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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뿐만 아니라 ‘존엄한 죽음’도 사회가 보장해야… “무연고사 대책 필요”
[무연고사 기획] 애도 되지 못한 슬픔, '처리'되는 죽음 ⑥
[토론회] 무연고 사망과 공영장례, 그리고 사회적 애도의 의미
등록일 [ 2018년12월14일 19시36분 ]

비마이너가 12일 서울시 종로구 유리빌딩 4층 대강당에서 ‘무연고 사망과 공영장례, 그리고 사회적 애도의 의미’라는 주제로 2018 기획 토론회를 열었다. 김정호 동자동 사랑방마을주민협동회 이사가 발언하는 모습.

 

“서울시립승화원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어느 차가 고인의 운구차인지 차만 봐도 알 수 있어요. 보통 사람들은 리무진을 타고 오잖아요. 무연고자는 아니에요. 운구차에서 관 내려서 화장로까지 운구할 때 보면, 어떤 때는 시신 무릎이 안 펴져서 관 뚜껑이 안 닫힌 경우도 있고, 또 어떤 때는 관이 딱 안 짜져서 관에서 (시신) 물이 흐를 때도 있어요. 그런 걸 보면 기분이 섬뜩합니다. 가진 자들과 없는 자들 사이에 차이점이 많다고 느껴요. 똑같은 죽음인데도 마지막 가는 길에 돈 때문에 차이가 나는구나, 죽어서도 너무 힘들구나.
 
서울시에 공영장례제도가 새로 생긴 것으로 아는데 솔직히 영 불쾌합니다. 병원비, 안치비, 장례비 등 모두 비용이 들어가는데 제대로 장례 치르기엔 현재 지원되는 돈이 너무 약해요. 그 때문인지 수의를 입혀서 입관이라도 제대로 해야 하는 데 소홀하고, 아무리 무연고 사망자라도 존엄한 모습으로 마지막 길 가시도록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김정호 용산구 동자동 사랑방마을주민협동회 이사)

 

비마이너가 12일 서울시 종로구 유리빌딩 4층 대강당에서 ‘무연고 사망과 공영장례, 그리고 사회적 애도의 의미’라는 주제로 2018 기획 토론회를 열었다.
 

서울시가 광역단체 최초로 무연고자나 고독사(아래 고립사)한 시민 등에게 장례의식을 지원하는 추모서비스 '그리다'를 시작한 지 7개월이 지난 지금 동자동 주민과 전문가들이 모여 사회적 애도의 의미를 짚고 마지막 배웅을 위한 최소한의 예우를 지키기 위해 어떤 정책 대안이 필요한지 토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비마이너는 10일 ‘세계인권선언의 날’을 맞아 서울시 종로구 유리빌딩 4층 대강당에서 ‘무연고 사망과 공영장례, 그리고 사회적 애도의 의미’라는 주제로 2018 기획 토론회를 열었다.
 
올해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지난 5년간 무연고 사망자 수는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3년 1271명, 2014년 1379명, 2015년 1676명, 2016년 1820명, 그리고 2017년엔 2010명으로 연간 평균 184.8명씩 늘어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무연고 사망자만 1290명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2013년 한 해 사망자보다 높은 수치다. 무연고 사망자 성별은 남성이 70%로 압도적으로 높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는 “빈곤과 가족해체 등으로 1인가구가 급증하면서 과거 가족 중심 돌봄체계가 무너지고 고립사와 무연고사가 계속 증가해 고인에 대한 장례의식 없이 그대로 화장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지난 5월 광역단체 최초로 무연고 사망자나 고립사, 가족이 있어도 생계유지조차 어려워 장례를 치르기 힘든 저소득 시민에게 빈소와 추모서비스를 지원하는 장례의식 지원 추모서비스 ‘그리다’를 시작했다.
 
