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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청 ‘특수학교 폭력 실태조사’한다더니… 조사 당일 학생들 현장학습 떠나 ‘교실은 텅’
서울시교육청, 폭력 사건 불거진 인강, 교남학교 대상 실태조사 진행
강제력 없고 중증발달장애인 특성 고려 않은 설문까지… 시작부터 ‘삐걱’
등록일 [ 2018년11월08일 12시28분 ]

서울인강학교 입구. 사회복지법인 인강재단을 알리는 간판과 함께 걸려 있다.

지난 10월, 인강학교에서 근무하던 사회복무요원이 학생들을 심각하게 폭행하는 영상이 보도된 데 이어 교남학교에서도 폭력 사건이 드러나면서 서울시교육청에 비상이 걸렸다. 가해자 처벌과 재발방지에 대한 여론이 뜨거워지자 교육청은 10월 11일, 서울시장애인인권센터,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등 시민단체들과 합동조사단을 꾸려 두 학교에서 발생한 각종 인권침해 사건을 파악하겠다는 전수조사 계획을 밝혔다. 교육청은 조사 결과에 따라 특별감사 등을 통해 엄중히 조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교육청은 지난 10월 29일부터 11월 6일까지 인강학교와 교남학교 학생, 학부모, 교직원, 보조인력 등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했다.

 

그러나 포부와 달리, 실태조사는 구성부터 진행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제점이 드러났다. 이번 조사에 조사원으로 참여한 장애계 활동가 A 씨는 "특수학교에서 벌어지는 인권침해 사건을 파악하고 해결책을 찾겠다는 근본적 목표 달성보다 '교육청에서 이 사안에 대처했다'는 보여주기식 행사에 동원된 기분이 들었다"며 이번 조사를 강하게 비판했다.

 

- 조사집단 설정부터 조사 방식까지… 시작도 전에 문제제기 쏟아진 실태조사

 

지난 10월 26일, 서울시교육청은 조사원들을 대상으로 실태조사 교육을 진행했다. 조사원은 서울시교육청 직원을 비롯해 서울시장애인인권센터,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활동가 및 회원들로 모집되었다. 이들은 이날 교육청이 설명한 조사 구성과 조사 방식에 대해 다양한 비판을 제기했다.

 

제일 먼저 비판받은 지점은 바로 조사 대상 확보 방식이었다. 교육청은 이번 조사에 '특수학교 장애학생 인권침해 실태 전수조사'라는 이름을 붙였다. 흔히 '전수조사'라고 하면 학교 구성원 전체를 대상으로 한 조사를 떠올리게 마련이다. 그러나 서울시교육청이 진행한 이번 '전수조사'는 학교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참여 여부를 물어 동의한 사람에 한해 이뤄졌다. 사실상 '전수조사'라고 보기 어려운 것이다.

 

더구나 이날 교육청이 밝힌 실태조사 참여율은 교남학교가 20%, 인강학교가 25%가량에 불과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조사 기간 중 언제라도 원하는 학부모들은 참여할 수 있다”라며 “조사원들이 현장에서 부모들을 만나 많이 독려해 달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러한 교육청의 안내에 대해 조사원들은 "심각한 인권침해가 발생한 학교를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하는 것이니 모두 참여하게 해 숨겨져 있던 인권침해 사실이 밝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제기에 대해 서울시교육청 측은 "민주주의 원칙상 조사에 억지로 참여시키는 것은 어렵다"며 "강제적으로 조사를 진행했을 때 민원이 발생할 수도 있으므로 동의를 먼저 구한 상대에 대해 할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설문지와 조사 방식에 대해서도 문제가 제기되었다. 설문지는 학생용, 학부모용, 교직원용이 별도로 제작되었다. 그러나 설문지 질문과 문항이 모두 동일하고, 주어만 변경된 형태이다. 특히, 학생과 학부모는 조사원과 면담을 하지만 교직원의 경우 자율적으로 직접 설문지를 작성하도록 했다.

