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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수급 빈곤층 93만 명에 달해… 생계급여의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시급”
참여연대 “생계급여의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1조 원이면 가능”
“주거용 재산을 소득인정액으로 환산하는 제도도 폐지해야”
등록일 [ 2019년02월22일 19시18분 ]

기초생활보장 자격별 수급자 수(단위 : 명)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참여연대가 93만 명에 달하는 비수급 빈곤층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생계급여의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는 21일 발표한 이슈리포트에서 “부양의무자 기준 등의 원인 때문에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비수급 빈곤층 규모가 93만 명에 달한다”면서 “불평등과 빈곤이 심화되고 있음에도 한국사회의 소득재분배 정책이 유효하게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상대적 빈곤율은 17.4%로 OECD 국가 중 세 번째로 높다. 특히 한국의 은퇴연령층(만 65세 이상 인구)의 상대적 빈곤율은 43.8%로, OECD 평균인 13.5%의 3배에 달할 정도로 심각하다.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2015년 7월 박근혜 정부는 ‘급여를 단 하나도 받지 못하는 비수급 빈곤층을 줄이겠다’며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통합급여에서 개별급여로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그런데 급여 개편 이후, 생계급여 기준선인 기준 중위소득 30% 이하에 해당하는 수급자 수는 2015년 125만 9407명에서 2018년 122만 9067명으로 오히려 3만 340명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비수급 빈곤층이 발생하는 주된 이유로 부양의무자 기준이 지적되면서 문재인 정부는 교육급여의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에 이어 2018년 10월엔 주거급여에서의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했다. 이와 함께 문재인 정부는 생계급여와 의료급여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고 밝혔으나, 이는 부양의무자 가구에 노인·장애인 가구가 포함된 취약가구에 한한다. 

 

문재인 정부의 부양의무자 기준 단계적 폐지 계획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참여연대는 “주거급여, 의료급여, 생계급여의 부양의무자 기준을 모두 폐지하는 데 따른 소요 예산 시뮬레이션 결과(신청률 72% 적용), 생계급여 기준선 이하의 추가보호 대상은 35만 9000가구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올해 예산(82만 1000가구 대상 생계급여 예산 3조 7508억 원)으로 단순 계산하면 생계급여의 부양의무자 기준이 폐지될 경우 소요되는 예산은 1조 6401억 원가량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참여연대는 “신청률 72%도 교육급여·주거급여의 경우 매우 높은 수치인 데다 기초연금 인상분 등의 지출감소 규모를 고려하면, 채 1조 원도 되지 않는 금액이 추가로 소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실제 예산은 추정치보다 낮을 것으로 내다봤다.

 

참여연대는 부양의무자 기준과 함께 수급권자의 주거용 재산을 소득으로 환산하는 문제를 비수급 빈곤층 발생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주택과 같은 주거용 재산이 있는 가구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아래 기초법) 상의 소득환산율에 따라 소득으로 계산되어 수급권을 침해당한다. 문제는 그렇다고 해서 주거 안정에 필수적인 주거용 재산을 처분할 수도 없고, 설령 처분하면 더 높은 소득환산율을 적용받아 소득인정액이 더 높아지는 딜레마에 처하게 되는 것이다.

 

참여연대는 조건부 수급 제도도 복지 사각지대를 만드는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2012년부터 조건부 수급자를 판별하는 근로능력 평가 업무가 지자체에서 국민연금공단으로 이관되면서 기존에 5%에 불과했던 ‘근로능력 있음’ 판정이 15% 내외로 크게 증가했다. ‘근로능력 있음’ 판정을 받으면 반드시 자활에 참여해야만 수급권이 유지된다. 문제는 “당사자가 자활계획을 면밀히 수립하기 전에 시장취업부터 우선시하는 방향으로 운영되고 있고, 이로 인해 조건부 수급자는 취업에 실패하여 수급권을 박탈당할 수 있다는 압박감, 취업에 성공해도 최저임금의 80% 수준에 불과한 자활급여로 탈수급을 강요당하는 압박감에 시달린다”고 밝혔다.

 

그뿐만 아니라 급여 보장수준 역시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기초생활보장제도가 맞춤형 개별급여로 개편된 후, 생계급여는 기준 중위소득에 따라 지급 대상과 보장 수준이 결정된다. 그런데 최근 4년간의 기준 중위소득의 전년 대비 인상률은 평균 2.24%에 불과해, 2012~15년간 고시한 최저생계비의 전년 대비 인상률 3.77%에도 미치지 못한다.

 

또한, 기초법 시행령에 따라 부양의무자가 있는 혼인하지 않은 만 30세 미만 청년은 독립된 가구로 인정하지 않는 점도 청년 비수급 빈곤층을 발생키는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한국도시연구소(2018)에 따르면 소득1분위 청년 임차가구의 월평균 소득 대비 주거비 부담은 소득의 절반 이상에 달할 정도로 매우 높다. 그러나 주거급여 부양의무자 기준이 폐지되고 소득인정액이 주거급여 수급권을 충족한다고 해도, 부양의무자가 있는 만 30세 미만의 청년은 독립된 가구로 인정되지 않아 주거급여를 받을 수 없다.

 

따라서 참여연대는 광범위한 비수급 빈곤층 보호를 위해선 무엇보다 생계급여와 의료급여에서의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참여연대는 “특히 상대적으로 예산이 적게 소요될 것으로 추정되는 생계급여의 부양의무자 기준부터 시급히 폐지하여 그에 따른 비수급 빈곤층 감소 효과와 실태를 면밀히 추적할 필요가 있다”면서 “그 결과를 통해 의료급여의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위해 소요되는 예산을 계측하여 모든 급여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수급권자의 주거용 재산을 소득인정액으로 환산하는 제도와 조건부 수급 제도에서 강제 자활 참여를 폐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만약 자활에 참여하는 경우엔 수급권자의 자활임금·근로소득의 소득공제 확대가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와 함께 주거급여에서는 주거급여의 최저보장수준을 결정하는 지역별 기준임대료를 수급권자가 거주하는 주변 환경의 평균 전·월세 실거래가 수준에 맞게 현실화하며, 기초법 시행령 개정 등을 통해 만 30세 미만의 미혼 청년층도 주거급여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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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민 기자 skpebble@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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