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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을 죽인 것은 작동하지 않은 스프링클러가 아니다
종로 고시원 화재 사망 사건, 가난한 사람들의 주거권 문제다
등록일 [ 2018년11월13일 18시37분 ]

지난 9일, 종로 국일고시원에서 화재로 7명이 사망하고 18명이 부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 앞에 시민들이 꽃과 과일을 놓아두었다.
 

지난 9일 새벽, 청계천 수표교 인근 국일고시원에 화재가 발생했다. 원인 조사 중에 있는 화재는 18명의 사상자를 낳았고 그중 7명의 삶을 앗아갔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화재로 갈 곳 없어진 이들에게 다른 고시원에 들어갈 수 있게 지원하고 이후 임대주택 입주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안전이 담보되지 않는 거주공간에서 발생한 화재로 죽음을 목도한 사람들에게 다시 똑같은 공간으로 들어가라고 떠미는 대책은 한국 사회 가난한 사람들의 주거권 현실을 보여준다.

 

고시원을 생각하면 대게 대학생이나 고시생들이 떠오를 것이다. 하지만 고시원은 더 이상 공부하는 사람들이 잠시 머무르는 공간이 아니다. 보증금 마련이 힘든 가난한 사람들이 단기 또는 장기간 머무르는 거처 중 하나다. 화재가 난 고시원에 거주하는 사람들 역시 대부분 40~70대 생계형 일용직노동자, 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자였다고 한다. 2018 한국도시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주택 아닌 쪽방‧고시원‧숙박업소 등에서 생활하는 가구는 37만에 달한다. 이중 고시원에서 생활하는 가구는 15만이 넘으며 97%가 1인 가구다. 고시원에서 생활하는 가구의 소득대비 임대료 비율은 평균 30.2%이며, 수도권에 위치한 고시원의 평균 월세는 33만 4000원이다.

 

고시원을 포함한 주택 이외의 거처에 대한 주거복지정책이 없는 것은 아니다. 2007년 쪽방, 비닐하우스에 거주하는 가구를 대상으로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정책이 본격화되었다. 이후 2010년 정책 대상에 고시원 및 여인숙 거주자를 포함하는 ‘주거취약계층’ 용어가 공식화됐다. 그리고 2011년부터 홈리스를 포함한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사업’이 운영되고 있다.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사업 임대주택(아래 주거취약계층 임대주택)’은 쪽방‧고시원‧숙박업소 등 비주택 거처에서 3개월 이상 거주한 사람을 대상으로, 다른 임대주택에 비해 저렴한 보증금 50만 원에 시세의 약 30% 월세로 입주 가능하다.

 

하지만 공급량이 너무 적다. 2007년부터 2018년 4월까지 공급된 주거취약계층 임대주택은 6700호에 불과하다. 공급량이 1년에 고작 600~700호 수준인 것이다. 주택 이외의 거처에서 생활하는 가구가 37만이라는 현실에 비해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2018년 조사에 따르면 고시원에서 생활하는 가구 중 공공주택 입주 의사가 있는 가구는 60.7%에 달하지만 주거복지를 이용해본 가구는 5.7%에 불과했다. ‘정보를 몰라서’, ‘신청방법‧절차를 몰라서’, ‘자격이 안 될 것 같아서’와 같은 이유로 신청조차 못 해본 가구가 80%다. 

 

화재 사고 다음 날인 10일, 빈곤·시민단체가 국일고시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한 후 헌화한 국화가 고시원 앞에 놓여있다.
 

- 작동하지 않은 스프링클러, 사망 원인 중 하나일 순 있지만 전부는 아냐

 

매주 금요일 서울역 거리에서 생활하는 홈리스들을 만난다. 차를 나눠드리고 이야기 나누며 공공공간에서 발생하는 인권침해에 대응하기도 하고, 복지제도에 대한 정보제공과 신청 동행을 하기도 한다. 거리에서 생활하는 경우, 주거취약계층 임대주택을 바로 신청할 수 없기 때문에 지자체 등에서 실시하고 있는 임시주거비 지원사업을 통해 쪽방‧고시원 등의 거처를 마련해 일정 기간 살아야만 한다. 활동하면서 만난 사람들에게 고시원이나 쪽방에 들어간 이후 3개월 기다렸다가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사업 임대주택을 신청하자는 제안을 한다. 이미 살아본 사람들은 답답하고 사람 사는 것 같지 않은 그곳보다 거리생활이 낫다고 대답하기도 하지만 3개월 이후에 임대주택을 신청할 수 있다는 것을 당근 삼아 조금은 강하게 신청해보자고 설득한다. 임대주택을 신청하기 위한 잠깐의 기간이라고 위안 삼지만 실제로는 최소 1년에서 때로는 기약 없이 기다려야만 한다.

