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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기다렸지만 응답 없는 복지부 장관, 직접 찾아가겠다” 장애계, 강력 투쟁 예고
발달장애에 정신장애 중복으로 있는데 하루 고작 ‘15시간’… “24시간 지원 필요해”
‘필요한 만큼 활동지원 보장’ 요구하며 국민연금공단 밤샘 점거에도 복지부는 ‘무응답’
등록일 [ 2019년03월19일 13시37분 ]

한 장애인 활동가가 “점수에 우리를 가두지 말라! 장애인 활동지원 권리 보장하라”고 적힌 종이를 얼굴에 대고 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장애인들이 장애인 활동지원 권리 쟁취를 위해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국민연금공단에서 밤샘 농성을 벌였지만 복지부 장관은 끝내 응답하지 않았다.

 

이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는 19일 오전 10시 국민연금공단 종로중구지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점수에 가두지 말라, 활동보조 권리 보장하라”고 외치며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강력한 투쟁을 예고했다.

 

장애인 150여명은 전날인 18일, 현재의 활동지원서비스 판정 체계가 심사 과정에서 장애인에게 심한 모욕감을 주고 탈시설 장애인과 발달장애인에 대한 지원이 미흡하며, 중증장애인의 충분한 생활시간을 보장하지 않고 있다며 활동지원서비스 판정을 하는 국민연금공단에 집단 이의 신청을 했다. 같은 날, 전장연은 활동지원서비스 판정 기준 변경과 당사자 참여 보장을 촉구하며 서울, 대구, 부산-경남, 광주-전남, 충북 국민연금공단 지사에서 전국 동시다발 기자회견을 진행하기도 했다. (관련 기사 : “활동지원 시간 부족으로 더는 죽을 수 없다” 장애인들, 국민연금공단 밤샘 점거 돌입)

 

그러나 공단 측은 면담에서 활동지원 시간 판정 체계 개선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고, 탈시설 장애인의 활동지원 시간 확대는 복지부 소관이라며 선을 그었다. 이에 전장연은 박 장관 면담을 촉구하며 밤샘 농성을 했으나 끝내 복지부로부터의 응답은 없었다.

 

이러한 복지부의 태도에 장애계는 분노하고 있다. 전장연은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인정점수(현 서비스 판정 체계) 안에 갇혀있는 현행 서비스 판정 체계의 변화”라면서 “장애인의 기능제한 정도에 따라 점수가 산정되고, 그 점수에 따라 서비스 수급 여부 및 수급량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의 환경에 대한 고려와 필요도를 반영’하여 필요한 만큼의 서비스가 결정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러한 근본적인 문제해결이야 말로 31년 만의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이고 문재인 정부에서 말하는 ‘맞춤형’ 지원일 것”이라면서 향후 박 장관을 ‘직접 찾아가는’ 강력한 투쟁을 예고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는 19일 오전 10시 국민연금공단 종로중구지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점수에 가두지 말라, 활동보조 권리 보장하라”고 외치며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강력한 투쟁을 예고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 발달장애에 정신장애 중복으로 있는데 하루 고작 ‘15시간’… “24시간 지원 필요해”

 

이날 오전 진행된 기자회견에서도 활동지원 시간 부족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장애인 당사자들의 목소리는 이어졌다.

 

김나영 씨는 발달장애와 정신장애를 중복으로 가지고 있다. 어릴 때 고아원에 입소한 이후 약 50여년간 정신병원, 정신요양시설, 노인요양시설을 전전하며 살다가 2017년 4월 성동장애인자립생활센터(아래 성동센터) 자립주택 단기체험을 계기로 탈시설하게 됐다.

