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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학생 학교폭력 피해 여전히 심각, 당사자 진술 부정되기도
경기도장애인인권센터, 경기도 내 특수교육 대상자 199명 대상으로 학교폭력 조사
등록일 [ 2018년11월04일 15시45분 ]

장애학생을 대상으로 한 학교폭력이 동급생과 사회복무요원을 포함한 교직원 등에 의해 폭넓게 발생하고 있으나, 정작 장애학생은 자신의 피해 경험을 충분히 이야기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도장애인인권센터(아래 인권센터)는 ‘2018년 경기도장애인인권포럼’을 2일 오후 2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연수원 본관 4층에서 열고 장애학생 학교폭력 실태와 해결방안에 관해 토론하는 자리를 가졌다.

 

경기도장애인인권센터에서 주최한 ‘2018년 경기도장애인인권포럼’이 2일 오후 2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연수원 본관 4층에서 열렸다. 이날 인권센터는 장애학생 학교폭력 실태와 해결방안에 대해 토론하는 자리를 가졌다.

 

- 경기도 인권센터, 경기도 내 199명 대상 학교폭력 실태조사 진행

 

2018년 7월, 강원도 태백시 특수학교 교사가 지적장애 여학생 다수를 성폭행한 사건이 드러나면서 사회적 공분을 샀다. 이로 인해 교육부는 전국 175개 특수학교를 대상으로 성폭력 등 인권침해 실태 전수조사를 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은 10월, 서울인강학교에서도 사회복무요원들이 장애학생을 수차례 폭행한 일이 언론에 크게 보도됐다.

 

정한별 인권센터 간사는 “일반학교의 학교폭력뿐 아니라 특수학교 안에서의 폭력 또한 큰 문제로 개선이 시급하다”며 “인권센터는 경기도에서 교육받는 장애학생의 학교폭력 실태를 살펴보고 효과적 대안을 모색하고자 ‘2018 장애학생 학교폭력 실태조사’를 했다”고 밝혔다.

 

본 조사는 경기도 내 장애학생의 학교폭력 실태를 알아보기 위한 것이다. 조사 대상으로 설정한 장애학생은 장애인복지법에 따라 등록한 장애인이 아닌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에서 정의한 특수교육대상자다. 특수교육이 필요한 정서·행동장애, 의사소통장애, 학습장애, 건강장애, 발달지체 등의 유형이 포함됐다.

 

학교폭력 경험을 묻는 조사 대상은 경기도 내 특수학교 및 일반학교에 재학 중이거나 졸업 후 3년 이내인 특수교육대상자와 부모다. 하지만 설문 문항이 어려워 실제로는 부모를 통해 설문 응답을 받았다. 한국장애인부모회 경기도지회 협조로 2018년 7월부터 8월까지 199개 표본을 구해 조사했다.

 

정한별 간사는 “학교폭력을 학교 안에서 일어난 모든 폭력 사건이라고 규정할 때 학교폭력의 가해자는 학생과 교직원(사회복무요원 포함) 등 다양한 대상으로부터 발생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장애학생을 대상으로 일어나는 학교폭력 사건의 경우는 피해를 입증하는 일부터 쉽지 않으며, 장애학생이 피해에 대해 직접 말할 때 그 이야기는 부정당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뿐만 아니라 정 간사는 “장애학생의 학교폭력 사건은 피해자가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는 경우가 지극히 드물며, 학교폭력의 피해 경험을 극복하고 일상으로 돌아오기도 쉽지 않았다”고 전했다.

 

실제 이날 학교폭력 피해를 당한 장애학생 어머니는 토론회에서 “학교폭력이 일어나기 전, 학교는 우리 아이를 ‘리더쉽 교육 대회’ 대표로 내보낼 만큼 능력을 인정해줬다. 그런데 학교폭력이 일어난 후 학교는 조사 과정에서 ‘자폐성 장애가 있는 아이의 말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냐’고 했다”며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경기도장애인인권센터에서 주최한 ‘2018년 경기도장애인인권포럼’이 2일 오후 2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연수원 본관 4층에서 열렸다. 이날 인권센터는 장애학생 학교폭력 실태와 해결방안에 대해 토론하는 자리를 가졌다.


