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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사자의 모든 법률적 권한 박탈하는 성년후견, 폐지해야” 공대위 출범
지난 2월에 민법 9조 헌법소원심판도 청구해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도 성년후견제 폐지 권고… 의사결정 지원하는 제도로 전환되어야”
등록일 [ 2018년10월16일 17시38분 ]

장애계가 장애인 당사자의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성년후견제도 상의 ‘성년후견 유형’ 폐지를 촉구하며 성년후견제 개선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를 출범했다.

장애계가 장애인 당사자의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성년후견제도 상의 ‘성년후견 유형’ 폐지를 촉구하며 성년후견제 개선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아래 공대위)를 출범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등 11개의 단체와 5명의 법률지원가로 구성된 공대위는 16일 오전 11시,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공대위는 “현재 성년후견제도의 유형 중 성년후견 유형은 성년후견개시 후 후견인에게 포괄적인 대리권한을 부여하면서 당사자의 모든 법률적 권한을 박탈하고 있다”면서 “일단 개시된 이후 실질적으로 성년후견 종료가 불가능해 피성년후견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성년후견이 지속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2014년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는 유엔장애인권리협약 보고서에서 ‘성년후견제도는 근본적으로 장애인의 결정권을 타인이 대리하는 대체의사결정제도로 장애인의 권리를 침해하기에 폐기가 필요하다’고 권고하면서 ‘의사결정권한을 타인에게 넘기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제도로 전환되어야 한다’고 제시했다”면서 성년후견제도 상의 ‘성년후견 유형’ 폐지를 촉구했다.

 

2013년 7월 1일 시행된 성년후견제도는 금치산·한정치산제도의 대안으로 시행됐다. 기존의 금치산·한정치산제도는 정신질환자 등이 온전한 의견을 표현하기 어려운 사람이라는 이유로 투표·계약과 같은 법률적인 행위를 할 수 없게 했다. 이들의 행위를 대리할 수 있는 후견인은 배우자, 부모, 자녀 등 친족 중 가까운 한 명이 자동적으로 선정됐다. 하지만 금치산자 선고 등을 받은 사람이 헌법에서 보장하는 기본권을 행사할 수 없어 ‘법적 사망선고’를 받은 것이나 다름이 없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자 정부는 ‘피후견인의 권리가 보장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성년후견제도를 도입했다.

 

하지만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 성년후견제도는 성년후견, 한정후견, 특정후견, 임의후견으로 나뉜다. 이 제도는 장애·질병·노령 등으로 인해 사무처리 능력에 도움이 필요한 성인에게 가정법원의 결정 또는 후견계약으로 선임된 후견인이 재산관리 및 일상생활에 관한 폭넓은 보호와 지원을 제공한다. 성년후견과 한정후견은 가정법원의 후견개시심판으로 후견인이 선정되고, 특정후견은 가정법원의 후견개시심판으로 선임된 후견인이 일시적 후원 또는 특정한 사무를 지원한다. 임의후견은 당사자가 스스로 후견계약을 체결하는 것이다.

 

성년후견제도와 기존 금치산·한정치산제도의 차이점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기존에는 후견이 친족 중에서 자동으로 선임됐지만 지금은 가정법원도 후견인 선정에 관여한다는 점이다. 예비 후견인이 피후견인의 의사를 제대로 담보할 수 있는지 등을 따지기 위함이다. 하지만 현재 이 제도가 시행된 뒤 가정법원에 의해 후견인으로 선정되는 사람의 80%가 가족이다. 성년후견제도가 도입될 당시 정부에서는 ‘당사자의 권리를 후견인이 모두 행사하지 않는 특정후견, 당사자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임의후견 등이 더 많이 이용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기존 제도에서 벌어졌던 피후견인의 기본권 침해 상황을 개선시키지 못하고 있다.

 

둘째, 성년후견이 개시되더라도 폐쇄병동 입원, 의료·치료행위 동의 등 본인의 신상에 관한 의사결정을 당사자가 할 수 있도록 했으나 많은 수의 피후견인이 자신의 의사를 무시당한 채 후견인의 의견을 따르고 있는 실정이다. 피후견인의 권리를 이양하고 후견인이 이들의 권리를 행사 것에만 법이 초점을 맞춘 탓이다. 성년후견제에는 후견인이 피후견인의 권리를 행사하기 전에 ‘피후견인의 선호도와 욕구를 의사에 반영해야 한다’거나 피후견인 의사에 반하는 결정을 내린 후견인에 대한 처벌 조항이 없다. 또한, 피후견인이 자신의 의사에 반하는 결정에 관해 소송을 제기하고 싶더라도 그 소송권이 후견인에게 있으므로 법률적으로 해결하는 것도 어렵다. 당사자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 되레 그 권리를 제약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들은 지난 2월 23일, 민법 9조 ‘성년후견개시의 심판’ 조항이 헌법에 위배된다며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하기도 했다.

 

이태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함께걸음미디어센터장은 “성년후견제는 애초 장애인 당사자의 의사결정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자 만들어졌지만 전혀 그렇게 작동이 안 되고 있다. 다른 사람에 의해 장애인 당사자의 권한이 완전히 박탈되지 않도록 성년후견제의 완전한 폐지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혁 법무법인 디라이트 변호사는 “성년후견제는 장애인, 치매 노인 등이 가져야 할 헌법상의 기본권인 자기결정권을 침해하고 인권을 유린한다. 후견이 필요하다 하더라도 그 측정기준이 불명확하다.”며 “현재의 성년후견제는 과거의 한정치산자제도와 다를 바가 없다. 이유와 취지만 그럴듯하게 바뀌었을 뿐, 여전히 피후견인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하고 있다. 성년후견제는 위헌이다”라고 의견을 피력했다.

 

제철웅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성년후견제의 기본전제처럼 장애인, 노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해 보호가 필요하다고 생각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들이 말하는 ‘보호’는 당사자의 자기결정권을 빼앗는 것일 뿐이다. 사회적 약자가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설명해 그 사람들의 의견이 훼손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진짜 ‘보호’”라고 주장하며 “성년후견제는 한 인간의 입장에서 본다면 치욕스럽고 이들에게 ‘보호’라는 명목으로 자기결정권을 뺏는 ‘사회적 사망선고’를 내리는 것이다. 이는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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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미 기자 hyemikim@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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