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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강제퇴소 당했다고?’ 분노한 프리웰 탈시설 당사자들 “MBN은 사과하라”
MBN ‘프리웰 재단이 거주인들 강제퇴소 시킨다’ 보도에 당사자들 반론보도 조정 신청
“탈시설 결정마저 비장애인이 해준다는 모욕적 보도… 정중히 사과하고 왜곡 바로잡아야”
등록일 [ 2018년11월15일 14시28분 ]

15일 오전 11시, 언론중재위원회 앞에서 MBN 허위왜곡보도 규탄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
 

15일 오전, 언론중재위원회 앞에서 마이크를 잡고 있던 김철수 씨가 "너무 화가 난다"며 눈물을 터뜨렸다. 김 씨는 지난 2016년, 사회복지법인 프리웰(아래 프리웰, 구 석암재단) 산하 장애인거주시설인 향유의집에서 탈시설한 당사자이다.

 

"작년 2월, 처음 보는 사람이 저를 만나겠다고 제가 있는 곳으로 찾아왔고, 저에게 '강제로 자립한 것이냐'고 물었습니다. 듣자마자 너무 불쾌해서 아니라고 손을 저었습니다. 제가 자유로운 삶을 살고 싶어 탈시설을 결심하고 지금까지 해온 일들을 무시하는 것 같았습니다. 아직도 그날 일을 떠올리면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당시 김 씨를 찾아왔던 사람은 국민권익위원회 직원이었다. '장애인들이 강제 퇴소당하고 있다'는 신고 때문에 그를 찾아온 것이었다. 국민권익위는 자립한 사람들을 직접 면담한 후, 본인 의사에 의해서 자립한 것임을 확인하고 사건을 ‘혐의없음 종결’로 처리했다.

 

프리웰 산하 거주시설 향유의집에서 지난 2016년 탈시설한 김철수 씨는 기자회견 발언을 하다 "너무 화가 난다"며 눈물을 터뜨렸다.

 

그러나 프리웰이 향유의집 거주인들을 강제로 퇴소시키고 있다는 의혹이 또다시 제기되었다. 지난 12일, MBN이 프리웰에 대해 '탈시설이라는 명목으로 시설 거주 장애인들을 강제퇴소 시키고 있다'고 보도한 것이다(관련기사: 프리웰 “횡령 빚 갚으려고 시설 폐쇄? 허위보도한 MBN에 책임 물을 것” 비판). 김 씨를 비롯해 프리웰 산하 시설에서 탈시설한 당사자 10명은 또다시 자신들의 선택이 '타인에 의한 강제'로 비춰진 것에 분노했고, 언론중재위에 반론 보도 조정 신청을 제출했다.

 

이들은 반론 보도 조정을 신청하며 "지난 12일 MBN 뉴스8에서 '생이별 형제 중증장애인, 강제 퇴소 의혹'이라는 제목 등 4개의 기사로 방송을 제작해 법인에서 빚을 갚기 위해 시설을 폐쇄할 목적으로 거주인을 시설 주도로 내보내고 있다고 보도했으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며 "(우리가) 해당 법인 시설에서 탈시설한 것은 법인의 강제가 아니라 우리가 자립을 원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들은 "장애인 당사자 의사와 상관없이, 시설에서 나가고 싶지 않은데 나가기 싫은 장애인들을 쫓아냈다고 보도한 것은 우리의 자기결정권을 무시한 것이며, 이러한 보도는 명백한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며 반론 보도를 요구했다.

 

프리웰은 2009년 이전까지 석암재단이었다. 1981년 세워진 석암재단이 횡령 및 비리 혐의로 와해되자 서울시와 양천구가 임시이사회를 구성해 2009년에 파견하면서 명칭이 프리웰로 바뀌었다.

 

이때 김동림 씨는 동료 7명과 함께 '석암재단생활인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석암재단의 비리를 고발하고, "더는 시설에서 살기 싫다"며 서울시에 탈시설 정책 마련을 촉구하면서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노숙 농성을 했다.

 

이날 김 씨는 "당시 탈시설 정책은 없었지만, 그럼에도 나와 동료들은 시설에서의 삶이 아닌, 지역사회에서의 자유로운 삶을 갈망하며 맨몸으로 노숙 농성을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그러나 사회는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준비가 안 됐기 때문에 탈시설은 할 수 없다'는 논리로 장애인을 격리, 배제하는 수용시설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며 "MBN의 보도는 바로 이런 논리를 강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씨는 "언론은 '준비가 안 됐으니, 시설에 계속 살아라'는 국가를 비판하고, 탈시설을 더 준비하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보도해야 한다"며 "MBN은 목숨 걸고 시설 밖으로 나온 우리에게 정중히 사과하고, 왜곡된 보도를 바로잡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009년, 석암재단비대위를 구성해 동료 7인과 함께 마로니에 공원에서 탈시설 정책 마련 촉구 농성을 한 탈시설 당사자 김동림 씨.

