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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 공공일자리로 ‘동료지원가’ 직무 만들었는데 장애계는 ‘분노’… 이유는?
중증장애인 1명당 48명의 동료장애인 10시간씩 만나야
장애계 “중증장애인 현실 고려하지 않은 비현실적인 지침” 반발
등록일 [ 2019년01월25일 20시35분 ]

최근 고용노동부가 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의 하나로 발표한 ‘동료지원가 사업’에 대해 장애계가 중증장애인의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등은 25일 오전 11시 서울고용노동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동료지원가 사업이 포함된 ‘중증장애인 지역맞춤형 취업 지원 사업’ 시행에 대해 규탄했다.

 

전장연 등은 2017년 11월 22일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서울지사를 점거하고 장애인 공공일자리 1만 개, 최저임금 적용 제외 조항 폐지,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개혁을 요구하며 장기간 점거 농성을 벌였다. 그 결과 고용노동부와 ‘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 1만 개 도입을 위한 TF’와 ‘최저임금 적용제외 TF’ 구성에 협의하면서, 85일간의 농성을 풀었다. TF 논의 성과 중 하나로 ‘공공일자리 1만 개’에 장애인 동료지원가 일자리 사업이 마련됐다.

 

그러나 최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동료지원가 일자리 사업 내용을 확인한 장애계는 “동료지원가 역할을 취업 연계를 위한 일자리로 제한하고 있는데 이는 중증장애인 일자리 환경으로 부적절하다”면서 동료지원가의 역할과 내용 등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장애계는 동료지원가 사업이 포함된 ‘중증장애인 지역맞춤형 취업 지원 사업’이 중증장애인의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25일 오전 11시 서울고용노동청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 중증장애인 1명당 48명의 동료장애인 10시간씩 만나야… 장애계 “비현실적인 지침” 반발 

 

고용노동부는 “동료상담, 자조모임 등 동료지원 활동을 통해 비경제활동 또는 실업 상태에 있는 중증장애인의 취업 의욕을 고취하여 경제활동 촉진”을 목적으로 올해 관련 예산 13억 4900만 원을 책정했다. 고용노동부는 동료지원가로 중증장애인 200명을 양성하여, 이들이 ‘비경제활동 또는 실업 상태에 있는 중증장애인’들을 취업으로 연계한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이를 위해 현재 12개 지지체에서 사업 수행기관을 공모하거나 공모할 예정이다.

 

문제는 동료지원가 일자리 내용이 중증장애인의 현실을 반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고용노동부의 사업 지침을 보면, 동료지원가 1명이 참여자 48명에 대한 상담, 정보제공, 자조모임 등을 지원해야 하며, 이때 대상자 1명당 연간 10시간을 지원해야 한다. 1명당 10시간을 다 채운 경우에만 성공수당처럼 20만 원을 받을 수 있다. 동료지원가 인건비는 상담 인원을 기준으로 수당으로 책정된다. 따라서 동료지원가로 활동하는 중증장애인 1명당 연간 총 480시간을 여기에 써야 하는데 이렇게 해서 받을 수 있는 돈은 고작 96만 원에 불과하다. 만약 대상자로 참여한 중증장애인이 취업하거나 장애인고용공단이 마련한 취업지원서비스에 참여하는 데까지 이르면 연계수당으로 20만 원을 더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 사업을 수행하는 기관 운영비는 아예 책정되어 있지 않으며, 지침에 슈퍼바이저 역할을 명시하고 있음에도 슈퍼바이저 인건비는 없다.