- 학교폭력 경험할수록 ‘심각’하다고 인식… 학교 절차 활용해 문제 풀어가지만 만족도는 극히 낮아

 

조사에 참여한 지역은 경기도 31개 시·군 중 광주, 수원, 오산 등 18개 시·군이다. 조사에 참여한 학생 성별 비율은 남자(42.2%), 여자(39.2%)이며, 장애 유형은 지적장애가 65.3%로 가장 많았고 자폐성 장애는 22.1%였다. 이들의 87.9%가 1, 2급의 장애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 참여한 학생이 다니거나 졸업한 것으로 응답한 학교는 국·공립이 58.3%로 가장 많았다. 특수학교는 43.2%, 일반학교는 42.7%로 큰 차이가 없었다. 현재 재학 중인 학생은 67.9%로 나타났다.

 

학생과 부모가 생각하는 장애학생에 대한 학교폭력 심각성 정도는 ‘보통’이라는 응답이 34.2%로 가장 많았으며, 그다음으로는 ‘심각하다’(21.1%)가 차지했다. 전체 응답자 중 학교폭력 피해 경험을 한 학생은 21.6%, 가해 경험을 한 학생은 3.5% 응답률을 보였다.

 

학교폭력 피해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 중 특수교육 형태별 학교폭력 피해경험 유무에 대해 교차분석을 한 결과, 특수학교 전체 응답자 중 18.2%(16명), 일반학교 전체 응답자 중 25.9%(22명)가 학교폭력 피해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정 간사는 “학교폭력의 피해를 경험할수록 학교폭력이 ‘심각하다’고 인식하는 경향을 보인다”라고 말했다.

 

학교폭력의 피해 경험을 신체폭력(6개), 언어폭력(4개), 사이버폭력(4개), 괴롭힘(9개)의 영역으로 나누어 세부적으로 확인했다. 그 결과 언어폭력(60.5%), 신체폭력(42.3%), 괴롭힘(41.9%), 사이버폭력(35.5%)의 순으로 학교폭력을 당한 경험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폭력의 가해자는 비장애 동급생(24.5%), 장애 동급생(14.6%) 순으로 나타났다. 학교폭력 발생 시기는 주로 ‘점심시간 및 쉬는 시간’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가장 높았으며, 폭력 발생 장소는 주로 ‘교실 및 학교 내’였다.

 

모든 학교폭력 사건 유형에서 ‘학생 스스로 학교폭력에 대해 이야기하여 사건을 인지’하는 경우가 23.8%로 가장 많았으며, 이때 ‘즉시 대응’하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대응하지 못한 경우의 이유를 보면 ‘이야기해도 소용없어서’와 ‘일이 커지는 것이 걱정되기 때문’이라는 반응이 많았다. 학교폭력 사건에 대해 대응하지 못한 피해 학생은 주로 순응하거나 회피하는 반응을 보였으며, 주변 사람의 반응 역시 관심을 보이지만 적극적으로 지지하거나 관여하고 싶어 하지 않아 했다.

 

학교폭력 피해 경험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들은 모든 영역에서 ‘학교 절차(평균 26.1%)를 활용하여 학교폭력 피해에 대응하였다’고 응답한 비율이 가장 높았다. 그러나 ‘학교가 사건에 대해 소극적으로 대처하여 사건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평균 19.2%)’는 응답이 가장 높아 학교의 대응에 다수가 불만족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신체폭력의 경우, 학교폭력자치위원회가 20.9% 비율로 개최돼 다른 유형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이 열린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에서 조치가 취해지는 경우, 피해학생에 대한 지원은 ‘심리상담’이 가장 많았으며, 가해학생에 대해선 ‘접촉, 협박, 보복금지’가 가장 많이 시행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폭력 예방 및 교육권 보장 의견 문항엔 199명 중 153명이 응답했는데, ‘장애학생을 위한 자기옹호교육’(49명)이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다. 이어 ‘비장애학생 부모를 대상으로 하는 장애인식개선 교육 등 인권감수성 제고’(20명), ‘필요에 따라 1학생당 1인 보조인력 제공(활동보조인 등 활용)’(17명) 등이 뒤를 이었다. 

 

경기도장애인인권센터에서 주최한 ‘2018년 경기도장애인인권포럼’이 2일 오후 2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연수원 본관 4층에서 열렸다. 정한별 경기도장애인인권센터 간사가 발언하는 모습.


