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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 벗은 ‘커뮤니티케어’, 이게 최선입니까
케어안내창구 외에는 ‘선도적’ 서비스도, 핵심적 서비스 확대도 없어
“정보 없어 탈시설 못하는 것 아냐… 현장과 당사자 목소리 반영해야”
등록일 [ 2019년01월25일 21시11분 ]

지난해 3월부터였다. 노인, 장애인, 정신질환자, 노숙인 복지에 관한 논의가 있을 때마다 복지부는 '커뮤니티케어를 구축해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년 동안, 커뮤니티케어는 모든 논의의 귀결이자 해결책으로 제시되는 마법의 열쇠였다. 그러나 이 마법의 열쇠가 대체 어떻게 생긴 것인지는 아무도 정확히 알지 못했다. 커뮤니티케어의 당사자가 될 이들은 물론 현장 실무자와 전문가들도, 학계도, 심지어 복지부 공무원들도 커뮤니티케어의 기능과 형상을 정확히 알지 못했다. 그러나 복지부는 아무튼 이 커뮤니티케어가 '한국 복지 체계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꿀 변환점'이라고 확신하는 듯 보였다.

 

그리고 지난 10일, 베일에 싸여있던 커뮤니티케어가 드디어 윤곽을 드러냈다. 복지부는 2026년까지 지역사회 통합돌봄을 보편적으로 제공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2019년 6월부터 2년간 전국 8개 지자체에서 '지역사회 통합돌봄(커뮤니티케어) 선도사업'을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노인 4개, 장애인 2개, 그리고 정신질환자와 노숙인은 각각 1개 지자체에서 선도사업을 수행하고, 이 결과를 가지고 지역 실정에 맞는 다양한 모델을 발굴하고 검증한다는 것이다.

 

복지부의 커뮤니티케어 중 '장애인 자립생활 및 지역사회 정착 모델'
 

- 드디어 베일 벗은 커뮤니티케어 : 케어안내창구에서 정보와 서비스 통합 연계가 핵심

 

선도사업에 참여하는 8개 지자체는 모두 '공통 제공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공통 제공 기반이란 수요자에 대한 기초욕구조사를 실시해 서비스 신청과 접수를 하는 읍면동 '케어안내창구'와 복합 욕구를 가진 '고난이도' 대상자를 심층 사례관리하고, 자원과 서비스를 연계하는 시군구 '지역케어회의', 그리고 필요한 서비스와 관련 정보 제공을 위한 '차세대 사회보장정보 시스템'을 의미한다.

 

이후 선도사업을 수행하는 지자체들은 '지역사회 통합모델'을 만들게 된다. 이때, 복지부가 제시한 대상 분야별 '서비스 메뉴판'을 참고해 지역 실정에 맞게 모델링을 할 수 있다. 그런데 바로 이 '메뉴판'에서부터 혼란이 다시 시작된다. 대체 커뮤니티케어란 무엇인가.

 

장애인 대상 커뮤니티케어 사업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복지부가 제시하는 서비스에는 크게 보건의료, 주거, 소득(일자리), 그리고 사회참여 네 가지가 있다.

 

우선, 주거 서비스로는 자립체험주택과 케어안심주택, 두 가지 유형의 주거모델이 운영된다. 자립체험주택은 2~3인이 생활하는 주거를 제공하고, 1~2가구당 1명의 지원인력을 통해 서비스 연계가 이뤄지는 형태이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체험홈과 같다. 케어안심주택은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지원주택'처럼 임대주택에 1명이 거주하면서 2~3가구당 1명의 지원인력이 서비스를 연계하는 형태이다.

 

서비스 메뉴판에서 항목이 가장 많은 분야는 바로 보건・의료이다. 장애인 건강주치의 사업, 장애친화 건강검진기관 운영, 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 운영, 장애인 지역사회 중심 재활 지원 등 보건의료 관련 서비스만 메뉴판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소득 지원에는 자립정착금(1인당 1200만 원 지급)과 고용연계 서비스가 있다. 현장 중심 직업재활센터와 지역 맞춤형 취업지원 서비스를 통해 취직과 소득 안정을 지원할 수 있다고 복지부는 밝혔다.

 

- 정작 지역사회 정착을 위한 활동지원 확대, 안정적 주거 보장은 없어… ‘깊은 아쉬움’

 

현장 관계자들은 커뮤니티케어 선도사업의 서비스 목록을 보며 혼란에 빠진다. '선도적인' 내용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복지부가 제시한 서비스들은 이미 모두 수행되고 있는 서비스일 뿐이고, 정작 탈시설 장애인에게 실질적이고 필수적으로 필요한 서비스 확대 계획은 빠져있다.

 

탈시설 장애인 지원을 오랫동안 담당해온 한 장애인자립생활센터 관계자 A 씨는 "제일 중요한 건 주택이다. 재산이 없는 장애인이 오랫동안 뿌리를 내리고 살아갈 수 있는 주거공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보니 시설 거주 장애인들은 계속 자립 '체험'만 2~3년씩 하다가 결국 시설로 돌아가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활동지원시간도 대폭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복지부는 활동지원 서비스 탈시설 추가시간을 한 달에 20시간씩 6개월까지만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시설에서 오랫동안 살아왔던 이들이 지역사회에서 안정적인 생활을 꾸려 가기까지는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 그러나 활동지원 '탈시설 추가 급여'에 관한 계획은 커뮤니티케어 선도사업 안내에서 찾아볼 수 없다.