무연고 사망자란 보건복지부 ‘2018년 장사업무안내’에 따르면, 연고자가 없는 사망자, 연고자를 알 수 없는 사망자, 연고자가 있으나 시체 인수를 거부·기피하는 등의 사망자이다. 여기서 ‘연고자’란 ‘장사 등에 관한 법률(아래 장사법)’ 제2조 제16호에 따라 ‘배우자, 자녀, 부모, 자녀 외의 직계비속, 부모 외의 직계존속, 형제·자매, 사망하기 전에 치료·보호 또는 관리하고 있었던 행정기관 또는 치료·보호기관의 장, 시체나 유골을 사실상 관리하는 자’이다.

 

박진옥 나눔과나눔 사무국장이 발언하는 모습.

 

- 시신 수습에 가까운 공영장례, 고인 애도 위한 최소한의 장례절차 필요해
 
이날 발제자로 나선 박진옥 나눔과나눔 사무국장은 “무연고 사망자의 경우 대부분 시신 입관부터 운구 및 화장 그리고 봉안까지 ‘장례’라기 보다는 ‘시신 수습’에 가까운 과정을 거친다”고 말했다. 장사법 제1조를 보면 ‘이 법은 장사(葬事)의 방법과 장사시설의 설치·조성 및 관리 등에 관한 사항을 정하여 보건위생상의 위해(危害)를 방지하고, 국토의 효율적 이용과 공공복리 증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되어있다. 박 사무국장은 “장사법 제1조가 보건위생상의 위험과 재해를 방지하는 데 있듯이, 이러한 행정처리 절차의 목적은 무연고 사망자의 존엄한 삶의 마무리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무연고 사망자 행정처리 절차는 고인을 위한 최소한의 장례절차도 없다. 또 안치실에서 화장장으로 바로 이동하는 이른바 ‘직장(直葬)’의 방식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지인마저도 고인을 애도할 수 없다. 그뿐만 아니라, 무연고 사망자 공고 시점을 화장 및 봉안을 완료한 ‘무연고 시신을 처리한 때’로 규정하고 있어 고인의 지인들은 부고조차 받지 못한다. 결국 무연고자가 되면 사망에 대한 알림도, 장례식도 없이 화장된다. 죽음에 대한 애도보다는 기계적인 행정절차 처리에 방점을 두고 있다.
 
- 연고자 있어도 돈 문제로 장례 못하는 경우 있어, 공공이 최소한의 장례 보장할 수 있어야
 
무연고(無緣故), 즉 연고가 없다고 하나 실제 무연고 사망자 중 상당수는 서류상 연고자가 있으나 오랜 단절이나 경제적 이유로 연고자가 시신 인수를 포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연고 사망자 장례를 지원하는 비영리민간단체 나눔과나눔에 따르면 2018년 11월 말 현재 350여 건의 무연고 사망자 중 가족 또는 지인이 참여한 장례는 약 60여 건이다. 나눔과나눔은 “장례에 참여한 가족 또는 지인들은 최소한의 여건만 되면 고인을 무연고 사망자로 보내고 싶지 않아 한다”고 전했다.
 
박 사무국장은 “고인의 시신을 인수하려고 해도 그동안 치료받으며 발생한 병원비 및 가족을 찾기까지 발생한 안치료, 장례에 드는 비용까지 절대 적지 않은 비용을 모두 연고자에게 요구한다”라며 가족들이 장례를 치르고 싶어도 돈 문제가 이를 가로막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장례에 참여한 몇몇 가족에 따르면 가족의 사망 소식을 듣고 병원에 가서 시신을 확인한 후 담당자에게 안내받은 사항은 ‘돈이 없으면 시신을 포기’하라는 말이었다”라면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연고자가 있다면 최소한 장례를 공공이 보장해서 가족이 장례 할 수 있도록 사회가 보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연고자 범위와 순위 적용 문제… 가족 대신 장례 할 수 있는 제도 마련 필요해
 
연고자 범위와 그 순위 적용에도 문제가 있다. 앞서 장사법 제 2조의 제16호에 규정한 연고자의 범위를 살펴보면 누구든 연고자가 시신을 인수하면 무연고자가 되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연고자 범위에서 앞순위에 있는 연고자가 시신 인수를 포기하면 뒷순위에 있는 연고자는 시신을 인수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이 법 제2조의 제16호에 따르면, 시신 인수의 최우선권은 배우자이고 자녀가 2순위다. 예를 들어 배우자가 시신 인수를 하지 않으면 자녀라도 장례를 하기 힘들다.
 