 

이규식 이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은 "MBN의 보도 태도에서 특히 화가 나는 것은 장애인을 스스로 결정할 수 없는 사람으로 만든 것"이라며 "우리의 탈시설은 비장애인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시설에서 나갈지 말지는 우리가 직접 결정하는 것이지, 이를 비장애인이 결정해서 강제로 자립하게 했다는 주장은 탈시설 장애인들에게 굉장한 모욕"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편, 이번 MBN 보도에서는 '유명 장애인단체가 2009년 법인을 인수했으며, 횡령으로 인해 수십억 원의 빚을 졌다'는 내용도 있었다. MBN은 '유명 장애인단체'를 거론하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와 탈시설 운동 단체인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아래 발바닥행동)의 로고와 CI를 영상에 사용했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이는 명백한 허위사실”이라며 “법인을 인수한 것이 아니라 서울시와 양천구가 구성한 임시이사회에 참여한 것이고, 그마저도 전장연과 발바닥행동이 프리웰 이사진으로 참여한 것은 2013년이었다”고 바로잡았다. 박 대표는 “그러나 거대 언론사인 MBN에서 전장연과 발바닥행동을 ‘2009년에 거대 법인을 인수하고, 횡령 빚을 갚으려고 장애인을 강제퇴소시키는 단체’인 것처럼 보도하는 바람에 우리는 정말 그런 단체가 되어버리고 말았다”고 토로했다.

 

박 대표는 “그뿐만 아니라, 탈시설 장애인들 역시 ‘시설에서 나가라고 해서 나간’ 사람들이 되어버렸다”며 “2009년, 탈시설 정책을 거부했던 서울시를 상대로 뜨겁게 싸워 변화를 일궈낸 탈시설 당사자 8인의 노력도 모두 빈 껍데기로 만들어버렸다”고 비판했다.

 

그는 “거대한 파급력을 가진 언론으로써, 허위사실을 보도하는 것은 정말 무책임한 일”이라며 “MBN뿐만 아니라 다른 언론들도 장애인에 대해 말초적인 이야기만 보도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장애인 문제를 권리의 차원에서 무게감 있게 토론하고 보도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 대표는 보도에 대한 반박 성명을 낸 후 MBN 관계자와 만났다며 “‘탈시설 정책을 가로막을 의도는 전혀 없었고, 오히려 정책이 충실히 진행될 수 있도록 하려는 의도로 기획했다’고 해명했는데, 잘못된 부분을 분명히 정정하고, 진정으로 탈시설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거라면 올바른 방향에 초점을 두고 허위와 왜곡 없이 방송해주길 진심으로 부탁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탈시설 정책에 대한 무지와 무관심에 대한 부끄러움도 없이 탈시설의 본질을 왜곡해서 보도한 MBN을 규탄한다"며 "사과와 반론보도를 촉구하며, 탈시설을 왜곡하려는 자들에게 다시 한번 탈시설 권리를 선언한다"며 2015년 탈시설 당사자들이 직접 만든 '탈시설 권리 선언문'을 읽어내려갔다. 

 

 

탈시설 권리 선언문

 

[전문]

 

우리는 장애인을 보호받아야 할 불완전한 존재로서 동정과 배려의 대상으로 여기는 이 사회의 그릇된 가치와 통념을 바로 잡고자 한다.

 

우리는 장애인을 보호한다는 모든 말과 인식 그리고 장애인거주시설과 그에 관한 모든 것들을 반대한다. 시설은 개인의 소유권을 인정하지 않으며, 억압적이고 계급화된 관계, 틀에 매인 규칙과 강제적 시간통제에서 오는 자기결정권 침해, 사생활 없는 단체생활, 그리고 궁극적으로 장애인을 사회로부터 배제 하고 격리하는 부당한 결과물이다.

 

모든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다름없이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는 동등한 권리를 갖고, 자신의 삶에 대한 결정권 행사 및 탈시설 선언을 전 사회에 공포하며, 이를 현실화할 정책 마련에 국가가 책임을 다할 것을 촉구하고자 한다.

 

제1조. 우리는 모두 다 같은 인간이다.

 

제2조. 우리는 시설 밖에서 살아갈 자유와 권리가 있다.

 

제3조. 삶을 모두 다 동등하고 가치있게 살아갈 권리가 있다.

 

제4조. 시설은 장애인을 돈벌이 수단으로 생각하지 말라.

 

제5조. 시설은 감옥처럼 내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제6조. 내 삶의 보호자는 나다. 시설이냐 지역사회냐 내가 살곳은 내가 정한다.

 

제7조. 정부는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탈시설 정책을 수립하라.

 

제8조. 모든 시설을 폐쇄하고 자립생활 주택을 많이 만들어라.

 

제9조. 정부는 시설에 들어가는 돈을 자립하는 우리들에게 달라.

 

제10조. 모든 장애인에게 등급이나 유형에 상관없이 활동지원 서비스를 의무화하라.

 

제11조. 밥만 축내는 동물로 취급하지 말라. 우리도 일할 수 있다.

 

제12조. 모든 장애인은 고등학교까지 의무교육을 실현하라.

 

제13조. 정부는 공공장소에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를 의무화하라.

 

제14조. 우리는 어느 곳이든 마음대로 다니고 싶다. 모든 대중교통을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게 하라.

 

제15조. 약자가 없어야 강자가 없다! 이 모든 것이 지켜졌을 때, 우리 모두가 행복하고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다. 모든 사회 구성원은 탈시설에 연대하라. 이 선언이 이루어질때까지 함께가자. 자유로운 삶, 시설 밖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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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별 기자 hbchoi1216@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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