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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 중심의 장애인 정책이 낳은 ‘교육 포기’가 특수학교 폭력 사태를 만들었다
[인터뷰] 이승헌 사회복지법인 인강재단 이사장(공익이사진)
“특수학교는 시설 중심의 장애인 정책이 만든 또 하나의 쌍둥이”
등록일 [ 2018년10월22일 14시48분 ]

최근 태백 미래학교를 시작으로 서울 도봉구 인강학교, 강서구 교남학교에서 장애학생 폭행 사건이 잇따라 드러나자 사회는 충격에 빠졌다.

 

사건의 배경이 된 곳은 모두 장애학생들만 다니는 특수학교다. 특수학교는 지난해 장애부모들이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을 요구하는 ‘무릎 호소’로 언론에 등장한 적 있다. 당시 언론과 정부는 이들의 목소리를 전격 수용하여 “장애아동이 다닐 학교가 부족하다”며 특수학교 증설을 정부 정책으로 발표했다. 그런데 지금 바로 그 특수학교가 문제의 공간으로 소환된 것이다.

 

사람들은 혼란에 휩싸였다. 우리 사회는 특수학교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특수학교는 유지되어야 하는가, 없어져야 하는가. 이러한 문제가 지속해서 발생하는 근본적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

 

이에 대해 인강원 사태 이후 2015년 9월 서울시의 공익이사진1)으로 임명된 이승헌 사회복지법인 인강재단 이사장은 조금 다른 진단을 한다. 이 이사장은 “사회복지법인이 특수학교를 운영하는 구조 속에서 장애학생의 인권침해 문제가 지속해서 발생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며 “시설 중심의 장애인 정책 속에서 장애학생에 대한 교육의 포기가 낳은 문제”라는 것이다.

 

실제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 특수학교 175개 중 국립은 5개, 공립 78개, 사립은 92개다(4월 1일 기준). 사립 특수학교 중 운영 주체가 사회복지법인인 곳이 51개로 가장 많았으며, 학교법인은 35개, 재단법인 3개, 사단법인 2개, 개인 운영은 1개(광성하늘빛학교)이다.

 

이번에 사건이 발생한 곳만을 살펴보면, 인강학교를 운영하는 사회복지법인 인강재단 산하엔 거주시설 인강원과 주간보호시설, 보호작업장이 있다. 사회복지법인 교남재단 역시 교남학교와 함께 거주시설, 주간보호시설, 보호작업장, 발달지원센터 등을 운영한다. 장애학생 성폭행이 일어난 태백 미래학교는 사회복지법인 홍이회에서 운영하다가 지난 2017년 9월 학교법인 홍이학원이 인가받아 운영 중이다.

 

지난 16일, 비마이너는 서울시 도봉구 인강재단 사무실에서 지난 3년여간 현장을 지켜본 이승헌 이사장과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강원 사태 이후, 2015년 9월 서울시의 공익이사진으로 임명된 이승헌 사회복지법인 인강재단 이사장이 지난 16일 비마이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사회복지법인이 특수학교 운영, ‘장애인 교육=복지서비스’로 인식 

 

- 비마이너(아래 비) :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 재단에선 전혀 파악하지 못했던 건가.

 

법인이 교장과 교감에 대한 인사권을 가지고 있으나 일상적인 학교 운영은 학교장이 전권을 가지고 독립적으로 운영한다. 단, 교사들의 비위행위가 발견되면 이사회가 개입할 수 있다.

 

지난 7월, 일부 교사들이 공개수업에서 일부 학생을 참석시키지 않거나 수업을 진행하지 않는 문제, 사회복무요원에게 학생 맡기고 자리 이탈하는 등의 문제들을 알게 되어서 법인에서 서울시 교육청에 감사를 요청했다. 그런데 법인이 알아서 하라며, 교육청 감사에서 다뤄지지 않았다.2) 교사들 문제가 심각해서 ‘어떡해야 하나’ 고민하던 중 이 사건이 터졌다. 현재 감사 관련해서 교육청에 재심의를 요청한 상태다. 당시 내용 보면 언제든 폭행 사건이 발생할 수 있는 정황들이 충분했다.