박 사무국장은 “1인 가구가 한국의 주된 가구 유형이 된 오늘날 장사법이 오히려 무연고 사망자를 양산하고 무연사회를 조장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라며 가족 대신 장례 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가족이 없어도 살아생전 그가 관계 맺은 지인이 있다면 그들이 상주가 되어 장례를 치를 수 있는 것이다. 그는 “이미 일본에서는 지인이 고인의 장례를 대신 치르고 싶어 하는 경우 고인이 마지막으로 지낸 곳의 지방자치단체가 그 실시 책임을 지고 지인이 장례 할 수 있도록 장제급여를 지급하고 있다”며 해외 사례를 소개했다. 장례예식을 통한 충분한 애도는 살아있는 이들에게도 큰 위로가 된다.
 
나아가 박 사무국장은 존엄한 삶이 있다면 존엄한 죽음 또한 사회가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는 장례문화가 온전히 민간시장에 맡겨져 있는데, 장례 또한 복지서비스로 바라보고 공공의 영역에서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박 사무국장은 정부가 공영장례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공영장례란 연고자가 없거나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있는 사람의 경우, 장례절차 없이 안치실에서 화장장으로 바로 가는 직장(直葬) 방식이 아닌 가족과 지인 그리고 사회와 이별할 수 있도록 ‘시간과 공간’을 공공이 마련해서 최소한의 장례를 보장하는 제도다. 현재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무연고사망자의 장례의식 절차를 제도화하고 예산을 배정해 실제로 지원하는 곳은 서울시 한 곳뿐이다. 서울시는 올해 3월 ‘서울특별시 공영장례 조례’를 제정해 9월 23일부터 이를 시행하고 있다.

 

김호태 동자동 주민이 발언하는 모습
 

현재 서울시는 서울시립승화원 2층 유족대기실 옆에 전용 빈소를 마련하여 시신을 화장하는 동안 장례식을 치르고 있다. 그러나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김호태 동자동 주민은 서울시가 시립승화원에 마련한 빈소에 관해 불만을 표현했다. 그는 “돌아가신 분 위문하러 갔는데 장소가 너무 좁아 고인을 애도하며 얘기조차 나눌 수 없었다”면서 “서울시에서 이런 식으로 치루는 장례가 고인을 애도하는데 합당한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이에 이용민 서울시 장사문화팀 팀장은 “저소득 시민의 경우 추모서비스를 진행하는 시립병원 장례식장 네 곳, ‘서울의료원 신내본원·강남분원, 동부병원, 보라매 병원’의 빈소도 비좁은 것으로 안다”면서 “이런 문제도 충분히 받아들여 보완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정원옥 중앙대학교 문화연구학과 연구원은 “애도의 의미는 슬픔을 극복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의례를 수행하는 데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신원을 확인한다는 것은 죽은 자가 누구인지, 어떠한 삶을 살아왔는지, 그의 죽음만이 아니라 삶 전체를 알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죽은 자의 삶과 죽음을 정확히 알고 그의 삶과 죽음을 합당한 장소에 매장할 때 비로소 애도가 완수된다”고 말했다.
 
정 연구원은 “다른 사람의 죽음을 슬퍼하는 것은 충격으로 말미암아 생긴 ‘실재’의 구멍을 상징화로 메워 주라고 주체에게 요청하는 작업”이라며 “실재와 애도를 중개하는 상징화는 추모 의식으로 구체화되는데, 이를 위해 합당한 장례와 적절한 추모 의식 등 사회적인 의례를 수행하여 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그는 “애도의 주체는 가족인가 아닌가의 여부와 상관없이 죽은 이에 대해 말할 수 있고, 기억할 수 있는 사람들로 구성되는 것이 옳다”면서 “무연고 사망자에 대해 국가와 시민사회가 책임을 다함으로써 공동체의 정의와 안녕을 추구할 때 사회적 애도가 된다”고 강조했다.

 

 

*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언론진흥기금을 지원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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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원 기자 wony@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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