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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대신 장례, 혈연과 제도를 넘어 동행의 관계로
2018 홈리스 추모제 기획기사① 추모
등록일 [ 2018년12월09일 20시07분 ]

사람이 죽으면, 죽는 그 순간부터 이 별과의 이별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그래서 시신을 인수해 장례를 치르고 삶의 마지막을 동행할 사람이 필요하다. 지금까지는 혈연의 가족이 그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점점 가족에게만 의지할 수 없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가족이 불의의 사고로 홀로 남은 사람, 가정 안에서 소외되거나 단절된 사람, 미혼모·미혼부·독거노인, 친구만이 유일한 비상망인 사람, 친인척이 이민 상태이거나 돌보지 않는 사람, 그리고 고아로 홀로 살아온 사람 등 가족 내에는 다양한 이유와 가족사가 존재한다. 그렇다면 나의 죽음 이후 삶의 마지막 과정을 내가 생전에 결정하고 가족이 아닌 사람에게 맡길 수 있다면 편하게 눈을 감을 수 있지 않을까? 최소한 가족과 단절 등의 이유로 가족이 시신 인수를 포기할 때 친구나 지인이 장례를 할 수 있다면 삶의 마지막은 그래도 조금은 덜 불안하지 않을까? 홈리스 무연고사망자의 ‘사후 자기결정권’ 이제부터 함께 이야기해보자.

 

동자동사랑방 주민들이 무연고사망자 장례에 참여해 함께 살던 쪽방 주민의 유골함에 손을 얹고 마지막 인사를 하고 있다 ⓒ나눔과나눔
 

- 홈리스 무연고사망자의 사후 자기결정권


헌법상 자기결정권이란 개인적 사안에 관하여 국가로부터 간섭을 받지 않고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이는 일반적으로 그 근거를 헌법 제10조의 인간의 존엄성, 행복추구권에서 구하고 있다. 우리 헌법재판소 역시 기존에 “개인의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에는 개인의 자기운명결정권이 전제되어 있는 것이다”라고 하여 헌법 제10조에서 그 근거를 찾고 있다.

 

그렇다면 사후에도 자기결정권이 인정될 수 있는 것인가가 문제 될 수 있다. 이와 관련 헌법재판소는 2015년 의미 있는 결정을 했다. 인수자가 없는 시체를 생전의 본인 의사와는 무관하게 해부용 시체로 제공될 수 있도록 규정한 「시체해부 및 보존에 관한 법률」 제12조 제1항 본문이 ‘부모가 모두 사망하고 형제들과 30여 년간 연락이 두절되어 사실상 연고가 없는’ 청구인의 시체처분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하였다(헌법재판소 2015.11.26. 선고 2012헌마940 결정). 이 결정에서 중요한 지점은 “만일 자신의 사후에 시체가 본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처리될 수 있다고 한다면 기본권 주체인 살아있는 자의 자기결정권이 보장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대목이다. 즉 사후라도 자기결정권 침해로 인정할 여지가 있다고 본 것이다.

 

이렇게 법리적 판단으로는 사후에도 자기결정권이 보장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실은 이와 달리 혈연 중심의 가족제도가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다. 혈연의 가족이 아니면 망자에 대한 그 어떤 행위도 할 수 없다.

 

2018년 2월 초, 결혼까지 약속했지만 파혼하고 안타까운 선택을 한 무연고사망자 여성이 있었다. 그 여성은 안타까운 선택을 하면서 유언장을 작성했다. 유언장에는 결혼을 약속했던 연인을 보호자로 지정할 테니 화장해서 뿌려 달려고 적혀있었다. 이 유언장을 받아든 연인은 마지막 유언을 지켜주기 위해 변호사도 만나고, 경찰에 부탁도 하고 백방으로 노력을 다했다. 하지만 아무리 유언장이 있다고 해도 혈연의 가족이 아니면 장례를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었다.

 

유언장으로 장례를 부탁했던 여성의 무연고사망자 유골함. 이 유골함에는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웨딩드레스 사진이 붙어 있다 ⓒ나눔과나눔

 

2017년 10월, 무연고사망자 장례를 지원하는 ‘나눔과나눔’ 사무실에 40대 후반 남성의 전화가 걸려왔다. 상담내용은 이러했다. “어린 시절 부모님이 이혼한 이후 아버지와는 거의 관계가 없는 상태이고, 어머니는 5년 전 즈음부터 실종상태에요. 어머니 외가 쪽 친척은 있지만 연락하지 않고 살고 있어요. 이복형제도 있지만 역시 왕래하지 않아요. 결혼하지 않아 직계가족도 없고요. 작년에 친누나가 돌아가셔서 이제는 정말 주위에 의지할 사람이 아무도 없어요. 현재는 요양 때문에 전라도에 와 있는데, 죽음이 걱정이에요. 내가 죽으면 왕래도 없는 친척, 이복형제가 시신을 포기할 거고. 그러면 무연고사망자가 될 게 확실하다고 생각해요. 비용은 제가 어떻게든 마련해볼 테니 제 장례를 치러줄 수 있나요?”