 

전공과가 있는데 일부 수업에선 직업교육을 아예 하지 않았다. 수업 시간에 수업하지 않고 음악이나 영상을 틀어주거나 퍼즐 맞추기 등 아이들이 좋아할 법한 걸 해주고 교사는 지켜보기만 한 거다. 열심히 하는 교사들도 있지만 일부 수업을 안 하는 교사도 있었던 거다. 공개수업 때 한 부모가 자식이 안 보여서 담임에게 물으니 ‘산책갔다’고 하더라. 공개수업은 되는 애들이나 하는 건데 그 애는 장애가 심해서 안 된다고. 그 속엔 아이들 교육에 대한 포기가 들어있다. 장애가 가볍거나 어린 경우엔 교사들이 다루기 쉽다. 그러나 중증이거나 고등학교 이상이 되면 어렵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 이게 교사 자질만의 문제인가. 문제 제기된 일부 교사들을 처벌하는 것으로만 끝나면 안 된다. 근본적인 질문을 해야 한다.

 

인강학교 내 교실 풍경. 칠판에 “소리 지르면 운동장 걷기를 합니다”라고 쓰여 있다.
 

- 비 : 근본적인 문제를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이번 사건은 절대 사회복무요원 개인의 일탈이 아니며, 직접적으로는 교사들의 수업 방기, 아이들에 대한 방치가 결부되어 있다. 실제 사회복무요원들이 교사가 하는 행동들을 보고 ‘이래도 되는구나’ 했던 부분도 있다.

 

나아가서는 특수교육 자체가 근본적으로 고민되어야 한다. 현재는 사회복지법인들이 거주시설과 함께 특수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장애인 복지 정책이 앞으로도 사회복지법인과 시설 중심으로 이뤄진다면 이런 문제는 결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사회복지법인 관계자 대부분은 사회복지 전공자들이고 학교 체계를 잘 모르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그런데 사회복지법인이 학교를 운영하도록 허용되어왔고3), 이제까지 거주시설과 병용해서 운영해왔다.

 

교육이 사회복지법인을 통해서 이뤄지고 있는 것 자체가 장애인에 대한 교육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보여준다. 장애인 교육이 일종의 복지서비스처럼 인식되었고 실제 그렇게 만들어져왔던 것 아닌가. 제대로 교육시켜서 졸업 후 자립할 수 있도록, 그 과정에 대한 교육 목표가 설정되어야 하나 현재 특수학교는 낮 동안 아이를 맡아주는 주간보호센터와 같은 역할만을 하고 있다.

 

일반학교 다니는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일반학교 특수학급이라고 일반학생들과 교류가 있진 않다. 결국은 분리돼서 평생 산다. 장애인은 특수학교, 복지관 또는 보호작업장 다니다가 나이 들면 시설로 들어오는 사이클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인강재단 보호작업장에도 인강학교 출신이 많다. 졸업했을 때 가장 빠르고 쉽게 접하는 정보여서 그런 것 같다. ‘어차피 시설 들어간다’는 생각에 자립을 위한 여러 가지 시도가 어렸을 때부터 이뤄지지 않고, 결국엔 제대로 된 교육이 이뤄지지 않는다. 그러니 특수학교에서 교육이라는 것이 훈육과 통제 중심으로 돌아간다. 이 사이클이 깨지지 않는 한 이 문제는 계속될 거라고 본다.