 

따라서 전장연 등은 현행 지침을 대폭 수정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우선 이들은 동료지원가의 동료지원 활동 대상 총인원을 현행 480명에서 120명으로 대폭 줄이고, 활동지원 횟수도 10시간에서 5시간으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장연 등은 “실적 평가 위주로 사업을 시행할 경우, 동료지원활동이 밀착 지원이 아닌 대규모 집단 규모로 진행되는 등 형식적으로 그칠 우려가 있다”면서 “현재 요건은 중증장애가 있는 동료지원가에겐 무리한 요구로 기본수당 20만 원에 대한 요건과 실적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는 동료지원가와 참여자의 장애 유형이 동일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 또한 수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 지침에 따르면 발달장애인은 발달장애인만을, 뇌병변장애인은 뇌병변장애인만을 지원할 수 있다. 하지만 전장연 등은 “장애 경험은 장애 유형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노동시장에서의 배제, 차별 경험에 근거한 것이므로 경직되게 장애 유형에 제한을 두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동료장애인이 최중증장애인임을 고려하여 의사소통이 어려운 경우, 한글과 수 개념을 알지 못하는 경우, 돌발행동이 있는 경우 등 다양한 방식의 동료지원 활동을 고민하고 지원 대책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현재는 동료지원활동 참여 후 취업 또는 취업지원서비스참여 1개월이 경과해야만 연계수당 지급을 인정하고 있는데, 취업 또는 취업서비스 참여 명단 제출도 인정하는 식으로 연계수당 요건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협의회, 지침 거부하며 “사업 신청하지 않을 것” 거세게 반발

 

현재 장애계의 반발은 거세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아래 협의회) 경우엔 현 지침을 거부하는 의미로 사업 신청 자체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최용기 협의회 부회장은 “고용노동부가 일자리 만들어주겠다고 했음에도 반대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오히려 중증장애인을 우롱하는 취업 지침이기 때문이다”면서 “고용노동부는 우리의 지적을 수용하고 실질적으로 중증장애인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규탄했다.

 

정명호 인천 민들레장애인자립생활센터 권익옹호 활동가가 AAC를 이용해 발언하고 있다.
 

최중증뇌병변장애인으로 AAC(Augmentative and Alternative Communication, 보완대체의사소통)를 사용하여 소통하는 정명호 인천 민들레장애인자립생활센터 권익옹호 활동가도 “중증장애인의 상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처사로 이러한 지침을 만든 고용노동부를 규탄한다”고 말했다.

 

정 활동가는 “저와 같은 최중증장애인은 여기에 끼지도 못한다. 언어장애가 심해 타자를 쳐서 AAC로 소통하는데 ‘48명’의 숫자를 어떻게 채우나. 한 사람당 10번씩, 480번 만나라고 하는데 이동권이라도 보장되어 있으면 말을 안 한다. 저는 여기서도 노동할 수 없는 존재로 만들어졌다”고 분노했다.

 

그는 “중증장애인의 노동은 새롭게 정의되어야 한다. 자본에 이윤을 주는 것만이 노동이 아니라 중증장애인은 생활하는 것, 살아있는 것 자체가 노동이다”면서 “우리가 원하는 중증장애인의 일자리는 이런 게 아니다. 중증장애인의 특성을 마련하여 일자리를 제공하라”고 밝혔다.

 

나아가 전장연 측은 최저임금 예외조항을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지하면서, 현재 최저임금 예외 적용을 받고 있는 대상자들을 단계적으로 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로 전환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중증장애인의 활동 자체를 일자리로 인정할 수 있도록 문화예술분야와 권익옹호 활동에 중증장애인이 참여 가능한 공공일자리 제공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최저임금법 7조는 장애인에 대해선 최저임금을 주지 않아도 된다며 예외 조항을 두고 있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장애인이라고 훈련·보호한다는 이유로, 갈 데 없다는 이유로 현재는 보호작업장에서 최저임금도 주지 않은 채 단순 반복의 일을 시키고 있다. 그러나 지역사회에서 활동할 수 있는 요건을 만들려면 활동지원서비스와 주간활동서비스를 제대로 지원하면 된다. 왜 보호작업이라는 이름으로, 직업재활이라는 이름으로 자기들 역할을 정당화하고 있느냐”면서 “국가는 지역사회 장애인식 개선 의무가 있다고 하는데 장애인들이 이렇게 당당하게 자기 목소리 내는 게 인식개선 활동 아닌가”라며 제대로 된 공공일자리 지원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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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민 기자 skpebble@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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