 

안타까운 사연이다. 하지만 혈연의 가족, 즉 가족관계증명서상의 연고자가 아닌 사람이 장례를 돕고 싶어도 도울 방법이 없다. 장례와 사망신고는 원칙적으로 혈연의 가족만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안타까운 현실은 무연고사망자 장례에서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사실혼 관계로 20년을 살았던 남편이 본인 품에서 돌아가신 아내의 장례를 치르고 싶었지만, 무연고사망자로 보낼 수밖에 없었다. 시장 상인들도 함께 동고동락하며 살았던 이웃 상인의 안타까운 죽음을 보며 장례를 치르고 싶었지만, 한국 사회는 허락하지 않았다.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제85조에 따르면 동거친족은 사망 후 1개월 이내에 사망신고 의무가 있고, 그 외 친족·동거자 또는 사망 장소를 관리하는 사람, 사망 장소의 동장 또는 통·이장도 사망신고를 할 수 있다. 하지만 통상적으로는 혈연관계의 연고자가 장례와 사망신고를 진행한다. 이러하다 보니 앞서 유언장으로 자신의 사후를 부탁한 여성, 상담 전화로 자신의 장례를 부탁했던 남성, 그리고 무연고사망자분들의 장례와 사망신고는 오랜 단절로 연락 한번 하지 않았던 형제 또는 친척들에게 마치 마지막 특권처럼 주어진다. 1인 또는 2인으로 살아가고 있는 시대. 직계가족이 아니어도 나와 함께 삶을 공유하는, 내가 믿는, 절망 속에 언제나 도움을 주었던 사람이 장례를 하고 싶다면 국가가 거부할 이유가 무엇인지 의문이다.

 

- 가족 대신 장례


그렇다면 한국과 법·제도가 유사한 일본은 어떨까? 2018년 8월 ‘화우공익재단’과 함께 ‘사후자기결정권’ 연구를 위해 일본을 방문했다. 일본 동경도청을 방문했을 때 복지보건국에서 발행한 생활보호 운용 사례집에 있는 내용이 눈에 띄었다.

 

“A시에서 주택 보호를 받은 독신자 등이 사망했지만 장례를 치를 부양 의무자가 없어 B시에 거주하고 있는 친구 을(乙)이 장제를 하게 되었다. 을(乙)이 장제부조를 신청했을 경우, 그 실시 책임 및 보호의 필요 여부 판정은 어떻게 다룰 것인가”


이에 대해 동경도청 복지보건국에서는 일본 생활보호법 제18조 제2항 제1호에 따라 친구 을에게 장례 협조의 결정을 하고 이에 대한 책임은 A시가 지게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 근거는 한국의 기초생활보장법이라고 할 수 있는 일본의 생활보호법의 장제급여 규정에 명시되어 있었다.

 

제18조 ① 상제부조(葬祭扶助)는 곤궁에 의해 최저한도의 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어려운 사람에 대해, 다음에 제시한 사항의 범위 내에서 행한다.

1. 검안

2. 사체의 운반

3. 화장 또는 매장(埋葬)

4. 납골, 그 외의 상제를 위해 필요한 것

 

② 다음에 제시한 경우에 있어, 그 상제(장례)를 행하는 사람이 있는 경우에는, 그 사람에 대해 전항각호의 상제부조를 행할 수 있다.

1. 피보호자가 사망한 경우에 있어, 그 사람의 상제를 행하는 부양의무자가 없는 경우

2. 사망자에 대해 그 상제를 행하는 부양의무자가 없는 경우에 있어, 유류된 금품으로 상제를 행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


이처럼 최소한 장례를 치르겠다고 하는 사람이 있는 경우에는 고인의 종전 보호기관 즉, 지방자치단체가 그 실시 책임을 지고 장례를 할 수 있도록 장제급여를 지급한다. 이것이 고인을 존엄하게 보내는 것이지 않을까? 장례를 치르겠다는 사람이 있는데도 굳이 무연고사망자로 국가가 나서서 시신을 처리(?) 해야 할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의문이다. 이유는 오직 하나, 혈연 가족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은 한국 사회가 장례를 불허하고 무연고사망을 조장하고 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사후 자기결정권’은 아직 한국 사회에 낯설다. 이것을 어느 범위까지 인정할 수 있느냐 등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2015년 이후 1인 가구가 한국의 주된 유형의 가구가 되었다. 그래서 더는 혈연 가족에게 죽음을 부탁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이렇게 시대가 변하고 있다면 법․제도도 함께 시대를 반영해야 할 것이다.

 

서울시무연고사망자 전용빈소에 놓인 위패와 유골함 ⓒ나눔과나눔

 

인간은 누구나 늙고 죽음을 맞이한다. 또한 인간은 누구나 소중한 인생을 살고 아름답게 마무리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요즘 많은 안타까운 사람들의 죽음 소식을 다양한 매체에서 접하고 있다. 어떻게 어떤 식으로 죽음을 맞이하느냐는 극히 개인적인 일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땅으로부터 와서 땅으로 돌아가는 자연의 이치에 따른 죽음이 아닌 죽음은 급변하는 현대사회에서 단순히 개인적인 일로 치부되어서는 안 된다. 또한 가족의 일로만 치부해서도 안 된다. 이제는 ‘가족 대신 장례’가 필요하다. 혈연과 제도를 넘어 동행의 관계로 가기 위한 대안을 함께 이야기해보자.

 

* 올해도 동지(冬至) 하루 전날인 12월 21일에 서울역에서 '홈리스 추모제'가 열린다. 열악한 홈리스의 인권 실태를 고발하고 사회적인 대책을 요구하며, 장례조차 제대로 치르지 못한 홈리스 무연고사망자분들을 위한 제단도 마련할 예정이다. 올해 홈리스 추모제를 기회로 앞으로는 혈연과 제도의 틀 안에서 외롭게 삶을 마감하는 사람이 없도록 ‘가족 대신 장례’에 대한 공론의 자리가 열리기를 기대해 본다.

 

- 이 글은 '2018홈리스추모제공동기획단'에 함께하고 있는 '나눔과나눔'의 박진옥 사무국장이 작성하였습니다.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에도 함께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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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리스 추모제 추모팀 beminor@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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