. 박 교수는 “우리나라 전 국민의 1/3이 암으로 죽는다. 그런데 장애여성의 경우엔 건강관리가 안 되다 보니 중풍으로 쓰러져 뇌출혈로 사망한다는 것이 데이터로 드러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장애인이라고 하면 해당 장애 부위에만 주로 관심을 갖는데 대부분의 장애인이 여러 다른 질환도 갖고 있다. 특히 장애여성이 남성보다 질병에 취약하다.”면서 “그러나 장애인을 ‘종합적으로 보는 것’에 대해 의사들이 의대 수련의 시절에 배우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체뿐만 아니라 정신적 스트레스도 남성보다 여성이 더 많이 받고 있었다. 스트레스 인지율과 우울감에서 남성장애인보다 장애여성이 소폭 높게 조사됐으나 정작 자살 시도는 남성장애인이 더 높게 나오는 특이점도 발견됐다. 

 

이러한 신체적·정신적 스트레스를 극복할 수 있는 손쉬운 방안 중 하나가 운동이지만 장애여성은 남성장애인보다 운동률도 턱없이 낮다. 박 교수는 “장애여성은 운동을 안 하는 게 아니라 ‘못하는 것’”이라면서 “운동을 못 하면 비만으로 이어지고 비만이 높아지면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으로 이어져 이는 2차 장애가 된다. 그로 인해 또다시 사회참여를 못 해 결국 소득수준이 낮아져서 병원에 못 가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건강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결부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경제적 빈곤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취업에도 뛰어들어 보지만, 장애여성은 이 역시도 쉽지 않다. 박 교수는 “지난 2013~2017년간 장애인 고용률을 보면 남성장애인은 73%에 달했으나 장애여성은 27%에 불과했다. 근속 기간도 2017년 기준 남성장애인 평균 근속기간은 약 6.9년이었으나 장애여성은 4년에 그쳤다”면서 고용시장에서도 장애여성은 남성장애인에 비해 심각한 차별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 중증장애여성, 자궁경부암 수검률 턱없이 낮아… “자폐성장애여성은 아예 안 받는 수준”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건강 관리를 위한 방법의 하나로 건강 검진이 있다. 그러나 장애인은 비장애인에 비해 건강검진수검률도 매우 낮은 상황이다.

 

비장애여성과 경증장애여성은 2014년에 자궁경부암 수검률 50%를 넘었지만, 중증장애여성은 2015년에도 수검률이 30.6%에 불과하다. ⓒ박종혁 교수

 

박 교수는 특히 자궁경부암 검진 수검률에 집중했다. 박 교수는 “비장애인의 자궁경부암 수검률은 점차 올라가는데 장애여성은 그만큼 오르지 않고 오히려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면서 “특히 장애 정도에 따라 경증과 중증을 비교하면, 경증은 비장애인과 비슷한 수준으로 오르나 중증장애인은 그렇지 않은 걸 확인할 수 있다. 중증장애여성은 암검진 정책에서 소외받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비장애여성과 경증장애여성은 2014년에 이미 수검률 50%를 넘었지만, 중증장애여성은 2015년에도 수검률이 30.6%에 불과했다. 그는 “이 중에서도 특히 자폐성 장애, 지적장애, 정신장애, 장루장애 수검률이 낮다”면서 “특히 자폐성장애인은 성폭행 위험에 더 많이 노출되어 있음에도 검진을 거의 안 받는 수준인데, 이는 인권 측면에서도 매우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한 “2016년 기준으로 가임기(15~49세) 장애여성은 17만 9347명에 이르나 이중 출산하는 여성은 1% 수준”이라면서 “여성인권적 측면에서 보면 이는 엄청난 인권 차별”이라고 말했다. 이어 “2014년 장애인실태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장애여성들은 임신·출산·양육 단계에서 심적 부담과 어려움이 상당한 것으로 조사된다”면서 이를 지원하기 위한 사회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장애인의 건강 문제 해결을 위해 물리적 접근성, 의사소통, 장애에 대한 의료진의 인식, 검진에 대한 인식 등이 개선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장애여성들이 병원에 가면 ‘모멸감을 느낀다’고 논문에 기술되어 있다. 이는 의료계에서 정말 각성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청각장애인이나 시각장애인은 의사소통 문제가 가장 크다”면서 “나 역시 시각장애인이지만 점자 대신 ‘글을 소리로 읽어주는 프로그램’을 많이 쓴다. 시각장애인 내에서도 선호하는 보조기기가 다른데 병원에서 이를 확인하여 지원해야 한다”고 전했다. 또한, “휠체어 탄 지체장애인의 경우, ‘병원 접수대가 높다’는 이야길 많이 하는데 거기서부터 병원 이용에 짜증이 나는 것”이라면서 “발달장애인에 대해서도 읽기 쉬운 자료가 지원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방 촬영 기기, 산전검사기 등이 비장애인 위주로 만들어져 있어 장애여성을 위한 기기개발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나아가 병원이라는 공간이 장애인뿐만 아니라 노인, 임산부 등 이동약자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배리어프리’한 공간으로 만들어져야 한다고도 제언했다.

 

그러나 이를 병원 스스로 감당하기엔 힘들다. 그는 “장애인 진료를 위한 시설 개보수, 고가 장비 구입에 대한 국가 지원, 인력 충원, 장애인 진료 시 더 긴 시간이 소요되기에 수가 가산 등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있었다”고 의료계의 목소리도 함께 전했다.

 

더불어 박 교수는 “시설 접근성뿐만 아니라 의료진의 태도, 문화적 접근성도 심각하다. 의사, 간호사뿐만 아니라 의료기기를 촬영하는 의료기사들도 장애 이해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면서 “의대 인증평가 안에 ‘장애와 건강’ 교육 과정을 넣어 보건복지부가 이를 평가에 반영해야 한다”고도 제언했다. 나아가 “이러한 어려움들을 해소하기 위해 보건의료와 복지가 함께 맞물려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보건과 복지 사이의 칸막이가 크다”며 종합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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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민 기자 skpebble@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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