 

A 씨는 “서비스 목록을 보면, 이미 하고 있거나 할 예정인 사업들을 나열한 것에 불과해 보이는데 이것을 과연 ‘선도사업’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 모르겠다”라며 “탈시설 장애인의 지역사회 자립을 위해 정말로 필요한 서비스의 확대 계획 없이 ‘연계’에만 집중한 것 같다”고 깊은 아쉬움을 표했다.

 

탈시설 했으나 활동지원 서비스를 받지 못해 2014년 결국 화재 사고로 숨진 고 송국현 씨 영정 사진.
 

케어안내창구에 대한 우려도 크다. 또 다른 자립생활센터 관계자 B 씨는 "자립생활센터 탈시설 담당자 1명이 탈시설 당사자 1명 지원하는 것도 버거운데, 읍면동 케어안내창구에 담당자가 1명밖에 배치되지 않아 과연 실효성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복지부는 케어안내창구 지원인력 예산으로 한 달에 205만 원을 책정했다. 복지부는 “계약직 채용 또는 외부 전문가에 대한 상시 자문수당으로 활용 가능”하다는 안내를 덧붙였다. B 씨는 “아무리 정보가 있다고 해도, 탈시설 장애인에게 어떤 서비스가 필요한지 파악하고 이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장애 유형별 이해, 탈시설 당사자에 대한 이해를 두루 갖춰야 한다”며 “하지만 최소한의 임금 수준으로는 이런 경력을 두루 갖춘 인력을 구하기 힘들 뿐 아니라, 탈시설 지원 업무의 전문성을 ‘후려치기’한다는 생각까지 든다”고 비판했다.

 

현장의 우려와 의구심에도 불구하고 복지부는 커뮤니티케어가 분명한 변환점이라고 믿고 있는 듯하다. 커뮤니티케어 선도사업 장애인 분야 담당 공무원은 “그동안 한국에는 지역사회 차원의 주거, 돌봄, 의료를 체계적으로 연결하는 시스템이 없었다. 커뮤니티케어는 바로 그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탈시설 지원 업무는 자립생활센터에서도 했으나 공적 기관이 아니고 규모도 작다 보니 사례관리 전문성이 떨어지고 복지뿐만 아니라 보건, 의료 분야까지 연결할 역량이 없었다”며 “이 업무를 케어안내창구라는 공적 분야에서 담당해 실효성과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커뮤니티케어의 핵심”이라고 짚었다.

 

탈시설 당사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지원 중 하나가 ‘충분한 활동지원 시간 확보’라는 지적에 대해 복지부 공무원은 “활동지원서비스는 워낙 예산이 많이 투여되는 거대한 규모 사업이라 커뮤니티케어 선도사업과 연결해서 조정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활동지원 시간 확대는 조금 더 큰 제도적 고민 속에서 진행될 문제이고, 이번 선도사업은 지역사회 내 돌봄 모델 구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 ‘정확히 핵심만 비껴나간’ 커뮤니티케어… 핵심은 적극적 예산 확대

 

장애인 탈시설 지원 단체인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의 여준민 활동가는 “장애인이 탈시설을 한다는 것, 그리고 지역사회에서 자립생활을 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복지부가 아직도 파악을 제대로 못 하고 있는 것 같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여 활동가는 “그동안 시설에 있는 장애인들이 ‘케어안내창구’가 없어서 못 나왔던 것도, 보건의료 서비스가 없어서 못 나왔던 것도 아니다”라며 “앞으로 살아갈 집, 자주적인 선택과 실패가 가능한 환경,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을 찾기까지 충분히 지원되는 활동지원서비스, 안정적인 소득 또는 일자리, 그리고 인간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공간이 없었기에 오랫동안 거주했던 시설에서 나올 결정을 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환경을 만드는 것보다 정보제공에 더욱 초점을 맞춘다면 커뮤니티케어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라며 개인별 맞춤 계획 수립과 서비스의 양과 질에 더욱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랫동안 많은 이들이 기다려왔던, 대변혁의 시작이 될 것 같았던 커뮤니티케어는 정확히 핵심만 비껴가고 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첫술에 배부르랴’마는, 1년 동안 정부가 대대적으로 홍보해온 것에 비해서는 ‘먹을 것 없는 소문난 잔치’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진정한 의미의 ‘선도사업’, ‘패러다임 변화의 시작’이 되기 위해서는 당사자들에게 정말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귀 기울여 듣고 그것을 적극적으로 반영할 의지가 필요하다. 복지부도 이미 알고 있겠지만, 커뮤니티케어는 복지부만의 단일사업으로 결코 성공할 수 없다. 다양한 부처, 특히 기획재정부를 설득하고 협업하여 충분한 예산을 확보하지 않는다면 커뮤니티케어는 바람 빠진 풍선 신세를 면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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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별 기자 hbchoi1216@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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