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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발전, 고 김용균 사망 사건 축소ㆍ은폐 시도”
유족 진상규명 촉구 “살인병기 속에서 노동자들 일하는 것 용납할 수 없어”
등록일 [ 2018년12월14일 22시31분 ]

출처: 김한주 기자
 

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 사고를 두고 원청인 서부발전이 책임을 회피하고 있어 비난이 일고 있다. 더군다나 안전사고보고서에 경찰에 연락한 시간 등을 다르게 기입하는 등 석연치 않은 정황들도 다수 발견되고 있다.


‘태안화력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진상규명 및 책임자처벌 시민대책위원회’(이하 시민대책위)는 14일 오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고 김용균 태안화력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현장 조사 결과 공개 브리핑’을 열고 사고 당시 불법적 작업 환경, 원청의 사고 축소 은폐 시도 등을 고발했다.

 

이같은 문제제기는 전날 고 김용균 씨의 유가족, 공공운수노조, 고용노동부 관계자, 산업안전공단, 서부발전 관계자 등이 참석한 현장 조사를 바탕으로 나왔다.

 

조사 내용에 따르면 서부발전은 산업안전보건법에 명시된 각종 안전 장치들을 제대로 구비하지 못했다.

 

고인은 컨베이어 끝부분 하단의 개구부에 머리와 몸을 집어넣어 베어링 소리를 점검하던 중 고속 회전하는 롤러와 벨트에 머리가 빨려 들어가는 협착사고를 당했다. 베어링 이상 유무를 확인하기 위해선 소리를 듣고 판단해야 하는데 워낙 소음이 큰 현장이라 직접 가까이 고개를 넣어야 들을 수 있다고 한다.

 

위기 막는 단 하나의 스위치, 그마저도 작동 못 해

 

산업안전보건에 관한 규칙 제192조에 따르면 사업주는 컨베이어 등에 해당 근로자의 신체 일부가 말려드는 등 근로자가 위험해질 우려가 있는 경우 및 비상시에는 즉시 컨베이어 등의 운전을 정지시킬 수 있는 장치를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정작 사고 현장에서 운전을 정지할 수 있는 장치 ‘풀코드 스위치’는 실제 그 기능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었다.

 

시민대책위는 그 원인으로 △2인 1조 작업이 이루어지지 않아 작업자가 개구부로 들어가면 풀코드 스위치를 작동시킬 수 없는 점 △풀코드 스위치의 텐션이 늘어져 있어 설령 누른다고 하더라도 바로 멈추지 않고 한참이 지난 후에야 전원이 차단되는 점(약 10초 소요) △풀코드 스위치는 양쪽을 감지해 작동돼야 하는데 한쪽은 고리에 묶여 있어 반응속도가 느려 기능할 수 없는 상태였던 점 등을 꼽았다.

 

브리핑에 참석한 고인의 동료는 현장의 풀코드 스위치 상태를 설명하며 “사진을 보면 와이어가 한 번 더 감아져 있다. 하청은 이것을 건드릴 수 없다. 서부발전이 자기들 임의대로 했을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조성애 공공운수노조 정책국장은 “풀코드 스위치가 있지만 실수로 건드리면 30분이 서기 때문에 이게 작동되면 서부발전 쪽에서 난리를 피운다”며 “법이 정한 비상정지 스위치란 사후조치가 아니라 사전에 긴급하게 작동시켜 사고를 미연에 예방하거나 사고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기능과 역할임에도 불구하고 생산성을 우선시해 있어도 누를 수 없고, 눌러도 작동이 안 되는 상태”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서부발전을 가리키는 또 다른 사망사고의 정황들

 

서부발전의 작업 원칙인 ‘2인 1조’ 원칙 역시 현장에선 불가능했다. 조성애 정책국장은 “매뉴얼엔 2인 1조로 돼 있지만 실제로 섹터 점검을 혼자 수행해야 했다. 고인이 맡은 섹터의 길이는 5, 6km 정도인데 세 번 왔다 갔다 하며 대략 18km를 걸었다. 그냥 걷는 것도 힘들 텐데 곳곳의 진창을 밟으며, 좁은 통로를 곡예 하듯 넘어가며, 탄을 치워가며 걸어야 했다”고 말했다.