 

이 안에선 장애부모도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다. 아이를 다른 곳에 보낼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교사들이 이상한 소리 해도 그냥 참아야 한다. 실제 과거에 부모들이 항의하면 ‘우리가 힘들어하는데도 계속 맡아주는 거 고마워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라는 말을 교사가 서슴없이 해왔다고 한다. 교육이란 게, 장애인이 당연히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교육서비스가 아니라 마치 어려운 이웃을 돌봐주는 식으로 인식되어왔던 게 분명 있었다는 거다. 이 구조를 깨지 않으면 특수교육의 미래는 없다고 본다.

 

서울인강학교 입구. 사회복지법인 인강재단을 알리는 간판과 함께 걸려 있다.
 

- 비 : 이러한 발언에 대해 일부 특수교사들은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

 

물론 특수교사로서 굉장히 열심히 하고, 특수교육을 통해 장애인의 삶에 기여하겠다고 사명감 가진 분들도 많지만 현재와 같은 교육 시스템이 좋다고 생각할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을 거 같다.

 

계속해서 특수학교 사건이 터지는데, 이것이 정말로 어떤 의미인지 봐야 한다는 거다. 올해만 해도 강원도를 시작으로 서울에서만 두 건이 연달아 터졌다. 과거에도 에바다, 광주 인화학교 사건도 크게 있었는데 같은 구조 속에서 유사한 사건이 터지고 있다면 잘 들여다봐야 하지 않나. 결코 우연이 아니다. 시설 중심의 장애인복지 정책과 절대 무관하지 않다는 거다.

 

물론 특수학교를 점차 줄이고 일반학교에 통합하는 방식으로 정책을 가져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재 시설 중심의 복지정책이 특수교육 목적 자체를 굉장히 희미하게 만들고 있다. ‘시설 들어갈 때까지 잘 봐주면 되지’, 이렇게 생각하는 흐름이 이미 오랫동안 고착되어있다고 본다. 

 

# ‘결국 시설 갈 건데…’ 시설 중심의 장애인 정책이 장애학생에 대한 ‘교육의 포기’ 만들어

 

- 비 : 그 변화를 위한 첫 번째 단계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에서 책임자를 찾아내서 문책하는 과정도 필요하지만 일단은 인강재단 같은 사회복지법인에서 학교를 분리시켜 국립화시켜야 한다. 그 과정에서 인적 쇄신을 하여 자질있는 사람들이 교육할 수 있게끔 해야 한다. 이런 것들이 현재 이사회가 할 수 있는 일인 거 같다.

 

- 비 : 국립화되었을 때, 의도하는 대로 교육이 제대로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가.

 

물론 국립화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나 사립보다는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사립은 교사가 퇴직할 때까지 있을 수 있다. 실제 인강학교는 80, 90년대에 들어온 장기근속 교사가 굉장히 많다. 말 그대로 교사들이 ‘고인 물’이 되는 거다. 만나서 이야기하다 보면 21세기 교사인가, 의심스럽기까지 하다. 심지어 교사 중에 아직도 장애인을 ‘장애자’라고 표현하는 선생도 있다. 교사 자체가 외부와 완전히 차단되어 있는 거다.

 

국립화 전환 과정에서 이러한 교사들을 걸러내야 한다. 이후 국립화가 되면 교사들이 로테이션 될 텐데 그러면 외부와 계속 연결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에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길이기도 하다. 인적 쇄신을 위한 문제 때문에라도 국립화가 필요하다. 현재 교육청에 국립화를 요청한 상태다. 우선은 사회복지법인으로부터 반드시 분리시켜야 하기에 재단 이사장으로서 그 역할을 하려는 것이다.

 

다음에 더 중요한 건 교육의 목표다. 형식적인 분리만이 아니라 자립을 중심으로 교육시키기 위한 계획들이 서야 한다. 이런 사건이 왜 발생했느냐, 결국 목표가 상실됐기 때문이다. ‘얘네들 교육시켜서 뭐해? 결국 시설 갈 거잖아’라고 생각하니깐.

 

학교 바로 옆에 주간보호시설 인강원이 있다.
 

