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아이를 키우던 그녀는 장애인이었다.
청계천 노점상이었다.
가난한 이들에게 제공한다던 ‘기초 생활 보장제도’는
출발부터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에 턱없이 부족한 제도였다.
게다가 그녀는 가혹한 노점단속과 멸시에 시달렸다.
2002년 3월 26일 새벽, 봄소식으로 충만할 무렵
그녀의 운명은 더 이상 피어나지 못하고 나뭇잎처럼 떨어졌다.
세상은 삶의 기회를 열어주지 않았던 것이다.
청계천 복원공사로 노점상이 탄압받을 때도,
홀로 아이를 키우는 여성의 문제를 이야기할 때도,
기초법의 한계와 개정의 목소리를 높일 때도,
그녀의 이름은 어김없이 거론되었다.
‘점’ 하나하나가 모여 선으로 이어지듯 그녀는 죽어서도 투쟁했다.
봄은 아무렇게 오는 것이 아니었다.
우리는 이렇게 자신을 희생한 사람을 보고서야 서럽게 봄을 맞이한다.
‘최옥란’ 이름 석 자는 변화를 꿈꾸는 이들의 이름이 되었다.
어떤 이름은 죽어서도 투쟁한다.
|