 

지난 10일, 화재 현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며 그동안 임시주거비지원사업을 통해 고시원에 들어갔던 사람들의 얼굴이, 얼굴이 기억나지 않는 사람에 대해선 그의 특징들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관련 기사 : 국일고시원 화재 참사 주범은 가난한 이들의 주거권 보장 않는 정부) 내가 그들을 화재와 사고의 위험이 만연한 거처에 밀어 넣었던 것은 아닐까. 그 사람들 모두 안전하게 잘 지내고 있을까. 걱정과 두려움, 미안함, 좌절감이 밀려들었다. 

 

그럼에도 임시주거비 지원사업은 필요하다. 주거가 상품이 되어버린 사회에서 가난한 사람들의 삶의 공간은 계속 멸실되고 있다. 안전하고 안정적인 주거공간을 마련하기 더 힘들어졌다. 임대주택 공급량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고시원은 가난한 사람들이 택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거주공간이다. 임시주거비지원사업을 통해 주거비만 지원한 채, 제대로 된 주거지 마련에 대한 책임을 방기하고 있는 정부와 지자체의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

 

화재 원인 중 하나가 단열기구일 수 있지만 전부일 수는 없다. 고시원의 경우 중앙난방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하지 않는 고시원도 있을뿐더러 한다고 해도 추위가 가시는 온도에 맞춰지지도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떻게 단열기구를 사용하지 않는단 말인가. 스프링클러가 사망 원인 중 하나일 수 있지만 전부여서는 안 된다. 화재로 사망한 사람들은 4만 원 더 저렴한 창문 없는 방에 거주한 사람들이었다. 고시원 화재는 예견된 재난이었다.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거주지에서 인명사고가 났다면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어야 하는가. 고시원‧쪽방‧숙박업소 등 거처를 거주공간으로 인정하면서도 거주할 수 있는 환경이나 조건에 대해 제대로 고민하지 않아 온 정부와 지자체에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 아닐까.

 

국토교통부는 지난 10월 ‘고시원 매입 공공리모델링 시범사업’과 ‘쪽방촌 인근 매입임대 활용 단체 이주지원 시범사업’ 계획을 발표했지만 세부내용은 담겨있지 않다. 물량이 절대 부족한 임대주택을 쪽방 인근에 마련한다는 것은 쪽방‧고시원 등 거처에 대한 대책과 분리되어야 한다. 고시원‧쪽방 등에서의 삶이 재난에서 안전할 수 있게 하는 안전설비와 함께 거처에 대한 별도의 주거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최저주거기준이라는 것이 있다. 주택 면적, 방 개수, 채광 등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최소한의 주거기준 말이다. 하지만 최저주거기준은 주택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고시원‧쪽방 등 거처에는 현실적 적용이 어렵다. 해외의 경우 미국의 SRO, 영국의 HMO, 호주의 루밍하우스 등 비주택 거처에 대해서 별도의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이중 영국의 HMO의 경우, 2006년 HMO건물에 대한 등록 허가제 실시와 물리적 기준, 독립된 구조 등 거주 공간에 필요한 별도의 기준이 마련되어 시행되고 있다. 1999년 HMO건물에서 화재로 2명이 사망한 이후 마련된 대책이었다.

 

고시원‧쪽방 등 거처에서 화재로 인한 사망사고는 계속 있어왔고, 그때마다 가난한 사람들의 거주공간 문제도 계속 제기되어왔다. 올해만 해도 1월 종로 쪽방 지역 화재로 1명이 사망, 같은 달 숙박업소 방화에 의한 화재로 8명이 사망했다. 더 이상 가난이 재난으로, 죽음으로 귀결되어서는 안 된다. 죽음 이후 눈에 보이는 사람들에게만 지원되는 땜질식 처방으로는 이 문제를 멈출 수 없다. 고시원‧쪽방 등 거처를 사람이 사는 공간으로 인정하고 정책이 설계되어야 한다. 그 공간에 안전과 더불어 거주공간에 대한 별도 기준을 마련하는 주거권 대책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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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철 빈곤사회연대 활동가 beminor@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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