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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통해 차별에 관한 사회담론 쌓아야
세계인권선언 70주년 맞아 ‘한국사회 차별 현주소와 대안’ 토론회 열려
등록일 [ 2018년12월08일 18시30분 ]

세계인권선언 70주년을 맞아 한국 사회에서 다양한 이유로 차별받는 사례를 듣고 한국사회의 묵은 과제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를 가졌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한국사회 차별의 현주소와 그 대안’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세계인권선언 70주년을 맞아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한국사회 차별의 현주소와 그 대안’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국회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논의한지 벌써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차별금지법은 2006년 노무현 정부 때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 권고로 본격적인 제정 논의를 시작했다. 지난 17~19대 국회에선 정부안을 포함해 총 6건의 법안이 발의됐는데 결국 제정에 이르진 못했다. 보수 기독교 세력의 반대로 성적 지향, 학력, 출신 국가 등 7가지 항목이 차별금지 사유에서 빠졌다가 결국 4건은 임기 만료로 폐기되고 두 건은 자진 철회됐다.

 

김종대 국회의원은 이처럼 차별금지법 제정이 수차례 무산되는 경우를 보며 “차별금지법에 대한 정치권의 의지가 부족해 보인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오늘의 토론회가 마중물이 되어 우리 사회가 차별금지법 제정이라는 결실을 얻기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 성소수자와 이주민 노동자 등 현장에서 겪는 차별 실태 증언해

 

사월 경기지역 이주노동자 공동대책위원회 집행위원은 지난해 11월 한 태국인 여성노동자 추티마 씨(29)가 한국인 직장상사 김아무개 씨(50)에게 살해된 사례를 얘기하며 이주민 차별 문제에 대해 지적했다.

 

추티마 씨는 미등록 이주민으로 경찰에 적발되면 본국으로 추방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당시 김 씨는 “불법체류자 단속을 나온다고 하니 안전한 곳으로 피신시켜주겠다”라며 추티마 씨를 유인한 후 살해했다. 경찰서에 자수한 김 씨는 “성폭행을 시도하다 피해자가 저항해 살해했다”라고 진술했다.

 

사월 집행위원은 한국에서 추방되는 것이 두려워 신고조차 못하는 이주민노동자의 현실에 대해 지적하며 “이 토론회를 통해 이주민 차별을 해소하고 어떻게 평등한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캔디 성소수자차별반대무지개행동 집행위원은 “한국사회에서 성적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낙인찍기, 차별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라면서 2014년 신촌 퀴어문화축제에서 드러난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 행동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다. 캔디 집행위원은 “성소수자 혐오세력은 축제 진행을 방해하기 위해 퍼레이드가 예정된 길목에서 집회를 하고 길에 드러눕고 폭언을 행사했다. 이로 인해 퀴어문화축제는 예정된 시간보다 6시간가량 지체한 후에야 진행할 수 있었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하지만 “이러한 행사 진행에 대한 물리적 겁박은 온전히 혐오 세력만의 탓이라 볼 수는 없다”라면서 “지자체와 경찰, 정부 또한 몇몇 성소수자 혐오 기독단체의 행동에 소극적으로 대처했다”라고 꼬집었다.

 

2014년 신촌 퀴어문화축제 때 서대문구청이 축제 승인을 불허한 뒤로 전국 퀴어문화축제는 계속 장소를 확보하기 어려웠다. 올해 인천 퀴어문화축제에서도 집회신고를 한 적법한 행사임에도 인천동구청은 주차장 100면 확보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캔디 집행위원은 “당시 경찰도 축제 당일 참가자를 보호하지 않고 미온적으로 대처했다”라면서 “끝내 경찰 소유 확성기를 험오세력이 넘겨받아 ‘당신들은 죄악’이라는 말을 듣게 했다”라고 말했다.

 

김승섭 고려대학교 보건과학대학교수 연구팀이 9월 15일부터 17일까지, 당시 현장에 있던 이들의 경험을 온라인으로 조사한 ‘제 1회 인천 퀴어문화축제 참가자 폭력피해 조사 결과’에 따르면 ‘참가자의 축제 참가 이후 심리건강상태’에서 급성스트레스장애가 84%, 외상후스트레스 장애로 예측되는 답변이 66%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질의응답 시간에 한 토론회 참여자는 “차별금지법이 동성애를 포용하는 법이라는 하나의 프레임에 갇혀 제정에 걸림돌이 되는 것 같아 답답하다. 이 프레임을 바꿀 수 있는 전략은 없는지 궁금하다”라고 물었다.