 

서부발전은 현재 업무 지시를 두고도 노조와 공방을 벌이고 있다. 서부발전은 고인이 소속돼 일하던 하청업체 한국발전기술에 낙탄제거 업무 등을 지시한 적이 없고, 유지관리 업무만 맡겼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어제 현장 점검을 마친 노조는 고인의 주업무가 △아이들러 이상소음 발생 시 베어링 이상 유무 확인 작업 △리턴와이들러 간섭부 낙탄 제거 작업 △헤드슈트 및 밴드풀리 고척탄 제거 작업 △ABC벨트 WSS 구간 세척 및 제거 작업 △셀프와이들러 및 사이드 스커트 갭 조정 작업 △스크랩퍼 로컬조작 작업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공개된 팀장 운전지시서나 운영실장 지시서에는 ‘벨트 하부 간섭탄 처리’가 특별 지시사항으로 노동자들에게 전달된 바 있다.

 

사고 은폐까지 시도했나

 

시민대책위는 서부발전이 사고를 축소하고 은폐하려는 정황이 있다고 주장했다. 시민대책위는 “노동자들에게 협박까지 일삼으며 사건을 은폐하려 했고, 물적 증거를 없애기 위해 사망사고 현장을 물청소하고, 풀코드 스위치 텐션을 조정했다”고 밝혔다.

 

시민대책위는 또 한국발전기술의 안전사고보고서가 잘못 작성됐다고 지적했다. 안전사고보고서에 경찰의 최초 연락 시간은 오전 3시 50분이라고 돼 있지만 경찰에 확인 결과 처음 신고는 오전 4시 20분이었다. 조성애 정책국장은 “실수라고 바로 잡았지만 석연치 않은 지점이 있다. 이 시간 동안 누구와 어떤 전화를 했는지 밝혀야 한다. 지난해 11월 노동자 사망 때도 119가 아닌 회사 간부 승용차로 이용해 노동자 싣고 나가다 노동자가 죽었다. 산재 은폐가 없었는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태성 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간사는 “한국발전기술 간부가 고인의 시신을 수습한 동료들에게 전화해 언론사들과 접촉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쓸데없는 소리 안 했으면 좋겠다고 말한 녹취록을 확보하고 있다. 물론 용역회사 간부가 그렇게 이야기한 것이지만 원청의 입김이 작용하거나 지시가 있던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서부발전은 계속 책임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성애 공공운수노조 정책국장은 “어제 서부발전 관계자는 ‘우리 아들이 왜 죽었냐’는 유족의 물음에, ‘하청의 사고다. 서부발전은 이 사고와 관계가 없다’고 계속 이야기했다. 그 자리에서 하청노동자들은 원청이 그런 환경을 만들지 않았으면 죽지 않았다며 울음바다가 됐다”고 말했다.

 

“우리 아들 하나면 됐다. 아들 같은 노동자 더 죽어선 안 돼”

 

김한주 기자
 

한편 이날 브리핑에 참석한 고인의 어머니 김미숙 씨는 진상규명을 부탁하며 오열했다. 김 씨는 “정부가 이런 살인병기 같은 곳을 가지고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위험한 데 안전줄도 못 당기고, 잡아줄 사람도 없었다. 안전 장치 하나 없는 곳에 내 아들을 보냈다는 게 후회된다”라며 “우리 아들 하나면 됐지, 아들 같은 노동자들이 죽는 것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 우리나라를 바꾸고 싶다”라고 오열했다.

 

이어 “아이가 취업한다고 수십 군데 이력서 넣었는데, 마지막에 구한 곳이 여기였습니다. 대통령이 일자리 만들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대통령 당선되고 하나도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말로만입니다. 저는 못 믿습니다. 실천하고 보여주는 대통령이었으면 합니다. 행동하는 대통령이 되기 바랍니다”라고 호소했다.

 

고인의 아버지 김해기 씨는 “우리 아들을 이렇게 죽음으로 몰아간 사람들을 구속 수사해서 우리들의 한을 풀어주세요. 제발 불쌍한 우리 아들을 살려주세요”라는 말을 남기고 더 말을 잇지 못했다.

 

한편 시민대책위는 노동부에 태안화력발전소 보일러 9, 10호기에 이어 1~8호기까지 전면 작업중지를 요구하고 있다. 같은 방식으로 작업이 된다면 동일하게 전면조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원청에 책임을 묻는 일도 강화할 예정이다. 국회를 압박해 잠자고 있는 산업안전 관련 법들도 통과시킬 계획이다. 오는 16일 대책위는 첫 대표자 회의를 열고 앞으로의 계획을 논의한다. (기사 제휴=워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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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다솔 워커스 기자 beminor@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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