- 장애학생 대상 자기옹호교육 실시하고, 학교 구성원 모두 ‘장애인식개선교육’ 필요

 

정 간사는 인권센터에서 시행한 실태조사를 토대로 “먼저 장애학생에게 자기옹호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피해 경험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 중 ‘학생 스스로 말을 하여 인지하였다’(23.8%)는 응답이 유형을 불문하고 가장 높게 나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이는 미비한 수치이므로 자신이 가진 권리가 무엇이고, 자신의 권리가 침해당했을 때 어떻게 지킬 수 있는지에 대한 자기옹호교육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장애 학생 스스로 말하여 학교폭력을 인지한 경우가 다섯 명에 한 명꼴이라는 낮은 수치가 보여주듯, 중증발달장애학생의 경우 진술 자체가 어려울 수 있으며 설령 학교폭력을 인지하였다고 하더라도 해결해나가는 과정에서 진술에 또다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따라서 정 간사는 “발달 장애 학생의 경우, 자신의 피해경험을 충분히 설명하는 데 어려움이 크고, 학교폭력과 관련한 증거가 남지 않는 경우 역시 많다”면서 “학교폭력 처리에 있어 학교폭력자치위원회는 형사 절차는 아니나 신뢰관계인 동석제도를 준용해 장애학생의 의견진술 기회를 충분히 제공해야 한다. 이는 가해학생이 장애학생인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학교폭력을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다. 따라서 정 간사는 학교 구성원 모두를 대상으로 한 장애인식개선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장애인복지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인식개선교육을 시행하고 그 결과를 보고하게끔 하고 있으나 인식개선교육 실시와 관련된 구체적인 규정이 없다”면서 “그 대상을 학생, 교사, 보조인력(사회복무요원 포함), 학부모 등 학교와 관련한 모든 사람이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학교폭력을 예방하는 실효성 있는 방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장애학생 지원을 위한 보조인력의 추가 배치 △학교폭력자치위원회에 장애관련 전문가의 참여 △학교폭력예방법 개정 등을 제언했다.

 

경기도장애인인권센터에서 주최한 ‘2018년 경기도장애인인권포럼’이 2일 오후 2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연수원 본관 4층에서 열렸다. 황태륜 경기도교육청 학생인권옹호관 변호사가 발언하는 모습.
 

- 장애학생에 대한 학교폭력 관련 법, 턱없이 미비… 가해자인 경우엔 어떤 규정도 없어 

 

이날 황태륜 경기도교육청 학생인권옹호관 변호사는 현재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아래 학교폭력예방법)’에 장애학생에 대한 규정이 턱없이 미비하다며 개정의 필요성을 밝혔다.

 

황 변호사는 “학교폭력예방법에서 장애학생과 관련한 규정은 16조의2(장애학생의 보호)가 유일하다”며 “동법의 제2항은 학교폭력 피해학생이 장애학생인 경우 자치위원회에 보다 적극적인 보호조치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이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마련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현재 제16조의2 제2항은 “자치위원회는 학교폭력으로 피해를 입은 장애학생의 보호를 위하여 장애인전문 상담가의 상담 또는 장애인전문 치료기관의 요양 조치를 학교의 장에게 요청할 수 있다”고만 규정하고 있다. 

 

이어 “장애학생이 학교폭력 가해자인 경우엔 그 어떤 규정도 없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법률 해석상 장애학생이 학교폭력 가해자인 경우 비장애학생과 동일하게 처리할 수밖에 없다”면서 “발달장애학생의 도전적 행동이 모두 학교폭력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이와 같은 처리방법이 피해학생 보호 및 가해학생 선도라는 학교폭력예방법 목적에 부합하는지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학교폭력예방법이 2012년 3월 21일 개정됨에 따라 “현재는 가해자가 누구든지 피해자가 학생이라면 학교폭력처리 절차가 진행되어야 한다”라며 학교폭력을 폭넓게 규정할 수 있다고도 설명했다. 개정 전 학교폭력예방법은 학교 폭력을 ‘학생 간’에 발생한 사건으로 제한했으나, 개정법은 ‘학생을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황 변호사는 “학교 밖 청소년, 교사 등 폭행, 명예훼손, 모욕 등의 행위에 대해서도 학교폭력처리 절차를 따라야 한다”면서 “특히 교사 등의 행위에 대해서는 아동학대처벌법상의 절차도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며 강력한 처벌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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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원 기자 wony@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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