 

부모연대 회원인 조사원 B 씨는 "학생들과 단 한 번의 만남으로 인권침해 경험에 대한 솔직한 답변을 끌어내기 어렵고, 부모들은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을 잘 알지 못하는 이상, 인권침해를 폭로할 수 있는 열쇠를 쥐고 있는 사람들은 바로 교직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B 씨는 "최근에는 거주시설 실태조사를 할 때도 직원들을 1대1로 면담하는 경우가 많다. 시설의 구조와 상황에 익숙해져 있으면, 자신의 행동이나 목격한 사실을 인권침해로 인식하는 것에 무뎌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조사원이 대화를 통해 문제를 파악하고 기록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교직원들에 대한 면담조사를 피력했다.

 

그러나 서울시교육청은 "이번 조사의 주된 대상은 학생과 학부모이며, 이미 모든 서류 결재도 교직원에 대해서는 자체 설문지 작성으로 올라갔기 때문에 바꾸기가 어렵다"며 기존 방식을 고수했다.

 

설문지 역시 문제가 되었다. 중증발달장애인의 특성상, 언어적 의사소통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중증장애인거주시설 조사의 경우, 문자로 된 설문지를 가지고 조사하기보다 집단놀이 상담 프로그램을 이용한다. 실태조사에 참여한 장애인단체 일부에서도 이러한 방식의 조사가 진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교육청은 “그림자료가 있으니 이를 잘 활용해서 조사를 진행해 달라”고만 답했다.

 

- 우려 속 진행된 실태조사… 학교와 교육청 간 협업 부족으로 내내 ‘삐걱’

 

많은 우려와 건의에도 불구하고 서울시교육청은 예정대로 10월 29일부터 실태조사를 시작했다. 조사 첫날에 인강학교 조사에 참여한 조사원 C 씨는 "학생과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을 배정했는데, 폭력사태가 드러난 동영상에 담긴 바로 그 가해 공간이었다"라며 "'학교에 남는 공간이 없다'고 하다가 조사원들이 강하게 항의하자 그제야 공간이 변경되었는데, 이후에도 교육청과 학교의 감수성이 너무 거칠다고 느꼈다"고 지적했다.

 

인강학교 내 사회복무요원 휴게실에 걸려있는 사회복무요원 유니폼.
 

10월 31일, 인강학교 조사에 참여한 조사원 D 씨는 "당일 조사를 하러 학교에 갔는데, 조사 대상자 명단에 있는 학생이 학교에 없었다. 알고 보니 중학생 전체가 현장학습을 나간 날이었다"라며 "교육청에서 아무리 강제력을 행사할 수 없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학교와 소통되지 않고 협조도 받지 못하는 조사가 과연 충실한 '실태조사'가 될 수 있을지 의아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E 씨 또한 “학교는 당연히 조사를 꺼릴 수밖에 없을 텐데 제대로 된 조사를 위해서는 교육청이 더 의지를 가져야 한다고 본다”고 생각을 밝혔다.

 

인터뷰에 응한 조사원들은 이러한 문제들이 발생한 이유가 사립특수학교의 반발을 두려워하는 교육청이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것, 그리고 빠른 시일 내에 조사 결과 발표를 하려는 태도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교육청이 정말로 반복되는 특수학교 내 인권침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면, 충분한 시간과 여유를 가지고 전문가 의견을 반영한 실태조사를 구상하고, 조사에 일정 정도 강제성을 가지고 단호하게 진행해야 한다”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이들은 지난 7월 태백미래학교 성폭행 사건이 드러나면서 교육부가 진행한 실태조사를 언급하며 “그때 당시에도 ‘전수조사를 했다’는 기사만 요란했지, 실제로 인강학교나 교남학교에서 발생한 사건 단 하나도 밝히지 못한 부실 조사였다. 이번 조사도 그런 꼴이 될까 우려스럽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러한 비판에 합동조사단 관계자는 “이번 실태조사에 충분한 예산과 인력이 투입되지 못해 일어난 다양한 문제점은 인지하고 있다. 그러나 조사 결과를 분석하다 보니 피해 사실을 밝힌 사례가 꽤 있어서, 설문지 분석이 끝나는 대로 전문가들이 이들과 심층면담을 진행해 인권침해 사례를 더욱 꼼꼼히 확인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러한 2차 심층면담만으로 이번 실태조사가 ‘보여주기식 조사’라는 오명을 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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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별 기자 hbchoi1216@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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