- 비 : 사실 이 문제를 특수학교·특수교육만의 문제로 풀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일반교육(통합교육) 내에서 특수교육을 어떻게 가져갈지에 대한 문제로 확장하여 고민하지 않으면 문제 해결은 어렵지 않을까. 이러한 맥락에서 특수학교는 결국엔 없어져야 하지 않나. 특수학교 폐쇄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시설 폐쇄도 그렇듯, 특수학교 폐쇄도 현실적으로 보면 쉽지 않다. 현재의 특수학교는 시설 중심의 장애인 정책이 만들어놓은 또 하나의 쌍둥이이다.

 

일반학교에 특수학급을 증설해 통합교육을 한다고 하나, 우리나라 교육은 다 입시 위주의 교육이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입시에 맞춰져 진행되기에 교육과정에 장애인 교육이 들어갈 여지가 없는 게 심각한 문제다. 그렇기에 특수학교를 모두 없애면 장애학생이 갈 곳이 없는 건 사실이다. 그런데 장애인을 특수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어릴 때부터 별도로 두는 방식에 대해서는 분명 변화가 필요하다.

 

통합교육은 사실 입시제도 자체가 혁명적으로 변하지 않는 이상 굉장히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한다. 현재 입시 위주의 교육에선 장애인 교육에 대해 고민할 여지가 전혀 없다. 심지어 일반학교 갔다가 특수학교로 튕겨 나온 경우도 많고. 이제까지 전체 교육과정에서 특수교육만을 따로 빼놓았는데, 이는 장애학생 교육이 입시교육의 방해요소로 인식되어 특수학교 형태로 장애학생을 격리시킨 것일 수 있다. 이 부분에 대해 사회적으로 이야기되어야 한다. 향후 특수교육 문제를 풀어나가는 게 탈시설보다 더 어려울 수 있다.

 

서울 인강학교 전경. 아이들이 하교하고 있다.

 

* 각주

 

1) 인강재단은 지난 2014년 3월 국가인권위원회 조사로 재단 내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오랜 시간 거주인에 대한 폭행·학대·금전 착취와 17억 원에 달하는 보조금 횡령·배임 등이 있었음이 드러났다. 이후 장애계가 대책위를 구성하면서 법인 설립 허가 취소와 인강재단 산하 거주시설 폐쇄 및 자립생활 지원 등을 요구하는 오랜 투쟁을 벌여왔고, 그 결과 2015년 9월 서울시는 공익이사진을 새로 구성하였다. 그 과정에서 과거 사회복지법인 에바다복지회의 정상화에 기여했던 이승헌 씨가 공익이사장으로 임명됐다. 공익이사진이 들어온 후, 인강재단은 본격적인 탈시설에 들어갔다. 현재까지 거주인 100명 중 33명이 탈시설했고, 현재 20여 명이 탈시설을 준비 중이다.

 

2) 당시 감사결과보고서를 보면 서울시교육청은 “제기된 민원은 모두 교직원의 복무에 관한 사항으로서 교직원 복무에 대한 지도감독 의무 및 권한은 1차적으로 학교장에게 있다는 점과 감사반이 각 민원사항 관련자에 대해 조사한 결과 사실 관계 및 입장에 있어서 양측 간 다툼이 커서 감사반이 개입하여 판단할 여지가 적다는 점에서 학교 측이 직접 조사하여 처리하는 것이 적절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교육청이 어떠한 조치도 하지 않은 채 학교 측에 책임을 떠넘긴 것이다.

 

3) 지난 2014년 개인이 설치·경영한 서울명수학교가 형제간의 재산 분쟁으로 폐쇄를 선언하자 서울시 교육청이 부지를 매입해 공립화로 전환한 사건이 있었다. 이를 계기로 2016년 12월, 국회는 사립학교법을 개정해 사립 특수학교 설립 주체를 학교법인으로 제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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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강혜민 기자/사진 박승원 기자 skpebble@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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