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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정신질환자 퇴원 사실, 제3자에게 통보하는 것은 인권 침해”
환자 동의 없이 범죄 전력 등 정신건강복지센터에 통보하는 개정안, 국회 발의
인권위 “개정안 취지 인정하나, 수단 적합성・침해 최소성・차별 문제 우려”
등록일 [ 2019년03월21일 10시08분 ]

최영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이 2월 26일 인권위 14층 전원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혐오차별 대응 특별추진위원회' 출범식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가 20일 “정신의료기관 퇴원 사실을 환자 동의 없이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장 등에게 제공할 수 있다는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은 인권침해 및 차별에 해당한다”라며 국회에 의견을 표명했다.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아래 정신건강복지법) 일부 개정법률안은 ‘자·타해, 범죄, 치료중단 우려가 있는 퇴원환자에게 체계적인 관리와 지원을 위해 퇴원 사실 등을 공유’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에 인권위는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으며, 정신질환을 이유로 한 차별행위에 해당한다고 국회의장에게 전했다.

 

최근 ‘정신질환자에 의한 범죄’가 언론에 부각되면서, 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가 자·타해 또는 치료 중단의 우려가 있다고 진단하거나, 입원 전 특정범죄경력이 있는 환자는 본인 동의 없어도 의료 기록과 범죄 전력을 정신건강복지센터 등에 통보하고 관리해야 한다는 내용의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 3건이 국회에 발의됐다.

 

하지만 2016년 대검찰청 자료에 따르면 정신질환자 범죄는 비장애인보다 적다. 오히려 비정신장애인 범죄율(1.4%)이 정신장애인 범죄율(0.1%)보다 15배가량 높으며, 살인, 강도, 성폭력, 방화범죄를 집계한 강력범죄 비율도 비정신장애인(0.3%)이 정신장애인 범죄율(0.05%)에 비해 6배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 인권위 “개정안 취지 인정하나, 수단 적합성 ・침해 최소성 ・차별 문제 우려”

 

인권위는 개정안의 입법 취지는 인정하지만, 적합한 수단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정신건강복지센터 사례관리요원 한 명이 평균 70~100명의 환자를 지원하는 현실에서 정신건강복지센터에 대한 인력보강 및 기능 강화라는 근본적 문제해결 없이 환자가 동의하지 않은 퇴원 사실 등을 공유한다고 해서 입법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인권위는 “퇴원 예정 환자의 임의적 정보제공을 최우선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라며 “먼저 당사자에게 자기 정보를 정신건강복지센터에 제공하면 얻게 되는 이익을 따져 동의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당사자가 퇴원 사실 등 정보 제공에 비협조적인 이유는 정신건강복지센터 등에 알릴 경우 얻게 될 이익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인권위가 결정문에 밝힌 2018년 보건복지부 내부자료를 보면 퇴원 사실 통보에 동의한 환자 비율은 10%에 이를 정도로 저조했다. 그런데 작년 인권위 조사에 따르면 퇴원환자의 90%는 지역사회 연계 치료에 대한 욕구가 있지만, 퇴원환자의 46%는 병원에서 나올 때 지역사회에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 정보를 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뿐만 아니라 인권위는 개정안이 침해의 최소성 원칙도 충분히 고려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주치의 한 명의 결정에 따라 개인의 민감정보가 과도하게 유출될 수 있어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본 것이다. 특히 ‘치료중단 위험’은 ‘자·타해 위험성’과 달리 보건복지부령에조차 판단 기준을 명시하지 않아 전문의의 자의적인 판단이 개입할 여지가 더 높다고 말했다.

 

한편, 정신의료기관의 장이 특정강력범죄를 저지른 사람의 퇴원 정보를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장 등에게 통보하는 것도 침해 최소성 원칙에 반한다고 꼬집었다. 단지 정신의료기관에 입원했다는 사실만으로 합리적인 이유 없이 환자의 범죄 전력을 조회・수집・보관하는 것은 과도한 범죄전력 수집과 이용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인권위는 개인민감정보는 관계 법률에 따라 명확한 목적을 가질 때만 제한적으로 취급해야 하는데 유독 정신질환자에게만 느슨한 기준을 적용해 공무수행사인과 일반사인에 제공하도록 허용해 차별 소지가 높다고 판단했다.

 

- 인권위 “개정안, 국제사회와 국내법 기준에서도 인정하기 어려워”

 

인권위는 “UN 총회에서 결의한 MI원칙(정신장애인 보호와 정신보건의료향상을 위한 원칙)에 비추어 볼 때 치료 경력 등 의료 정보 및 범죄 전력을 본인 동의 없이 제공하고 관리하는 것은 정신질환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여겨 낙인과 편견을 강화하는 것으로 과거 치료 또는 입원 기록은 그 자체만으로 현재 또는 미래의 정신질환을 판단하는 근거가 될 수 없고, 치료에 대한 비밀은 존중되어야 하며, 정신질환이 있다는 이유로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고 전했다.

 

또 “의료 및 복지서비스 이용 시 정신질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여야 한다는 ‘정신건강복지법’의 기본이념에도 반하므로, 정신질환자가 존엄성을 바탕으로 치료받을 권리가 반드시 존중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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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원 기자 wony@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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