 

이에 미류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은 “차별금지법제정연대가 만들어진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논의하는 문제”라면서 “그렇다고 동성애 내용을 숨기면서 법을 만드는 전략을 세울 수는 없다. 또한 우리가 숨긴다고 숨겨지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차별금지법이 차별 전선에 있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이어 “다만 이 법이 동성애자를 위한 법만도 아니고, 동성애자도 동성애자로만 살지 않는다. 장애인도 있고 여성도 있고 가족 형태도 다양하다”라면서 “어떤 한 사람이 겪는 차별은 하나의 정체성만으로 설명되는 것만은 아니어서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의해 더 풍부하고 보편적으로 알릴 수 있도록 계속 고민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조혜인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가 발언하는 모습.


조혜인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는 “차별금지법은 사람의 특성을 이유로 한 불합리한 차별을 규율하고 평등의 이념을 실현하기 위한 법이다”라며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헌법상 평등권의 내용을 구체화하고 그 이념을 실현하기 위한 실체법에 해당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를 위해 ‘차별이란 무엇인가’에 관한 구체적인 판단기준을 제시하고, 실효성 있는 구제수단을 제공하며, 차별예방 및 시정에 관한 국가 책무를 포괄적・구체적으로 규정함으로써 개별차별 관련 법제 및 정책 상위법이자 준거법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요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는 성별, 종교, 장애 등 19개 차별 사유를 언급하며 합리적인 이유 없이 이를 이유로 특정한 사람을 우대・배제・구별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것을 차별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나아가 인권위에 이러한 차별 행위를 조사하고 조정・권고 등을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하지만 조혜인 변호사는 “이는 조직법에 해당하여 차별 역시 인권위 권한 측면에서 1개 조항으로 정의할 뿐 더는 구체적이고 상세한 실체 규정을 두고 있지 않아 다양한 차별을 효과적으로 규제하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라며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의 한계에 대해 짚었다.

 

- 포괄적 차별금지법 통해 차별에 관한 담론 쌓을 수 있는 기반 마련해야

 

한국에서 차별금지법은 2007년 제정 논의를 시작해 10년이 넘도록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그동안 정부는 차별금지사유를 둘러싼 사회적 합의가 부족하거나 사회적 논란이 있어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반인권적인 주장을 경청할 가치 있는 하나의 ‘사회적 의견’으로 승인한 것이다.

 

조 변호사는 “이러한 정부의 태도가 2018년 현재 각종 인권 관련 법률과 전국 지자체 인권조례 등 인권, 평등에 관한 모든 법령에 대한 공격이 횡행하게 하는 결정적인 배경이 됐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차별금지법은 ‘사회적 논란’이 있는 사유를 법에 명시하고 차별금지를 선언한 법”이라며 “이에 대한 이견이 우리 사회에서 받아들여질 수 없는 주장임을 분명히 하고 모든 이의 평등한 존엄을 또렷하게 선언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역사적으로 한국 사회에서 개별적 차별금지법이 여럿 제정됐지만, 차별을 본격적으로 다룬 판결은 많지 않다. 남녀고용평등법이 1987년 제정되어 다음 해부터 시행됐고, 간접차별은 1999년 남녀고용평등법 개정을 통해 처음 조항으로 도입됐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제4조 제1항 제2호, 연령차별금지법 제4조의1 제2항 또한 차별 유형의 하나로 간접차별을 명시하고 있으나 이 조항을 적용한 것으로 평가하는 판례는 아직 몇 개에 불과하다.

 

조 변호사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제정된다고 해도 차별에 대해 문제제기하는 과정, 차별에 관한 적극적인 판례가 나오는 일은 여전히 쉽지 않을 것이다”라면서도 “법 제정을 통해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는 가볍지 않다. 비록 소수라도 제대로 된 인권위 결정과 법원 판례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 또한 작지만은 않다”라고 말했다.

 

이날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통해 △인권위, 공공기관, 그리고 사회 일반에 차별에 대한 판단기준과 차별예방을 위한 지침을 상세하게 제시하고,  △인권위가 차별시정기구로서 전향적인 차별 판단과 다양한 조치를 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을 제공하며, △차별피해자가 인권위 뿐 아니라 법원에서도 자기 피해를 더 쉽게 주장하고 입증할 수 있도록 도움으로써 차별에 관한 사회적 담론을 적극적으로 쌓아나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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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원 기자 wony@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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