 

김 씨는 2017년 7월부터 활동지원서비스를 받고 있다. 당시 자립생활 준비를 위한 추가 시간 등 모든 시간을 다 합쳐 받은 시간은 한 달에 고작 144시간. 그러나 이마저도 자립생활 추가지원 기간이 끝나면서 20시간이 삭감됐다. 이후 활동지원 등급 변경 신청을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현재는 우여곡절 끝에 지자체 추가 시간 등을 합해 한 달에 458시간을 받으나 이는 하루에 15시간가량 쓸 수 있는 시간밖에 되지 않는다. 하루 24시간 지원이 필요한 김 씨에겐 턱없이 부족한 양이다. 현재 부족분은 자립주택 담당자의 지원, 마을학교 학습 시간 등으로 메꾸고 있다.

 

김 씨의 자립을 지원하는 안지완 성동센터 활동가는 활동지원 시간 판정을 위한 질문들이 장애 특성과 환경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사원은 자신이 들고 있는 조사표를 가리키며 ‘나영 씨, 이거 읽을 줄 알아요?’라고 물었습니다. 나영 씨가 ‘인.정.조.사.표’라고 글자를 읽자 ‘아이구, 나영씨 글자 잘 읽으시네’ 했고, ‘냉장고에서 반찬 꺼낼 수 있어요?’라는 질문에 ‘네’라고 답하자 그 또한 조사표에 적었습니다. 그러나 냉장고에서 반찬을 단순히 꺼낼 수 있는 행위가 일상생활을 만들어나갈 수 있느냐는 다른 문제입니다. 나영 씨는 혼자 밥을 먹을 수 없고, 밥을 먹은 후 치우는 것에서부터 물건을 사는 것까지 전적으로 타인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신체장애 판정은 없으나 뼈가 약하고 발이 약간 비틀어진 상태로 잘 걷기가 힘듭니다. 시설에서 오랫동안 침대에 누워있어  걷는 것 자체를 잃어버려 걷지 못한 시절도 있었습니다. 환청과 망상이 재현되어 주변 엉뚱한 사람들에게 분노를 폭발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안 활동가는 “불가능을 바라보는 기준이 서로 간에 너무 상이하다. 단순 질문에 답한다고 소통할 수 있다고 봐선 안 된다”고 꼬집으면서 “대안이 될 수 있는 현실적 기준과 상식이 되는 기준, 삶의 질을 생각하는 개념있는 기준이 필요하다. 당사자도 ‘인정’할 수 있는 ‘인정점수’의 확립을 원한다”고 말했다.

 

이라나 성북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 또한 최근 출산으로 아이 양육을 위해 더 많은 활동지원 시간이 필요하지만 받지 못하고 있다고 고통을 토로했다. 이 활동가는 직장 추가 시간을 받음에도 불구하고 한 달 134시간의 활동지원 밖에 받지 못하고 있다. 결국 주말엔 활동지원사 없이 주중에만 하루 6시간정도 밖에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2018년 2월 태어난 딸은 자신과 같은 골형성부전증 장애를 갖고 태어나 두 달에 한 번, 2박 3일간 병원에 입원해야 한다. 그러나 이 활동가는 “병원은 비장애인 보호자 중심으로 되어 있어 내가 24시간 붙어있어도 지원해줄 수 있는 게 없다. 지금 있는 활동지원 시간도 부족해서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요구했지만 받을 수 있는 시간이 더는 없다”고 말했다.

 

이 활동가는 “활동지원제도는 서비스를 통해 가족의 부담을 줄이고 삶의 질 향상을 목적으로 한다고 한다. 그런데 저는 가족에 의해, 제 장애에 의해 더 부담이 되는 사람이 되는 것 같다.”면서 “더 많은 장애여성이, 그리고 우리 아이가 존재 그 자체로 인정받고 축복받고 행복하게 살 수 있었으면 한다”며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한편, 전장연은 오는 21일 열리는 탈시설 민관협의체에서 탈시설-자립생활 과정에서의 활동지원 관련한 부분을 논의하고, 이후에도 지속해서 복지부 장관 면담을 촉구하는 투쟁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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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민 기자 skpebble@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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