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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항소심도 ‘장애인 시외이동권 보장에 국가와 지자체 책임은 없다’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운수사업자에게만 일부 책임 물어
장애계 “너무나 실망스럽다” 분노… 여전히 시외이동할 수 있는 버스는 없어
등록일 [ 2019년01월25일 18시08분 ]

장애인 시외이동권 항소심 판결에서 재판부는 1심과 동일하게 국가와 지자체에 책임은 묻지 않고 운수사업자에 대해서만 책임을 물었다. 이날 선고 즉시 ‘이동권소송연대’는 서울고등법원 서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원의 판단을 규탄했다.

 

‘장애인 시외이동권을 보장하라’는 장애인들의 목소리가 법원에 의해 또다시 묵살됐다. 장애인 시외이동권 항소심이 제기된 지 3년 6개월 만에 판결이 선고됐으나, 재판부는 1심과 동일하게 국가와 지자체에 책임은 묻지 않고 운수사업자에 대해서만 책임을 물었다.

 

서울고등법원 민사30부(배준현 부장판사)는 25일 김아무개 씨 등 5명이 대한민국과 서울시, 경기도, 금호고속, 명성운수를 상대로 한 차별 구제 소송 항소심에 대해 선고했다.

 

이번 소송의 쟁점은 장애인차별금지법에 근거해 법원이 즉시 구제조치를 명할 것과 구제조치의 하나로 저상버스·휠체어 승강설비에 대한 단계적 도입 방안을 마련할 것, 그리고 차별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이다.

 

장애인차별금지법 48조는 법원이 차별행위의 중지 및 차별시정을 위한 적극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본안 판결 전까지 차별행위의 중지 등 적절한 임시조치를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판결에서 구제조치에 대한 부분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번 소송의 원고 대리인인 김태형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는 “구체적 기각 이유는 판결문을 통해 확인해봐야겠으나, 실질적으로 판단했을 때 국가나 서울시 등에 법원이 구제조치를 명할 정도의 판단을 도출하는 것은 어렵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밝혔다.

 

구제조치의 하나로 저상버스·휠체어 승강설비를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법원은 저상버스에 대해선 1심과 마찬가지로 받아들이지 않고, 휠체어 승강설비를 제공하지 않은 것은 장애인차별금지법상 차별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면서도 운수사업자에게만 책임을 물었다. 법원은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른 장애인에 대한 의무주체는 1심과 달리 판단하는데, 교통행정기관이 아닌 교통사업자로 보는 게 법 체계상 마땅하다”고 밝혔다. 교통행정기관은 국가와 지자체, 교통사업자는 금호고속과 명성운수를 가리킨다.

 

손해배상 청구에 대해서도 법원은 “피고들이 고의나 과실에 의해 행했다고 인정하기는 어려우므로 받아들이지 않겠다”며 기각했다. 원고들은 1인당 500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었다.

 

이날 선고 즉시 ‘이동권소송연대’는 서울고등법원 서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원의 판단을 규탄했다.

 

원고 측 대리인 김태형 변호사는 “장애인 시외이동권을 보장하지 않은 것은 차별임이 명백하고 법령에도 저상버스 도입이 명시되어 있음에도 법원이 국가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것은 매우 유감이다”면서 “이후 판결문 검토 후 상고 여부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영철 새벽지기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은 “너무나 실망스럽다”며 판결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오 소장은 “휠체어를 탄 채로 경기도와 서울을 벗어날 수 있는 버스가 단 한 대도 없다. 이게 말이 되는가. 장애인들이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아무 문제 없이 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라면서 “장애인도 자유롭게 다니고 싶다”고 외쳤다.

 

양선영 한울림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 또한 “고향이 전주인데 단 한 번도 버스 타고 가본 적이 없다. 휠체어 탄 장애인이 탈 수 있는 고속버스가 한 대도 없기 때문이다”면서 “이미 가능한 기술은 다 나와 있는데 이를 지원하지 않는 정부가 너무 무책임하다”고 규탄했다.

 

지난 2014년 3월 휠체어 이용 장애인, 유모차를 끄는 영유아 동반자, 고령자 등 교통약자들은 ‘시외이동권을 보장하라’며 국가와 지자체를 상대로 1심 소송을 제기했었다. 이에 대해 이듬해인 2015년 7월, 재판부는 교통사업자의 책임만을 일부 인정할 뿐 국가와 지자체에 대한 청구는 모두 기각했다. 이후 원고 측은 즉각 항소를 제기했고, 이번 판결은 항소 제기 3년 6개월 만에 선고됐다. 1심 소송 제기로부터 5년이 다 되어가지만 여전히 시외구간을 넘나드는 저상버스는 단 한대도 없고, 그나마 서울과 경기도를 오가는 2층 저상버스만이 시범운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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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민 기자 skpebble@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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